입맛 살려주는 ‘봄의 보약’ 냉이 VS 저녁밥상 ‘봄 향기로’ 쑥
[맛대맛 ②] 봄나물 냉이 vs 쑥
겨우내 꽁꽁 얼어있던 땅에서 봄나물이 움트는 3월. 이른 봄부터 맛볼 수 있는 대표 봄나물인 냉이와 쑥은 특유의 쌉싸래한 맛으로 입맛을 돋운다. 또 다양한 음식에 잘 어울려 활용도가 높고 영양도 풍부하다. 어디 그뿐인가. 주변 길가나 풀숲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냉이와 쑥은 잠자고 있던 ‘채집’ 본능을 깨운다. 바구니를 들고 산으로 들로 나물을 캐러 다니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정겨운 봄 풍경이다. 그래서 두 기자가 직접 바구니를 들고 들판으로 나섰다. 냉이와 쑥 중 진정한 봄 밥상의 주인공을 가리기 위해.
입맛 살려주는 ‘봄의 보약’ 냉이
된장에 쓱쓱 버무리면 밥반찬 제격 삶은 돼지고기와 함께 하면 술안주
단백질 함량 높고 비타민 A·C 풍부 칼슘·철분·인 성분 많아 혈액 맑게
약한 독성 있어 살짝 데쳐 먹어야
◆직접 캐보니=옛말에 냉이는 봄나물 중 으뜸이라고 했다. 요새는 비닐하우스에서도 냉이를 재배하지만, 제철 맞은 냉이를 맛보려면 기회는 초봄뿐. 그래서 냉이를 캐러 경기 안성 농협안성팜랜드의 ‘2021 봄!봄!봄! 냉이 쏙쏙’ 축제에 가봤다.
안성팜랜드 냉이 축제는 매년 2월 중순부터 3월말까지 열린다. 지난가을 파종한 냉이가 월동 후 이맘때쯤 기지개를 켜기 때문이다. 올해는 3월28일까지 진행한다. 안성팜랜드에선 보증금 1000원만 내면 호미와 작은 봉투를 제공해 누구나 냉이를 캘 수 있다. 처음엔 다른 풀과 섞여 잘 안 보이더니 황토를 지근지근 밟다보니 잎이 삐죽삐죽한 냉이가 “나 여기 있소” 하고 손을 흔든다. 주변 흙을 호미로 살살 파내 뿌리째 캐면 끝. 아마추어들은 쉬엄쉬엄 캐다보면 작은 봉투를 채우는 데 한시간 정도 걸리는데, 아이를 데리고 온 어머니들은 한두번 캐본 솜씨가 아닌지 눈 깜짝할 사이에 온 식구가 양껏 먹을 만큼 캔다. 냉이는 뾰족한 도구만 있으면 쉽게 캘 수 있고, 냉이 주산지인 충남 홍성의 대장간에선 전용 ‘냉이호미’도 판다. 가격은 1만원대로 살 땐 “헉” 하지만, 쓰다보면 손 대신 호미를 붙이고 싶단다.
◆맛있게 먹는 방법은=쌉쌀한 맛이 매력적인 냉이는 어떤 요리에 넣어도 별미다. 특히 냉이는 된장과 궁합이 좋은데, 봄기운을 느끼려면 냉이된장무침만 한 것이 없다. 특별한 양념 없이 된장을 넣고 쓱쓱 버무려 입안에 한입 넣으면 봄 내음이 밀려온다.
냉이는 돼지고기와도 잘 어울린다. 돼지고기 뒷다리살을 삶아 간장과 고춧가루로 양념한 냉이와 함께 내면 근사한 한끼 식사나 술안주가 된다. 이외에도 잘게 잘라 밀가루로 버무려 달걀물에 적셔 부친 냉이전, 튀김옷을 입혀 기름에 튀긴 냉이튀김, 잘게 다진 냉이를 소에 넣은 냉이만두 등 냉이를 활용한 음식은 무궁무진하다.
올해 안성팜랜드에서는 냉이를 맛보려는 고객들을 위해 대패냉이덮밥·대패냉이볶음우동·냉이된장국수 3종을 선보이고 있다. 대패삼겹살이 들어가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덮밥과 볶음우동에 냉이를 넣어 산뜻한 맛을 더했다. 냉이된장국수는 냉이향 나는 구수한 된장국물이 일품이다.
경기 의정부 ‘금오식당’은 숨겨진 냉이 맛집 중 하나다. 금오식당은 봄철이 되면 곱창전골에 부추 대신 냉이를 수북이 얹어주는데 얼큰한 곱창전골 국물과 냉이가 어우러져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또 경북 포항 ‘포항곱창전골 효자동곱닭’은 냉이곱창전골 밀키트(Meal Kit·반조리식품)를 온라인으로 판매한다.
◆영양과 효능은=냉이는 흔히 ‘봄에 먹는 인삼’이라고 한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비타민 A·C·K 등이 풍부해 기력 회복에 좋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는 냉이가 간을 튼튼히 해주고 오장육부를 이롭게 한다고 나와 있다. 한의학에서도 자궁 출혈이나 월경 과다증상이 있을 때 지혈제로 냉이를 사용한다. 또 냉이는 칼슘·철분·인이 풍부해 혈액을 맑게 하고 숙취해소에 도움을 준다.
