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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2000억 세금 들여 조사해도 ‘세월호 침몰 원인’ 밝혀지지 않는 진짜 이유

2000억 세금 들여 조사해도 ‘세월호 침몰 원인’ 밝혀지지 않는 진짜 이유

[아무튼, 주말-서민의 문파타파]
특조위·사참위까지 나섰는데 그들은 왜 충돌설에 목맬까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공동저자
입력 2021.11.20 03:00
 

“저희 배의 날개 부분에 뭔가, 약간의 충격을 받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지난 11월 1일, KBS 뉴스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 당시 조타수였던 조모씨의 증언을 다시 조명했다. 증언에 나오는 날개는 핀 안정기라 불리는 ‘스태빌라이저’다. 배 중심부 아래 왼쪽과 오른쪽에 달려 있으며, 배의 흔들림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단다. 조씨의 말은 여기에 뭔가가 부딪쳤다는 뜻으로 들린다. 세월호를 인양하자 조씨의 말에 신빙성이 더해졌다. 확인 결과 왼쪽 날개가 50.9도까지 돌아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것이 꼭 외부 충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해저면에 부딪혀도 날개가 꺾일 수 있으니 말이다.

일러스트=유현호

어느 게 맞는지 알아보기 위해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는 10억원을 들여 용역 연구를 수행했다. KBS는 익명의 사참위 관계자 말을 인용해 운항 중 충돌설이 맞는다고 말한다. 단순히 해저면에 부딪히는 것만으로는 날개가 50.9도나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세월호가 무언가와 부딪친 거라면, 그게 무엇일 가능성이 큽니까?” 앵커의 질문에 기자가 답한다. “우선 침몰 지점에 암초 같은 자연 지형지물이 없습니다. 해저에서 스태빌라이저가 과회전할 정도의 강한 힘이 무엇일까에 대해 일부 사참위 관계자들은 잠수함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보도가 나가자 사참위는 소위 잠수함 충돌설이 위원회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계 역시 KBS가 보도에서 인용한 용역 연구 결과물들이 과학적 엄밀성이 떨어지거나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세월호 침몰 원인은 다시 미궁으로 빠졌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7년 반이 지났다. 그 기간 중 무려 아홉 차례나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를 놓고 논쟁 중이다. 2014년 10월, 가장 먼저 조사에 나선 합동수사본부는 조타수의 조타 미숙을 원인으로 봤다. “세월호는 선사 측의 무리한 증톤 및 과적으로 인해 복원성이 현저히 악화된 상태에서 운항하던 중 조타수의 조타 미숙으로 인한 변침으로 배가 좌현으로 기울며 제대로 고박되지 않은 화물이 좌측으로 쏠려 복원성을 잃어 침몰했다.” 유족들은 물론이고 많은 국민들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았다. 참사 후 6개월도 안 돼서 졸속으로 결과를 발표한 데다, 선체 인양도 하지 않았으니 그럴 만도 했다.

좌파들은 다른 원인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선박 충돌설, 암초설, 폭침설, 잠수함 충돌설 등등이 그것인데, 음모론의 거두 김어준은 세월호가 운항 중 닻을 내려 침몰했다는 고의 침몰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뒤 이루어진 네 번의 조사에서도 이 의혹들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좌파들은, 그리고 이들의 주장에 넘어간 유족들은, 그때마다 조사 결과를 부정했다. 박근혜 정권에서 이루어진 조사였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치자. 진짜 문제는 그 이후였다.

2017년 초,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됐다. 세월호 선체가 인양됐고, 세월호 진상 규명을 부르짖던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 이번에야말로 침몰 원인을 밝히겠다며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이하 선조위)가 만들어졌다. 선조위가 의뢰한 곳은 ‘마린’이라는 네덜란드 해양연구소. 기존의 조사가 컴퓨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에 의존한 반면, 세계에서 가장 큰 수조를 갖고 있는 ‘마린’에서는 실제 배를 이용한 검증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당시 MBC 보도를 보자. “이곳에는 대략 축구장 크기 한 개에 달하는 대형 수조가 있는데요. 세월호를 축소 제작한 6m 길이의 모형 배를 이곳에 띄워 사고 당시 속도로 주행해보는 겁니다.” 2018년 8월, 1년여의 활동 끝에 선조위의 최종보고서가 발표된다. 결론은 외부 충격이 없었다는 것, 어떤 방법으로 힘을 가해도 선체가 선회하는 정도가 사고 당시 항적처럼 나오지 않았단다. 세계 최고의 기관에서 한 실험 결과이니, 이를 따르는 게 맞는다.

하지만 선조위 일부 위원들이 반기를 들었다. 심지어 그들은 마린의 보고서 초안에 있던 ‘외력 가설은 기각됐다’는 구절을 삭제하라고 압력을 가하기까지 했다. 반대파 중 한 명인 권영빈 위원의 말을 들어보자. “마린 용역보고서에 나와 있는 결론이 마치 정답처럼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게 아니라… 용역 데이터를 분석해서 우리 입장으로 결론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 용역 결과에 관계없이 자기들 마음대로 결론을 내도 된다면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용역을 줄 필요가 있을까?

결국 선조위는 둘로 쪼개졌고, 그들은 ‘배 자체의 문제다’라는 보고서와 ‘외부 충격이 원인이다’라는 보고서를 따로 만드는 촌극을 빚은 채 해산하고 만다. 미리 알았어야 했다. 좌파들은 세월호 침몰 원인이 밝혀지는 것을 꺼린다는 사실을 말이다. 원인을 몰라야 세월호 조사를 빌미로 돈을 뜯어낼 수 있고, 박근혜 정부도 욕할 수 있으니, 조사 결과를 부정하는 게 낫지 않겠는가? 문재인 정부에서 이루어진 네 차례의 조사에서마저 세월호의 진상이 규명되지 않은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사참위는 선조위가 해산된 뒤인 2018년 12월 출범했다. 외부 충격설을 입증하겠다며 쓴 10억원을 비롯해 사참위는 2년간 218억원의 예산(국회 예결산 자료)을 썼다. 주호영 의원에 따르면 세월호 인양에 1400억원, 진상조사에 720억원 등 총 2000억원 넘는 비용이 들어갔다는데, 좌파들의 허기는 채워지지 않았다. 2년의 임기가 끝나는 2020년 12월, 그간 세월호에 관심이 없어 보였던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사참위 활동 기간을 2년 더 늘리고, 인원을 늘려 달라는 내용의 사참위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CCTV DVR 데이터 조작 등이 새롭게 발견돼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국회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고, 여기에는 박주민 의원도 동참했다. 180석을 가진 여당 의원들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방해와 비협조로 일관된 행태를 당장 중지하고 사참위법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 달라’고 읍소했다. 결국 사참위 임기는 1년 6개월 연장됐다. 꼭 점쟁이가 아니라도 1년 반 뒤의 일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유가족이 농성을 하고, 그때도 국회의원인 박주민이 법률안 개정안을 낸다. 그리고 사참위의 임기는 또다시 연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