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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국방

4개월만에 성능 급진전… 지그재그로 날며 韓美 요격망 무력화

4개월만에 성능 급진전… 지그재그로 날며 韓美 요격망 무력화

北, 미중러 이어 4번째 극초음속 미사일 갖나

입력 2022.01.07 03:57
 
북한이 전날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6일 보도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9월 28일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시험 발사를 처음으로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은 전날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왼쪽)과 작년에 발사한 화성-8형(오른쪽)으로, 탄두부 모양이 다소 다른 모습이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북한이 지난 5일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마하 5(음속의 5배·시속 6120km) 이상 속도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현존하는 지대공 미사일로 요격이 거의 불가능한 속도를 내는 ‘게임 체인저’급 무기를 북한이 전력화하기 직전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이 러시아·중국·미국에 이어 세계 4번째 극초음속 미사일 보유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거리 늘려 괌·오키나와까지 타격 가능

극초음속 미사일은 30~70km 고도에서 분리된 탄두가 마하 5 이상 속도로 저고도에서 활강한다. 탄착 지점을 예측해 탐지·요격이 가능한 기존 탄도 미사일과는 달리, 저고도에서 변칙 기동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은 비행 궤적과 낙하 지점 예측이 어렵다. 탐지·요격이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한미의 기존 미사일 요격망이 붕괴할 수 있다.

북한은 이번 극초음속 미사일 사거리가 700km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소식통은 “발사체를 교체하면 3000km까지 사거리를 충분히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반도 전역을 넘어 오키나와 주일미군 기지, 미국 영토인 괌까지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 전력을 지원하는 미·일 후방 기지까지 무력화한다.

그래픽=양인성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량형 탄도 미사일(KN-23)은 변칙 기동이 특징이라 기존 요격망으로는 방어가 어렵다”고 했다. 여기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장거리 순항 미사일, 방사포 등을 섞어서 투발하거나 탄두에 전술핵을 탑재할 경우 위협은 몇 배로 커진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해 9월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마하 3, 사거리 200km)보다 속도·사거리가 모두 늘어났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120km를 측면 기동했다”고 밝혔다. 미사일이 상하좌우로 변칙 기동을 하며 120km를 비행했다는 것으로, 탐지가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탐지가 안 되면 요격도 불가능해진다.

 

◇4개월 만에 기술 급진전

북한은 불과 4개월 만에 속도·사거리뿐 아니라 미사일 형상, 탄두 디자인 등에서도 괄목할 만한 기술 진전을 보였다. 활공체의 날개폭과 길이 비율이 지난 1차 발사 때보다 2.9대1에서 3.1대1로 더 길쭉해졌다. 지난해 10월 북한이 국방발전전람회에서 공개한 신형 기동식 재진입체(MARV) 형상과 유사한 것으로, 변칙 기동을 더욱 용이하게 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탄두부 역시 지난해 9월 날렵한 글라이더 형태에서 이번엔 원뿔 형태로 변했다. 신종우 사무국장은 “비행 능력이 우수한 글라이더 탄두와 가속이 편리한 원뿔 탄두를 북한이 모두 실험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그만큼 전력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 5개년 무기 개발 계획대로

북한 김정은은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순항 미사일, 전술핵무기, 핵추진 잠수함, 극초음속 미사일, 다탄두·고체 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찰 위성, 신형 무인기 등 신무기 개발을 공언했다. 실제 전술핵무기와 장거리 순항 미사일은 수개월 만에 시험 발사에 성공하기도 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는 6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사실은 국방 강화를 위한 계획이 착실히 수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조선(북한)의 국방 강화 사업에는 정해진 계획과 노정도가 있다”고 했다. 김정은이 결정한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을 계속 진행한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의 행태로 미뤄볼 때 조만간 또다시 신형 미사일 시험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정부 관계자는 “핵추진잠수함, 다탄두·고체 연료 ICBM 등을 올해 추가로 공개할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며 “북이 신기술로 도발할 때마다 한미가 방어하기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