잘 모르는 사람은 간혹 냉이의 뿌리를 떼고 먹지만 진가는 뿌리에서 나온다. 뿌리에 냉이 고유의 단맛과 향, 영양성분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다만 냉이에는 약한 독성이 있어 생식보다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먹는 것이 좋다.
안성=박준하 기자 june@nongmin.com, 사진=김병진 기자
쑥
국·떡·튀김 등 어떤 요리 해도 맛있어
도다리 넣고 끓인 쑥국 맑은 감칠맛 찹쌀가루 넣고 부친 쑥전 봄철 별미
한방에선 약재로…성인병 예방 효과 소화 돕고 대장에 유해한 균 억제 작용
◆직접 캐보니=곰을 사람으로 만들어준 신화 속 영약(靈藥)인 쑥. 웅녀처럼 우직하게 매서운 시절을 견뎌낸 뒤 땅을 뚫고 ‘쑥!’ 올라오는 쑥은 이른 봄에 맛볼 수 있는 최고의 봄나물이자 약재다. 척박한 땅에서도 쑥쑥 잘 자라서 쑥이라는 이름이 됐다.
“동지 전에 새봄을 먹는다고 하죠. 살이 연한 도다리에 새끼손가락만 한 약쑥을 뜯어 넣고 끓여 먹으면 봄철에 그만한 약이 없죠.”
도다리쑥국과 멍게비빔밥 등 경남 통영의 다채로운 별미들을 정리한 책 <통영백미>의 저자인 이상희 통영음식문화연구소 대표의 말이다. 그의 설명을 들으며 햇볕이 잘 드는 공터를 찾아 쪼그려 앉으니 보송보송 흰 털이 돋아난 새 쑥이 눈에 띈다. 쑥은 양지 바른 곳이면 길가든 경작지 주변이든 상관없이 무리 지어 잘 자란다. 다만 쑥은 중금속을 흡착하는 성질이 있으니, 도심이나 하천 근처에 난 것은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쑥을 캘 때는 줄기를 잡고 땅을 스치듯 칼로 베어내면 된다. 쑥은 갓 돋아난 새 쑥이 있고 한겨울을 땅 위에서 버텨낸 묵은 쑥이 있다. 묵은 쑥이 향기는 더 진하지만 먹기엔 살짝 불그스름한 빛깔의 새 쑥이 더 부드럽고 맛있다.
◆맛있게 먹는 방법은=쑥은 국·밥·떡·튀김·술·차 등 어떻게 요리해도 맛있다. 그래도 쑥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별미는 통영의 향토음식이기도 한 도다리쑥국이다. 쑥의 잎과 줄기가 여린 이른 봄철에만 먹을 수 있는 계절 별미다.
원래 통영 뱃사람들이 포구 근처에서 캔 쑥과 도다리를 함께 끓여 먹기 시작한 데서 비롯했다는 이 음식은 맹물에 끓여야 제대로 된 맛을 볼 수 있다.
“시원한 맛을 내는 무와 알큰한 맛의 고추를 맹물에 조금 넣고 끓이다가 손질한 도다리를 넣어요. 도다리가 익으면 불을 끄고 그때 쑥을 넣으면 되죠.”
이 대표는 “마늘은 안 넣어도 되지만 취향껏 하시라”고 조언했다. 어간장으로만 가볍게 간한 국물을 한술 뜨면 봄을 맞은 들과 바다의 맑은 감칠맛이 기가 막힌다.
통영에선 쑥전도 별미로 즐긴다. 찹쌀가루에 쑥을 가득 넣어 전을 부치는데, 통영 사람들은 쑥지짐이(쑥전)를 부친 후 설탕과 꿀을 잔뜩 뿌려 먹는다. 꿀에 젖은 설탕 알갱이가 오도독 씹히는 식감에 향긋한 쑥 내음이 어우러진다. 봄철에만 맛볼 수 있는 ‘한정판 호떡’이라고 할까. ‘털털이’라고 불리는 쑥버무리도 별미다. 깨끗이 씻은 쑥에 멥쌀을 버무려 소금으로만 간한 후 쪄내는데, 촉촉하면서도 진한 쑥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영양과 효능은=‘7년 된 병을 3년 묵은 쑥이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또 <동의보감>에는 ‘따뜻한 성질을 가져 백가지 병을 고친다’라고 기록돼 있다. 이처럼 쑥은 예부터 명성이 자자한 약재였다. 한방에서 ‘애엽’이라고 불리는 쑥은 특히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액 순환에 도움을 주고 소염·진통 작용을 한다. 또 자궁을 따뜻하게 해줘 옛날에는 아이를 가지려고 쑥을 먹기도 했다.
쑥의 독특한 향은 소화를 돕는데 대장에 유해한 디프테리아균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시네올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쑥에는 비타민 A와 C 등 비타민도 풍부해 겨우내 부족했던 무기질을 보충해준다.
통영=이연경 기자 world@nongmin.com, 사진=김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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