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평생 변방의 강자·넘어지면 일어선 ‘스트롱맨’···이루지 못한 ‘무대홍’
입력2021-11-06 13:01:04 수정 2021.11.06 14:11:59 구경우 기자
[홍준표는 누구인가]
2030 '무대홍' 태풍, 4년 만에 대선 전면에
'서민의 아들' 성공신화, 중도층 마음 잡아
洪, 수 차례 정치적 위기에도 보란듯이 재기
4개월 만에 지지율 3%→40%로 급등해
막말 정치인 탈피하고 野 정권교체 바람
"박정희 지향하며 노무현의 감수성" 가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왼쪽)와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차 전당대회에서 악수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2040세대가 압도적인 지지를 한 ‘무야홍’ 바람에도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20대 대통령선거 최종 후보로 선출되지 못했다. 2017년 탄핵 대선에 나간 홍 후보는 청년들에게 ‘막말 정치인·꼰대’로 불리며 낙선했다. 하지만 4년 6개월 만에 청년세대의 마음은 돌아서 그를 지지했다. 결과는 홍 의원이 당원의 지지를 얻은 윤석열 후보에게 패했다. 여론조사에서 48.2%의 지지를 받았지만 당원(57.77%)의 지지가 공고한 윤 후보를 넘지는 못했다.
홍 의원의 정치 여정이 아직 끝이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래세대인 청년층이 그에게 높은 지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그가 올해 “정치의 마지막 여정”이라며 다시 대권 도전을 선언했을 때 모두가 등을 돌린 상황과는 다르다. 지난 7월까지 그의 지지율이 3%대에 불과했던 그의 지지율이 40%를 넘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대선 본경선 여론조사에서 20대는 그에게 72.3%, 30대는 55.7%, 40대는 46.3%의 지지를 보냈다. 2040세대의 바람이 다시 불면 그가 언제든지 ‘칼바람 속 매화’처럼 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2017년 4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뒤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로 나선 홍준표 후보가 경남 창녕군 남지읍에 있는 어머니의 묘소에 꽃다발을 올리고 있다./연합뉴스
특히 어린 시절부터 수 없는 역경을 이겨내며 살아온 그를 볼 때 언제든지 재기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경남 창녕에서 태어난 홍 의원의 가족은 그가 7살이 되던 해에 살기 위한 일거리를 찾아 리어카에 짐을 싣고 대구로 떠났다. 그의 가족은 다시 합천을 거쳐 울산 복산동 판자촌에 자리 잡고 살았다. 홍 의원의 아버지는 울산의 한 조선소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며 시급 800원을 받던 노동자였다. 그가 가장 존경한다는 어머니는 시장을 전전했다. 고시 공부를 할 때도 학비를 벌기 위해 막노동을 했어야 했다. 그렇지만 그는 “어렵고 힘든 세월을 살았어도 세상을 증오하거나 원망하지 않았다. 나도 더 열심히 일해서 부자가 되고 더 큰 일을 해야겠다고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미래를 꿈꿨다.
사법고시를 합격한 홍 의원은 강골 검사로 성장했다. 1988년 서울 남부지청 특수부 시절에는 노량진 수산시장 강탈 사건을 수사하며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형 전기환씨를 구속했다. 1992년 김영삼 정부 때는 서울지검 강력부에서 슬롯머신 사건을 수사하며 5공 실세 박철언 전 의원을 구속하며 이른바 ‘모래시계’ 검사라는 호칭이 붙었다. 검찰 수뇌부와 수많은 정치적 압력에 맞서며 스스로 비주류가 됐다. 그러면서 그는 “소신이 있으면 두려움이 없다”는 말을 남겼다.
검사시절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연합뉴스
2005년 2월 14일 당시 한나라당 홍준표의원이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해찬총리에게 대정부질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홍 의원은 1996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해서는 ‘DJ(김대중 전 대통령) 저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권력의 칼날은 매서웠다. 그는 1999년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는데 이때도 그는 오뚝이처럼 재기했다. 2001년 동대문을 보궐선거에서 다시 당선돼 그는 보란 듯이 여의도로 복귀했다.
