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까지 번졌다, ‘이승만 대통령’ 소환 붐 왜 벌어질까?
[송의달 LIVE] MZ세대·시민들에 번지는 ‘건국 대통령 이승만’ 재조명 열기
지난달 11일 오전 11시 서울 남산 기슭의 중구 퇴계로에 자리잡은 ‘이승만학당’. 주말인데도 26명이 교실 자리에 앉아 이영훈 교장(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자유주의 vs 민족주의’ 강의를 듣고 있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3시간 동안 계속된 이날 강의는 ‘이승만학당 토요강좌 13기’의 네 번째 모임이었다. 코로나 확산으로 작년 10월까지 1년 가까이 휴강하다가 거리두기 방침에 맞추어 평소 절반인 30명으로 11월 20일 시작했다.
‘이승만학당’은 이승만 대통령의 공과(功過) 평가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올바른 이해, 대한민국 건국정신 학습을 목표로 2016년 9월 출범했다. 토요강좌는 매기(每期) 시민 30~60명을 상대로 12회 강의하는 일정이다.
상근 교사인 주익종 박사(전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학예실장)는 “출장 강의와 주중(週中) 과정을 포함해 지금까지 이승만학당에서 배워간 시민은 500명쯤 된다”며 “최근 들어 수강생들이 많아지고 시민들의 반응도 뜨거워짐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건국 대통령 이승만(李承晩) 박사의 정신(精神)과 업적에 주목하는 ‘이승만 재조명’ 붐이 불고 있다. 해방 50주년인 1995년 ‘이승만과 나라 살리기’ 전시회 및 캠페인과 2008~2010년 달아올랐던 ‘이승만 연구 열기’에 이은 세 번째 파도이다. 이번은 지식인과 언론계 일부에 국한됐던 과거와 네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①디지털로 공간 확장...시민의 자발 참여
무엇보다 기존 전달 수단과 통로를 넘어 유튜브와 비대면(非對面) 강연 같은 온라인·디지털 플랫폼으로 무대 공간이 확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승만에 관심없던 개인 시민들의 참여가 활기(活氣)를 띠고 있다.
‘이승만학당’이 2018년 6월 문을 연 유튜브 채널 ‘이승만TV’가 대표적이다. 이 채널의 구독자는 7개월 만인 2019년 1월 1만명을 돌파했고, 그로부터 3년 만인 이달 현재 9만 8200여명으로 8배 넘게 늘었다. 2019년 6월 220만 건이던 누적 조회수는 지난달 1040만 건으로 30개월만에 4배가 됐다.
‘이승만 전도사(傳道師)’로 불리는 이 호(51) 목사(거룩한대한민국네트워크 대표)가 진행하는 히즈코리아TV와 이승만 대통령 관련 유튜브 방송도 매회당 수천~2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역사나 정치학 등을 전공하지 않은 비전문가 개인들이 이승만 관련 서적을 잇따라 내놓는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두 명의 자녀를 둔 평범한 가정주부인 정현채씨는 2020년 6월 <엄마가 들려주는 이승만 건국 대통령 이야기>를 출간해 1년 반 만에 7쇄를 찍고 1만4000여권 팔렸다.
이런 판매 실적은 출판계에서 이례적인 현상으로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 없이는 불가능하다. 2019년 나온 <나라 잃은 소년 나라를 세우다 이승만이야기>는 미술교육 전공교수와 석사과정 학생이 공동으로 쓴 청소년·성인 대상 서적이다.
2018년 출간된 <1952 부산, 이승만의 전쟁-대한민국 최초 직선제 개헌, 부산정치파동 실록>은 1970년생 시민인 주인식 KBS PD가 썼다. 이영훈 이승만학당 교장은 “4~5년 전부터 대한민국에서 ‘자유’(自由)와 ‘개인’(個人)이 소멸 위기로 내몰리면서, 시민 개개인들이 이승만 정신의 본질과 업적을 다시 찾고 있다”고 말했다.
◇②새로운 주체...MZ세대와 개신교 목사
이 가운데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에 출생한 세대)의 ‘이승만 관심’이 돋보인다. 일례로 2018년 1월 시작한 ‘이승만학당 4기 토요반’의 경우, 수강생 57명 가운데 20~30대가 16명으로 30%에 달했다. 각각 17명씩인 40~50대와 60대와 비슷했다. 4기생으로 당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식자재 유통업을 한 김성한(40)씨는 “돈 버는 것 외에 우리 사회와 나라의 정체성을 확인해보고 싶어 등록했다”고 말했다.
‘이승만학당’ 집계를 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총 수강자의 20% 정도가 MZ세대로 파악됐다. 주익종 박사는 “유튜브 시청자와 현장 강의 수강자 모두 MZ세대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희망적이다”고 말했다.
신(新)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약칭 신전대협)과 전국학생수호연합 같은 청년 단체들도 이승만 정신 계승(繼承)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사단법인 대한민국사랑회(회장 김길자)는 그 공로를 인정해 작년 8월 김태일 신전대협 의장과 김화랑 전국학생수호연합 대표에게 ‘우남 이승만애국상’ 청년상(賞)을 수여했다.
공개적인 이승만 평가를 자제하던 개신교 목사들도 최근 전면에 속속 나서고 있다. 유튜브 강의와 <하나님의 기적 대한민국 건국 1,2> 책 발간 및 강연을 하는 이 호 목사는 “대한민국이 성취의 역사를 이뤄온 바탕에는 이승만과 기독교가 있다”고 했다.
김재동 서울 은평구 하늘교회 담임목사는 성인(成人)들을 대상으로 매월 둘째 주일에 ‘이승만대학’을 열어 이승만의 애국(愛國) 활동을 알리고 있다.
