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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끝" "짧고 굵게" "후퇴 없다"…빈말된 文의 '장밋빛 전망'

"터널끝" "짧고 굵게" "후퇴 없다"…빈말된 文의 '장밋빛 전망'

중앙일보

입력 2021.12.18 08:00

“드디어 백신과 치료제로 긴 터널의 끝이 보입니다”.

지난해 12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했던 말이다. 문 대통령은 짧은 연설에서 ‘터널의 끝’이란 말을 세번이나 반복해 사용했다. 그리고 1년 뒤인 지난 7일 문 대통령은 “터널의 끝이 보였다가 사라지고, 산 하나를 넘으면 또 다른 산이 앞을 가로막는 위기의 연속”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2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터널의 끝을 언급했던 1년전 하루 확진자 수는 686명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달 중 1만명, 1월 중 2만명”(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됐다. 결국 정부는 지난 16일 뒤늦게 ‘단계적 거리두기’ 조치를 중단했고, 문 대통령이 말했던 터널의 끝은 지키지 못한 말이 됐다.

방역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장밋빛 전망’과 ‘실패’는 이후로도 계속 반복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내 기업들의 치료제 개발에 빠른 진전이 있어,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초에는 가시적 성과가 있을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치료제 개발에서 선도 국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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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국산 치료제는 아직 희망이 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10월 경기 성남의 SK바이오시언스를 방문, 세포배양실에서 현미경을 보거 있다. 연합뉴스

오히려 국산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대한 믿음 때문에 백신 도입이 늦어졌고, 문 대통령은 백신 공급 차질 등 각종 비판에 직면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대변인을 통해 “백신 도입과 개발을 수차례 지시했다”며 반발하다가, 결국 백신 접종이 목표 수준에 이른 뒤에야 “백신 접종을 늦게 시작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17일 “임기 중반을 넘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방역 상황에 상당히 연동해 움직였던 것이 그동안의 여론조사 등을 통해 확인된다”며 “사과에 인색했던 문 대통령이 방역 실패 상황에 대해서만은 지금까지 5차례나 사과 메시지를 낸 배경도 내년 선거를 앞둔 지지층 이탈을 우려한 측면 때문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방역 위기 때마다 사과를 하면서도, 긍정적 전망을 계속 함께 내놨다.

지난 7월 12일 문 대통령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과 관련 “짧고 굵게 상황을 조기에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며 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설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월 30일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2주일에 끝낸다던 4단계 조치는 지난달 1일까지 4개월 가까이 지속됐다.

그리고 지난달 1일 “모든 나라가 K방역을 최고로 인정하고 있다”는 문 대통령의 자평 속에 시작된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는 불과 45일만에 끝났다.

일상회복 조치 이후 코로나 감염이 폭증한 상황에서도 문 대통령은 여전히 ‘긍정론’만 제시하며, 방역당국에서 여러차례 요청했던 ‘즉각적 방역조치 강화’를 수용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오히려 지난달 2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1만명 정도까지 확진자 수가 늘 수 있다고 생각하며 대비했다”며 ‘후퇴 불가’ 방침을 밝혔다. 같은달 29일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도 “단계적 일상회복을 되돌려 과거로 후퇴할 수는 없다”며 버텼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2021 국민과의 대화 '일상으로'에서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번 국민과의 대화는 코로나 위기 극복 관련 방역·민생경제를 주제로 100분간 진행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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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문 대통령은 호주 국빈방문에서 돌아온 다음날인 지난 16일에서야 일상회복 조치를 철회하고 거리두기로 후퇴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국민께 송구스럽다”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과정에서 위중증 환자의 증가를 억제하지 못했고, 병상 확보 등에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다”고 사실상 오판을 인정했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방역과 같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는 정확한 상황 판단에 따른 일관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문 대통령이 유독 방역과 관련해선 과도하게 단정적인 긍정론을 반복했다가 결국 실패하는 것을 반복해하면서 남은 기간 국민적 정책신뢰도를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을 자초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한 문재인 대통령이 6월12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코로나19 백신 공급 확대 및 보건 역량 강화 방안을 다룰 확대회의에 참석해 각국 정상들과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는 해당 사진에 대해 "각국 정상이 한국의 방역 성과를 인정한 것"이라고 홍보했다. 연합뉴스

안 교수는 또 “지금처럼 결정적 잘못이 확인됐음에도 방역에 책임이 있는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 불신이 보다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