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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던져 청년 죽게한 6급, 극단선택한 9급…文, 공직기강 질책

돌던져 청년 죽게한 6급, 극단선택한 9급…文, 공직기강 질책

중앙일보

입력 2021.11.19 14:02

업데이트 2021.11.19 14:58

공무원이 도로에 던진 경계석에 배달원 숨져 

최근 대전시 공무원이 돌을 도로에 던져 오토바이 운전자를 사망하게 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다른 공무원을 극단적 선택을 하게 하면서 공직기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와 관련, 최근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입법 미비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19일 대전 둔산경찰서에 따르면 대전시 공무원 A씨(6급·50대)가 전날 구속됐다. A씨는 지난 6일 오전 1시쯤 대전시 서구 월평동의 한 인도를 걷던 중 가로수 옆에 있던 경계석(길이 44㎝, 높이 12㎝)을 왕복 4차로의 도로에 던졌다. A씨가 돌을 던진 뒤 5~6분쯤 지나 오토바이를 몰고 도로를 지나던 20대 배달원이 이 돌에 걸려 넘어졌다. 이 배달원은 결국 목숨을 잃었다. A씨는 경찰에서 “당시 술에 취해 (경계석을 던진) 행동이 기억나지 않는다. 사고가 난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

 “집단 따돌림 등 호소” 9급 극단적 선택
앞서 지난 9월 26일에는 대전시 9급 공무원 B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B씨는 올해 1월 9급으로 공직에 들어온 새내기 공무원이다. B씨 유족과 변호인 측은 B씨에 대한 무시, 과중한 업무 부담, 부당한 지시·대우, 집단 따돌림(왕따) 등이 극단적 선택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직원 출근 1시간 전에 와서 상사의 차와 커피 등을 준비하라는 지시 등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대전시청 공무원 어머니가 대전시청 앞에서 아들의 죽음과 관련 기자회견 중 아들의 사진을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아울러 대전소방재난본부 상황실에서 근무하던 소방관 C씨(46)도 지난 9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 소방관 동료들은 “대전소방본부 직장협의회 전 회장이던 고인이 직장 내 갑질을 못 견뎌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며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문재인 “직장 내 괴롭힘 입법 미비 개선”주문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공직사회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관련한 입법 미비를 개선할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직장 내 괴롭힘은 공공과 민간 간에 차이를 둘 수 없는 인권 문제인데도 공무원의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 구체적 규정과 업무상 재해 인정 등에 있어 입법 미비가 있으므로 제도 개선을 모색하라”고 말했다.

박일권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 노동조합 위원장이 대전의 한 종합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소방본부 직장협의회 전 회장이던 A씨가 직장내 갑질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스1

이에 대해 지역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대전시 공무원의 공직 기강이 느슨해져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정기현 대전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전반적으로 시장과 공무원 조직이 따로 노는 느낌”이라며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 등 정치 현안에 시선이 쏠리면서 시정에 집중력이 떨어진 거 같다”고 말했다.

“시장과 조직 따로 놀아” 지적 나와 

정 의원은 “역대 다른 시장 때보다 많아진 정무 라인 직원들에게 시정의 무게중심이 쏠리는 것도 일반 공무원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고 덧붙였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직원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 등이 제대로 가동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허태정 대전시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중앙포토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 12일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대책회의를 갖고 “무거운 마음으로 공직문화를 들여다보고, 객관적 시각을 지닌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조직혁신TF’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허 시장은 “공무원 조직이 안고 있는 문제에 위기의식을 갖고 변화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전 직급에서 변화된 세상에 맞게 정확한 자기진단을 해서 함께 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전시 한 간부 공무원은 “경계석을 던진 직원은 업무수행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직원 스트레스 치유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런 일이 생긴 만큼 외부 기관에 의뢰해 조직 진단을 해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