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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이야기

[펫푸드 농업이 뜬다] 4가구 중 1가구 “멍이♡ 냥이♡”…밥값 아낌없이 쓴다

 

[펫푸드 농업이 뜬다] 4가구 중 1가구 “멍이♡ 냥이♡”…밥값 아낌없이 쓴다

입력 : 2021-09-03 00:00
그래픽=송희정

펫푸드 농업이 뜬다 (상) 반려동물 전성시대 블루오션 된 펫푸드 농업
 

날개 단 펫푸드 산업

2020년 반려동물 가구 638만 국내 펫푸드시장 1조원 ‘훌쩍’

관련 업체 약 1000곳 추정 아직은 외국 업체들이 강세

품질 좋은 국산제품 만들려면 동물성 단백질 조달 쉬워야

 

반려인 1500만명 시대를 반영하듯 펫푸드(반려동물 먹이) 산업이 급성장하는 추세다. 단순 사료의 개념에서 이젠 사람이 먹는 식품과 동등한 수준으로 펫푸드의 위상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농업계에도 펫푸드 열풍이 감지된다. 펫푸드 제조에 뛰어드는 청년농이 늘고, 국산 농축산물을 활용한 고급 사료·영양제가 앞다퉈 출시되는 실정이다. 국내 펫푸드 농업의 현황을 살피고 미래 성장 가능성 등을 3회에 걸쳐 모색해본다.

핵가족화와 1인가구 증가 등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갈수록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638만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른다. 전체 가구의 27.7%다. 네가구 중 한가구 이상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셈이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늘다보니 관련 산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푸드(사료)다. 유로모니터는 2020년 기준 국내 펫푸드시장 규모는 11억5290만달러(약 1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2019년에 비해 15%나 커진 것.

KB금융경영연구소가 올해 내놓은 ‘2021 한국 반려동물보고서’에 의하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의 월 양육비는 약 14만원이다. 이 중 사료비가 33.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다음이 간식비로 17.8%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펫푸드시장 성장에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크게 늘면서 반려동물과 보내는 시간도 많아져 관련 지출을 주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의 시장 진출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펫사료협회에 따르면 협회 회원사는 80개가량이다. 하지만 협회에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은 업체를 모두 합하면 펫사료 업체는 족히 1000개는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간식 시장을 겨냥한 소규모 업체들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경북 안동에 있는 ‘멍멍하누’도 그중 하나다. 이 업체는 한우 부산물을 이용해 수제간식을 만든다.

이처럼 펫푸드 산업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외국 업체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현실은 국내 업계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수입 사료가 국내 펫푸드시장의 65.3%를 차지한다.

국내 업체가 판권만을 사들인 외국 업체의 매출을 감안하면 국내 업체의 점유율은 30%대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6∼2020년 펫푸드 무역 적자는 1조원이 넘었다.

실제 수십년간 외국 업체가 쌓아 올린 사료브랜드의 명성을 하루아침에 따라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외국 사료에 대해 국내 반려가구의 충성도가 높은 점도 문제다. 2년여간 반려견을 키웠다는 김모씨(40·세종시 도담동)는 “주로 외국 사료를 먹인다”며 “외국 제품을 먹이면 강아지의 변 색깔까지 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 식품업체인 CJ제일제당과 빙그레가 2019년 펫푸드시장에서 철수한 것은 외국 업체와의 경쟁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처음 키울 때 동물병원에서 사료를 추천받는데, 동물병원에 있는 사료 대부분이 수입 사료”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혀가며 꾸준히 시장을 공략하는 업체도 많다. 사람도 먹을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해 펫푸드의 ‘인간화(Humanization)’를 추구하는가 하면, ‘웰빙’ 트렌드에 맞춰 무항생제 사료를 생산하는 업체도 생겨나고 있는 것.

제형진 한국펫사료협회 사무국장은 “과거에 비해 국내 펫푸드업체들의 기술력이나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져 이제는 수입 사료와 견줘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품질 좋은 펫푸드를 만들기 위해선 쇠고기 등을 베이스로 하는 동물성 단백질을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국내는 그렇지 않다”며 “양질의 동물성 단백질을 보다 쉽게 조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륜 기자 seolyoo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