그가 보수정당의 중량급 정치인으로 올라선 시점은 이명박 정부 때다. 2007년 대선에서 MB의 ‘BBK 의혹’을 최전선에서 방어한 그는 2008년 5월 당의 추대를 통해 원내대표에 올랐다. 기세가 오른 그는 2010년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도전해 2위를 기록했다. 이후 안상수 당시 대표가 지방선거 패배를 책임지고 물러나면서 홍 의원은 당 대표에 오른다. 하지만 이른바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전면 무상급식 반대’를 내세워 사퇴한 뒤 치러진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경원 후보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패배하면서 대표직은 짧은 임기로 끝난다. 2012년 총선에서마저 낙선하면서 그의 정치 인생은 내리막을 향했다.
이때도 어김없이 그는 살아났다. 2012년 김두관 경남지사가 민주당 대선후보 출마로 생긴 보궐선거에 나서 당선된다. 경남도지사 홍준표는 더 떠들썩했다. ‘강성노조’의 횡포를 이유로 진주의료원을 폐쇄하고 재정을 강제 다이어트하는 대신 복지를 늘렸다. 경남지사 와중에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정치적 위기에 몰렸지만 그는 다시 2심에서 무죄를 받고 또 회생했다.
홍 의원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궁지에 몰려있던 자유한국당의 대선 후보를 자처하며 대권 반열에 오른다. 대선 후보로 나선 그는 24%를 득표해 낙선했다. 그렇지만 탄핵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4%에 불과한 점에서 그는 “당을 궤멸 위기에서 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7년 11월 27일 당시 자유한국당 친박계 김태흠 최고위원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준표 대표 뒤를 지나고 있다.이날 김 최고위원은 공개발언 시 대표가 하루가 멀다 하고 당내 갈등을 유발하고 듣기 민망한 표현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홍 의원은 이후 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 대표에 올라 보수정당 재건에 나섰다. 앞길은 진흙탕이었다. 2018년 당내 친박계 의원들과의 내전, 지방선거 과정에서 ‘막말 정치인’으로 홍역을 겪으며 선거에서 패배한 뒤 당권을 내려놓는다. 이 때 정치권에선 그의 정치생명이 다했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그럼에도 홍 의원은 2020년 대구에서 무소속 출마라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고 당선된다.
8년 만에 여의도로 복귀한 그는 3%의 지지율을 안고 “정치 여정의 마지막 도전”이라며 대권 도전에 나섰다. 그는 여론조사 지지율 40%, 민간 경제 활성화·수능 100% 정시 시행·사법고시 부활·강성노조 타파 등 선명한 정책을 주장하며 단 네 달 만에 지지율을 10배로 끌어올렸다. 이번에는 당심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탄핵 대선을 거치며 당 주요 인사들과 깊어진 상흔이 치유되지 않은 것이다. 결국 당원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윤 후보에게 대선 후보의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하지만 홍 후보는 대선 경선에서 그의 말대로 ‘스트롱 맨(강한 남자)'의 점을 정치권과 유권자들에게 다시 각인시켰다.
대선 캠프를 총괄하는 이언주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홍 후보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지향하면서도 서민을 향한 애정이라든가 기득권에 대한 문제 의식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닮았다”고 평한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홍 후보에 대해 “중도로 확장성이 높고 ‘반문재인’ 이라는 상징자산도 가지고 있다”라며 “최근에는 온화하고 유연한 태도로 과거 ‘막말 정치인’ 같은 큰 리스크도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홍 후보는 경선 결과에 승복하고 평당원으로서 백의종군을 약속했다. 또 그는 자신의 전폭적으로 지지한 청년층에 대한 각별한 감사의 마음도 전했다. 홍 후보는 경선 이후 글을 올려 청년층을 향해 “이번 대선 후보 경선에서 보내주신 성원을 잊지 않겠다”며 “앞으로도 남은 정치 인생을 여러분들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서 개표 결과 발표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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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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