성균관대 전자공학과와 장신대 신학과에서 공부한 김 목사는 100권이 넘는 이승만 관련 서적을 읽고 <한국 근현대사 바로 알기>라는 저서를 냈다. <선지자 이승만 대통령>을 2020년 낸 박원철 목사, <이승만의 분노>를 2016년에 쓴 전광훈 목사와 김형민, 손현보, 장경동 목사 등도 ‘이승만 정신’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
◇③30~40대 신진 연구자들 가세
이번 이승만 붐의 또다른 특징은 이승만 대통령 시대를 경험하지 않은 젊은 신예(新銳) 연구자들이 새롭게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1960년대 후반~1980년대생인 이들은 이승만에 대한 모든 편견(偏見)에서 벗어나, 이승만 대통령이 남긴 1차 자료들을 객관적이고 중립적 입장에서 천착(穿鑿)한다.
사료(史料)와 문서 자료 등에 대한 엄정한 분석을 바탕으로 지난해 <우남 이승만 평전-카리스마의 탄생>을 발간한 이택선 충남대 사회과학연구소 교수연구원, <이승만의 기독교 네트워크와 미국에서의 정치외교활동, 1904~1954>를 주제로 연세대에서 최근 학위를 받은 유지윤 박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유지윤(45) 박사는 “나 역시 이승만 대통령은 독재자라고 굳게 믿었지만 관련 자료들을 접할수록 그가 진정한 애국자임을 깨닫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를 원동력 삼아 직장 일을 하며 8년 여만에 박사논문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열린 제127회 ‘이승만포럼’에서 ‘미일(美日)전쟁 시기 이승만의 외교활동과 공공 외교’를 주제로 온라인 강연을 한 한서영 연세대 대학원생도 신진 연구자이다. 15만여장의 이승만 대통령 공사(公私) 문서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연세대학교 이승만연구원은 학계에서 이승만 연구의 산실(産室)로 꼽힌다.
최연식 원장은 “이승만 대통령 전집(全集) 18권과 동문(東文·한글 한문 문서) 서한집 등을 이미 발간했고 앞으로 심도있고 차별화된 연구 결과물을 계속 내겠다”고 말했다.
◇④“혼란 겪을수록 ‘근본’ 돌아가자는 각성”
이번 ‘이승만 재조명 붐’이 결정적으로 다른 마지막 이유는 최근 국내외 정세가 과거 수준을 뛰어넘는 구조적이고 거대한 격변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국내의 경우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권은 시종일관 대한민국 헌법에 명문화된 ‘자유’ 삭제를 꾀하고, 이승만 정부를 친일(親日) 매국 정부로 단정하며, 이승만의 대한민국 건국 정신을 부정(否定)해 오고 있다.
한국정치외교사학회 회장을 지낸 김명섭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문재인 정부 들어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 한미(韓美)동맹이라는 대한민국의 3대 정체성(正體性)이 실질적으로 위협받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혼란스러울수록 근본으로 돌아가자는 각성이 국민들 사이에 퍼지면서 이승만 소환 붐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위기를 타개하려면 박정희 대통령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우파(右派) 진영의 인식도 작용했다. 산업화와 민주화, 경제발전을 넘어 대한민국의 건국 정신과 뿌리를 제대로 인식해야 우리나라의 안정된 미래가 가능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미국·중국의 전면적인 체제 대결이 갈수록 격화하고, 중국·북한·러시아 등의 전체주의(全體主義) 독재의 실상(實像)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목숨 걸고 지킨 ‘개인’과 ‘자유’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동시에 위대한 정치가로서 이승만의 혜안(慧眼) 용기(勇氣)가 재평가받으며 그에 대한 ‘재조명 붐’을 더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장은 “5000년 우리 역사에서 ‘개인’이란 존재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야 인정받기 시작했다”며 “이승만 재조명 붐이 일시적 현상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2차 세계대전 후 세계 최고 모범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의 기틀을 세운 지도자라는 측면에서 입체적인 평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좌파는 ‘이승만 지우기’...우파는 정신 못 차려”
“정부가 김대중, 노무현 재단 등에는 연간 수백억원을 지원하면서 대한민국 국부(國父)인 이승만 대통령 기념사업회에는 1원도 지원하지 않고 있다. 수많은 단체를 돕는 국가보훈처 조차 이승만 대통령 추모와 탄신 행사에 200만원 정도 지원하는 게 전부이다.”
2020년 <이승만 현대사, 위대한 3년>이라는 역저(力著)를 낸 인보길(82) 뉴데일리 회장은 이주영 건국대 사학과 명예교수 등과 함께 2010년 3월부터 올해로 13년째 매월 ‘이승만 포럼’을 열고 있다.
‘이승만은 누구인가’ ‘이승만과 그의 시대’ ‘대한민국은 왜 건국을 기념하지 않는가’ 같은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탄생해서는 안 될 나라’라는 비뚤어진 역사관으로 뭉친 좌파(左派)들은 이승만 대통령을 분단의 철천지 원수로 삼아 ‘이승만 지우기’에 총력인데, 우파(右派)들은 아직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고 밝혔다.
인 회장은 “지금 우리나라는 역대 좌파 정부들이 전교조 등과 합세해 대한민국 건국 정신을 송두리째 흔들고 허물며, 모든 분야에서 북한과 같은 공산화의 길을 향해가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을 상대로 쟁취한 한미(韓美) 동맹과 자유민주 헌법이 없었다면, 이 나라는 이미 전체주의 치하에 들어갔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승만 정신을 재발견해 대한민국 본래의 건강하고 올바른 건국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며 “이승만 대통령이 목숨 걸고 지킨 자유와 민주를 창과 방패 삼아 친북(親北)·종중(從中) 흐름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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