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왕릉뷰' 아파트 운명은…58m 나무 심거나, 21개층 철거해야
문화재청 경관 분석 결과 단독 입수
높이 맞추려면 일부 철거 불가피
나무 심어 가리려면 30~58m 필요
문제된 아파트 철거한다 해도
역사보존지역 밖 아파트 보여
`일부 철거` 실효성 논란일 듯
건설사 법적대응시 입주지연 불가피
예비 입주자들도 `단체 행동` 예고
- 유준호 기자
- 입력 : 2021.11.11 11:28:37 수정 : 2021.11.11 13:48:50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 들어선 대광로제비앙 아파트 전경. 이 단지는 문화재 심의를 건너뛰고 건설됐다는 이유로 문화재청으로부터 공사중단 명령을 받아 지난 9월 30일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사진 = 유준호 기자]
건설사들은 통나무 자르듯 몇개 층을 덜어낼 수 없어 '일부 철거'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잔존 건물의 안정성을 담보할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높이 기준을 맞춰 '일부 철거'라는 결정이 나오더라도 '완전 철거' 이후 재시공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소위원회에서 추가 검토를 진행해 최종안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10일 국회 배현진 의원에 따르면 문화재위원회는 문화재청에 '왕릉뷰 아파트' 경관 관련 시뮬레이션을 요청했다. 지난 28일 문화재위원회가 '김포 장릉' 주변 아파트 건설사들이 낸 개선안을 심의한 후 '보류' 결정을 내린 이후다. 대방건설 에듀포레힐, 금성백조 예미지트리플에듀, 대광로제비앙아파트 등 3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 주변에 위치하면서도 문화재 심의를 건너뛰고 건설됐다는 논란을 빚고 있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수행한 시뮬레이션은 지난 8일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건설사들의 개선안을 보류한 문화재위원회는 단지별 시뮬레이션 등 보다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밝혔는데, 이후 나온 첫 시뮬레이션 결과다. 해당 시뮬레이션에서는 에듀포레힐 8개동과 예미지트리플에듀 3개동, 대광로제비앙 아파트 9개동에 대해 검토가 이뤄졌다.
왕릉뷰 아파트 경관 시뮬레이션 결과 아파트 최고 층수 변화
김포 장릉이 있는 산의 능선을 기준으로는 대광건영은 기존 20층을 2~5층으로, 대방건설은 기존 20층을 1~19층으로, 금성백조는 기존 25층을 6층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주변 인근 아파트(장릉삼성쉐르빌)를 기준으로 높이를 낮추더라도 대광은 13~17층, 대방은 11~18층, 금성백조는 18~19층으로 높이를 낮춰야한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무허가 건축 논란을 빚고 있는 `왕릉뷰` 아파트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자료 = 문화재청]
건설사들은 일부 철거에도 부정적인 상황이다. 건물 골조가 이미 다 올라와 있는 상태에서 톱질하듯이 건물의 일부만 잘라낼 수 없기 때문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일부라도 철거 결정이 나면 기술적으로 철거가 가능은 하더라도 잔존건물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안전과 소음 문제로 문제가 없는 아파트 동도 사실상 정상 입주가 어려워 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이 철거 명령에 대해 행정소송 등으로 대응할 경우 입주가 상당기간 지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시뮬레이션에서는 수목을 심어 아파트를 가리는 대안도 나왔다. 홍살문(능 앞에 세우는 붉은색을 칠한 나무문) 근처에 수목을 심을 경우 최소 30m이상, 능선과 아파트 바로 앞 동산에 수목을 심을 경우 각각 33m와 58m의 나무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나무를 심어 가리는 안은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달 21일 제안한 안이기도 하다.
배현진 의원은 "건설사와 지자체의 방조와 문화재청의 직무유기 사이에서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결국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라면서 "입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문화재청에서 언제까지 결론을 내릴지 명확한 입장부터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파트의 일부 철거 가능성까지 제기된 상황에서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도 집단 행동에 나설 태세다. 오는 14일 대광로제비앙과 예미지트리플에듀 입주자대표위원회에서는 김포 장릉에서 집회를 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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