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음식] 오곡밥·나물 크게 한입…오복이 들어오네
새해 첫 보름달이 뜨면 선조들은 올 한해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며 음식을 지어 이웃과 나눠 먹었다. 다섯가지 곡식으로 지은 오곡밥과 지난해 거둬 말려둔 묵나물을 상에 올려 겨우내 자칫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과 무기질을 보충했다. 조상들 지혜가 담긴 시절음식을 간단하고 맛있게 요리해 먹어보자.
오곡밥은 찹쌀·수수·차조·검은콩·팥 등 다섯가지 곡식을 섞어 지은 밥으로, 모든 곡식 농사가 잘되기를 바란다는 뜻이 담겼다. 우리나라 전통 색상인 오방색 ‘황·청·백·적·흑’을 나타내는 곡물을 먹음으로써 오행 기운을 골고루 받아 건강하라는 의미도 있다. 지역이나 기호에 따라 종류를 조금씩 달리 구성하기도 한다.
오곡밥을 지을 때 팥은 따로 삶아야 한다. 팥의 아린 맛을 빼려면 처음 삶은 물은 버리고 두번째 삶은 물을 쓰는데, 두번째 삶은 물에 검은콩을 넣어 10분 정도 함께 불린다. 팥과 콩을 불린 물로 밥을 지으면 밥알에 윤기가 돌고 맛이 좋다. 나머지는 같이 씻고 불린다. 오곡을 충분히 불려서 밥을 짓기 때문에 평소보다 밥물을 적게 잡는다. 전기밥솥에 오곡밥을 지었는데 너무 되다면 물을 조금 추가하고 보온을 눌러 10여분간 뜸을 들인다.
반찬으로는 묵나물을 무쳐 먹는다. 지난해 거둬 말린 나물은 신선한 채소가 귀한 겨울철, 식이섬유와 무기질을 섭취하기에 유용한 먹거리다. 호박고지·취·고사리·토란대·시래기·무 등 형편에 따라 마련한다. 조선시대 후기 세시풍속집인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따르면 우리 조상들은 박·버섯·가지 등을 말린 것과 순무·무 등을 묵혀둔 것을 진채(陳菜)라고 했고 정월대보름에 진채식을 먹으면 그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믿었다.
나물을 무칠 때 멸치육수를 넣으면 감칠맛이 좋다. 멸치육수는 물 2.5ℓ에 멸치 25g, 사방 10㎝짜리 다시마 1장, 대파 흰 부분 2분의 1대, 맛술 1큰술, 통후추 4분의 1큰술을 넣고 한소끔 끓여 만든다. 멸치육수는 차게 식혀 불린 묵나물 상태를 봐가며 넣는다.
오곡밥과 나물을 마른 김이나 삶은 취·배춧잎에 싼 복쌈도 대보름에 먹는 절식 가운데 하나다. 이날만큼은 밥상에서 크게 입을 벌려 음식을 먹어도 누구 하나 나무라지 않았다. 오히려 “큰 쌈만큼 큰 복을 받겠다”며 덕담을 주고받았다. 찹쌀에 밤과 잣 등을 넣고 설탕·간장에 버무려 찐 약식은 달곰하고 짭짤해 간식으로 먹기에 제격이다. 과거엔 대추·밤·잣은 흔히 구하기 어려운 재료였기에 형편이 좋은 양반들이 먹었고, 귀한 재료를 빼고 지은 것이 대보름 오곡밥으로 이어졌다고 알려졌다.
오곡밥
재료 - 멥쌀·찹쌀 1과 2분의 1컵씩, 팥 4분의 3컵, 검은콩 2분의 1컵, 수수·차조 3분의 1컵씩, 소금 약간
만드는 법
① 팥은 두번 삶는다. 처음 삶은 물은 버리고 두번째 삶은 물에 검은콩을 넣어 10분간 불린다.
② 찹쌀·멥쌀·수수·차조는 30분 정도 불리고 체에 받쳐 물기를 뺀다.
③ 압력솥에 불린 잡곡을 넣고 소금과 팥·콩 삶은 물로 밥물을 잡아 밥을 짓는다.
④ 오곡밥이 완성되면 주걱으로 골고루 섞은 후 식힌다.
※알이 작은 수수나 차조는 불리지 않아도 괜찮다. 팥 삶은 물이 어느 정도 식으면 검은콩을 넣어 불린다.
대보름 나물
재료 - 불린 묵나물(취·고사리·가지·호박고지) 200g, 무 300g, 묵나물 양념(식용유 2분의 1큰술, 국간장 2작은술, 들깻가루 1큰술, 들기름 1작은술, 다진 파 1과 2분의 1작은술, 매실청·멸치육수 적당량), 무나물 양념(멸치육수 3큰술, 식용유 1큰술, 생강술 2작은술, 국간장 2분의 1작은술, 소금 3분의 2작은술, 다진 파 1과 2분의 1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매실청 적당량)
만드는 법
① 마른 고사리·취는 쌀뜨물에 하룻밤 불렸다가 쌀뜨물째 삶아 물기를 짠다.
② 호박고지는 바락바락 주물러 씻고 마른 가지는 살짝 먼지만 털어 미지근한 물에 1시간 정도 불린 후 물기를 짠다.
③ 무는 채 썰어 소금에 30분간 절인 후 물기를 짠다.
④ 각각 불린 나물에 양념을 넣어 조물조물 무친 후 기름을 두른 팬에 넣고 볶는다.
⑤ 완성 후 고명을 얹는다.
※쌀뜨물이 없을 땐 밀가루나 전분가루를 푼 물에 씻거나 삶는다. 묵은내를 없앨 수 있다.
약밥
재료 - 찹쌀 2컵, 물 80㎖, 밤 20톨, 대추 10알, 잣 적당량, 흑설탕 90g, 진간장 1큰술, 참기름 2작은술, 식용유 1작은술, 생강청·계핏가루 적당량
만드는 법
① 찹쌀을 씻어 1시간 이상 불리고 체에 받쳐 물기를 뺀다.
② 밤은 뜨거운 물에 불려 껍질을 깐 후 2∼4등분 하고 대추는 채 썬다.
③ 전기밥솥에 잣과 계핏가루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넣고 밥을 짓는다. 대추는 일부 남겨두고 나중에 채 썰어 고명으로 얹어도 된다.
④ 완성된 밥에 잣과 계핏가루를 넣고 잘 섞은 후 식혀 모양을 잡는다. 참기름을 살짝 두르면 향이 더욱 좋다.
※밥물은 재료 위로 물기가 올라오지 않을 정도로 아주 적게 잡는다.
◇도움말=박연경 요리연구가
◇참고=국립민속박물관, 한국문화재단
성남=지유리 기자 yuriji@nongmin.com, 사진=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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