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일 칼럼]피를 토하며 윤석열·안철수에게 고함
'자유·우파+중도+합리적 진보'가 대연합 이루려면 윤석열·안철수 뭉쳐야尹과 安, 양아치 좌파와 위선적 우파의 내통·야합 막야야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입력 2022-01-29 10:33 | 수정 2022-01-29 10:33정치는 어떻게 하면 이기느냐의 싸움이자 예술이다. 이 싸움에선 이겨야만 의미가 있다. 지면 아무 의미가 없다. ‘정신 승리’ 운운은 패자의 넋두리다. 어떻게 해야 이기는가? 답은 하나, 둘이 싸울 때 연합·연립·연대(coalition building)를 더 잘하는 쪽이 이긴다. 연합·연립·연대란 무엇인가? 적을 고립시키고 이쪽이 다수가 되는 것이다. 대동소이로 다수를 내 쪽으로 끌어와야 이긴다는 뜻이다.
어떻게 해야 내가 다수를 끌어안을 수 있을까? 헤게모니 프로젝트(hegemony project, 주도권 확보)에 성공해야 한다. 우리 쪽이 적보다 월등하게 정치적·도덕적·문화적으로 영향력이 커야 한다. 10개의 정파가 다툰다고 할 때, 우리 편이 6~9개 정파의 공감과 지지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적으로, 도덕적으로, 문화적으로 우리가 적보다 훨씬 더 감화력이 있어야 그럴 수 있다.
우리 정계와 사상계에는 대국적으로는 보수 중도 진보가 있다. 미시적으로는 보수 안에도 유파가 있고 진보 안에도 유파가 있다. 1980년대 후부터 우리 정치에서는 자칭 진보 또는 좌파가 권위주의 정부로부터 국민의 마음을 떼어내는 데 더 성공했다.
보수 우파는 근대화와 경제발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정치적·문화적으로는 국민/대중/민중을 좌파에 빼앗기는 추세가 이어졌다. 1987년의 6.29 민주화 선언 또는 6월항쟁 때 이 좌파 헤게모니는 절정에 달했다. 우파 정치, 종교계, 문화계, 학계, 학생, 미디어들이 온통 운동권 주도에 휩쓸리는 모양새가 되었다.
이 추세는 갈수록 심해졌다. 그 주도권도 합리적 좌파 아닌 극좌 주사파가 거머쥐었다. 이 쏠림 앞에서 심지어는 기성체제의 최대 수혜자인 중·상층 부르주아들까지 좌파 대세에 영합하는 웃기는 생존법이 출현했다. 리무진 좌파, 캐비어 좌파, 기회주의 우파, 투항적 우파, 오렌지 우파, 날라리 우파, ‘중도실용주의’ 운운하는 말장난 우파가 바로 그들이다. 민주화운동이나 진보 운동에는 평생 1선에서 아무런 희생도 안 했던 그들이, 어느 순간 좌파 콤플렉스에 걸려 “나도 실은 조금은 진보, 보수는 절대 아니고”라며 교언영색(巧言令色) 하는 처세가 유행했다. 카멜레온 불사조(不死鳥)였다.
이들 기회주의 처세의 주인공들은 그들이 걸어온 길로 보아 도저히 진보 멤버로 인정될 수는 없다. 그래서 그들은 ‘보수’를 이탈해 ‘조금 좌로 클릭’ 하는 방식으로 좌파 대세에 맞췄다. 명분이야 흔했다. 우리는 중립이다. 우리는 중도다. 노털 보수는 극우다. 우리는 극우와 다르다. 우리는 틀딱 아니다. 우리는 꼰대 아니다. 우리도 나름대로 개혁, 진보다. 그러니 날 좀 봐주라...
이렇게 해서 ‘극좌+중도+이탈보수’의 다수연합이 구축되었다. 이 연합이 이명박 대통령을 청와대 뒷산에 올라 ‘ 아침이슬’을 부르게 만들었고, 박근혜 대통령을 온갖 거짓 선동으로 탄핵했다. 그리고 오늘의 대선국면이 와있다. 어찌할 것인가?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극좌 주사파 권력자들의 정치적·도덕적 타락이 극에 달했다. 그들은 좌파·진보가 아니라, 깡패, 도둑, 범죄자, 민간사찰, 1당 독주, 전체주의, 드루킹 부정선거, 거짓선동, 이중인격, 3권분립 해체, 기업 죄기, 친중 종북, 동맹외교 파탄, 원자력 황폐, 부동산 황폐, 언론 장악, 방역 실패, 세금 퍼주기, 국가부채 폭증, 홍위병 행패, 횡령·배임 주모자가 되었다. 그들의 이런 정치적·도덕적·문화적 권위 실추는 자유 우파 헤게모니 재건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그간의 ‘극좌+중도+이탈보수’의 다수연합을 깨고, 다시 ‘자유우파+중도+합리적 진보’의 대척(對蹠)적 다수연합을 재건할 기회가 왔다. ‘극좌·중도+이탈보수’가 다수연합일 때는 중도, 안철수 같은 입장이 좌로 가 붙었다. 합리적 진보는 ‘수정주의’로 낙인찍혀 설 자리조차 없었다.
그러나 주사파 타락이 온 천하에 폭로된 지금은 그 중도가 우파 쪽으로 올 개연성이 높아졌다. 합리적 진보도 극좌와 결별하고 본연의 정체성을 확립할 기회를 맞았다. 진보지만 극좌 전체주의에는 반대하는 진보가 나올 법하다. 조지 오웰처럼.
실제로 안철수가 많이 자유 쪽으로 다가왔다. 왕년의 좌파 정치인 26명이 대거 반대쪽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울산 양산에서도 전직 좌파의 집단적 이탈이 일어났다. 김대중 노무현 지지자들도 일부 돌아섰다. 성남 FC로 들어간 돈 흐름을 포착하고도 수사를 방해한 박은정 성남지청장의 처신에 항의해 박하영 차장검사가 사표를 내던졌다. 선관위 공무원들이 문재인의 조해주 연임에 항거해 궐기했다. 양아치 거짓 좌파 헤게모니의 말기 증상이었다.
문제는 그러나, 이 좋은 조짐을 간파하고 자유·우파·중도·합리적 진보가 그에 맞는 선택을 하느냐 못하느냐가 중요하다. 상황이 아무리 좋아도 사람들이 그걸 알아보고 써먹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구체적으로는 윤석열, 안철수 두 후보가 극좌와 이준석 따위의 훼방을 단호히 물리치지 못하면, 그래서 그들이 연합·연립·연대하지 못하면 모든 좋은 조건들이 다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양아치 좌파와 위선적 우파의 두 불순물을 제치고 ‘자유·우파+중도+합리적 진보’가 대연합을 이뤄내야만 이번 대선에서 그 양쪽 불순분자들의 내통·야합·거래를 이길 수 있다. 그들은 이미 음습한 지하 통로를 열었다. 이 두 권세의 합작음모에 패(敗)하면 자유 대한민국은 끝이다. 죽어봐야 지옥을 알겠다고? 제발 그러지 마시길.
시간이 없다. 연휴 직후에 결단해야 한다. 연휴 동안 살길을 택해야 한다. 뭣보다도 윤석열 안철수 두 사람이 고독한 실존적 대결단을 내려야 한다. 주변에 알짱거리는 싸가지 ‘자기 정치’ 소인배들의 귀엣말에 혹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 차원에서 먼저 선택을 잘해야 하늘도 돕는다. 윤석열 후보, 안철수 후보, 피 토하는 심정으로 고합니다. 정신 차리세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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