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공관 ‘요소수 이상징후’ 보고에도… 정부, 회의 안건에 안올려
세종=구특교 기자 , 최지선 기자 , 강은지 기자 입력 2021-11-10 03:00수정 2021-11-10 03:34
[요소수 대란]
최소 2차례 골든타임 대응 놓쳐
“우리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할 수 있는 ‘회색 코뿔소’와 같은 위험 요인들은 선제적으로 제거해 나가야 합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월 30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가계 부채의 심각성을 회색 코뿔소에 비유하며 강조한 말이다. 하지만 정부가 요소수 사태를 조기 대응할 수 있는 기회를 최소 두 차례 놓치면서 ‘정부 스스로 회색 코뿔소를 피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 최소 2차례 골든타임 대응 기회 놓쳐
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KOTRA는 10월 초 중국 정부의 요소수 수출 제한 움직임을 인지했으나 산업통상자원부에는 이를 20일 뒤에 보고해 조기 대응 기회를 놓친 것으로 나타났다.
홍 부총리 주재로 ‘제1차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가 열린 지난달 18일에는 청와대를 중심으로 요소수 부족 관련 문제의식이 공유됐으나 회의 안건엔 포함되지 않아 다시 시간을 허비했다. 지난달 11일 중국이 요소 수출 전 검사를 의무화하는 고시를 내린 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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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계자는 “회의가 열리던 시점에 (해외) 공관 등에서 요소수 문제와 관련한 전문들이 들어와 청와대를 중심으로 논의가 됐다”며 “당시에는 조금 더 지켜보고 검토가 필요했던 상황”이라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달 21일 현지 공관에서 요소수 문제에 대한 우려를 처음 전달받았기 때문에 사흘 전 회의에서 안건으로 요청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문제를 인지한 지 사흘 뒤에 산업부에 전달된 셈이다. 청와대와 정부 간 소통이 늦어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 청와대, “사태 심각성 늦게 인지”
정부가 이달 2일 국무조정실 주재로 관계 부처 합동회의를 처음 열기 전까지 부처 간 책임 소재도 모호했다. 중국이 요소 수출 통제 방안을 고지한 지 약 3주가 지났을 때다. 산업부 관계자는 “산업부는 요소 수입이나 대체선 발굴 역할을 맡지만 요소수 총괄업무는 안 한다”면서 “환경부는 규제 업무가 본업이라며 나머지는 산업부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고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내에 유통되는 요소수가 법적 기준을 충족하는지만 확인한다”고 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10년 전만 해도 전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는 관행이 있었는데 지금은 ‘자기 먹거리’만 붙잡고 나머지는 나 몰라라 한다”며 “전 부처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움직였어야 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사태 초기 요소수의 중요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도 조기 대응 실패의 원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 수출 규제 때와 달리 요소수는 첨단 전략 물자에 해당되지 않아 관계 부처 등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늦게 인지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외교당국도 요소수 품귀 사태를 예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 전체 차원에서는 (요소수 수급 리스크 우려를) 몰랐다”고 말했다.
○ 수급 관리 소부장 338개 품목엔 요소수 없어
정부의 원자재 수입처 다변화 대책의 허점도 드러났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수입된 산업용 요소 97.6%가 중국에서 수입됐다. 하지만 2년 전 일본의 수출 규제와 같은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정부가 지정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338개 품목에 요소수와 같은 원자재 성격의 물품은 빠져 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요소수와 같이 특정 국가 등에서의 수급 의존도가 높거나 다른 품목으로 대체 불가능한 물품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중”이라며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급 부족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산업 현장에 경고를 미리 줄 수 있는 조기 모니터링 시스템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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