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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극찬 '새만금 태양광' 사업의 난맥상…'무자격 업체'가 설계

文극찬 '새만금 태양광' 사업의 난맥상…'무자격 업체'가 설계

중앙일보

입력 2021.12.17 14:58

업데이트 2021.12.17 17:31

문재인 대통령이 “새로운 에너지 전환의 새천년 역사를 선포한다”고 극찬했던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이 무자격 업체에 대한 특혜성 수의계약으로 설계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0월 30일 오전 전북 군산 새만금 수상태양광 발전소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17일 공개한 새만금 수상태양광 발전사업에 대한 공익감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2018년 10월 30일 수상태양광 발전사업의 사업자로 선정됐고, 두달여만인 2019년 1월 현대글로벌과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했다.

그런데 설계를 맡은 현대글로벌은 태양광 설비 설계와 관련한 아무런 면허를 보유하지 않은 무자격 회사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2억 1000만원 이상의 전력시설물 설계 용역의 경우 집행계획을 공고해 기준에 따라 업체를 선정해야 하지만, 한수원은 설계 자격이 없던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었다.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의 총 사업비는 4조 6200억원으로, 공고 대상 기준을 월등히 초과한다.

전력기술관리법령에 따라 자격이 없는 업체에 사업을 발주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0월 30일 전북 군산시 유수지 수상태양광부지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 행사를 마치고 수상태양광 시설을 돌아보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 성윤모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송하진 전북도지사, 문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감사원은 이와 관련 “당시 한수원이 집행공고와 자격업체에 대한 발주 등 관계법령에 대한 아무 검토 없이 ‘해당 사업은 국가계약법 대상 사업이 아니고, 수의계약이 가능하다’고 임의로 판단했다”며 “그 결과 새만금 태양광 사업은 무자격 업체와 228억 1100만원의 수의계약을 통해 진행됐다”고 밝혔다.

특히 면허가 없었던 현대글로벌은 한수원과의 정식 계약이 체결되기 3개월 전 이미 다른 업체에 사업 전체 업무를 맡기는 내용의 195억원 규모의 하도급 계약을 체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을 수주받은 뒤 아무런 업무를 하지 않고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33억 1100만원의 차익을 남김 셈이다.

공교롭게 한수원이 새만금 수상태양광 발전사업의 사업자로 선정됐던 2018년 10월 30일은 문 대통령이 새만금 수상태양광부지를 직접 방문해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선포식’을 했던 날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0월 30일 전북 군산시 유수지 수상태양광부지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 행사를 마치고 수상태양광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문 대통령은 “전라북도 새만금을 명실공히 대한민국 재생에너지 중심지로 선포하는 날”이라며 “새만금의 태양이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언급했던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로 확대한다는 내용의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은 탈(脫)원전을 근간으로 한 에너지 정책의 핵심축이 됐다.

지난 5월 감사원에 해당 사업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한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의 민간위원 등은 태양광 설계 경험도 없던 현대글로벌이 문 대통령의 비전선포식 7개월 전 새만금 수상 태양광 사업을 먼저 제안하고, 문 대통령의 비전선포식 직후 사업자로 특혜 선정된 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그러나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감사 대상에서 현대글로벌과 한수원 등의 관계를 비롯해, 수의계약이 맺어진 배경 등은 이번 감사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감사에서 감사원은 감사청구사항 5개 중 SPC 설립 등에 대한 4개항은 각하ㆍ기각하고 설계용역 발주업무와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만 감사를 진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24일 국내 최대 규모이자 세계 10위 부유식 태양광인 합천댐 수상태양광 현장을 찾아 물문화관에서 지역주민, 전문가,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 등과 현장 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뉴스1

한수원은 8월 30일부터 한달간 진행된 감사원의 감사가 끝난 뒤인 지난 10월 15일에야 현대글로벌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한수원측은 현대글로벌이 하청을 줘 얻은 이득 33억 1100만원을 감액해 정산한 뒤 11월 17일 자격을 갖춘 업체와 신규 용역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사에서는 정확한 정산액수와 신규 계약사와의 계약 과정의 적법성 등에 대해서는 추가로 확인되지 않았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원칙적으로 수용하며, 향후 업무처리 시 위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수행하겠다”며 “신규 계약을 체결하는 등 시정조치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글로벌은 홈페이지에 지금도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을 자신들의 포트폴리오에 포함시켜 홍보하고 있다. 본지는 현대글로벌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을 추진했다는 점을 홍보하고 있는 현대글로벌 홈페이지. 현대글로벌은 관련 자격이 없는 상태에서 한수원의 파트너로 수의계약을 맺어, 수상태양광 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현대글로벌 홈페이지 캡처

한수원은 문재인 정부 때 이뤄진 ‘월성 1호기’ 조기 페쇄와 관련해 이미 감사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 감사는 검찰 수사로 이어져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한수원 사장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강태화ㆍ윤성민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