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아 줄 줄도 아는 것이 인생의 지혜이다.
70년대 대부분의 이발소에 밀레의 만종(晩種)과 푸쉬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가 걸려 있었다.
그게 왜 유행이 되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당시엔 다들
어려웠던 시절이었으니 대부분 공감을 했었다.
싫든 좋든 이발이 끝날 때까지 그 시를 몇 번 읽게 되었었다.
푸쉬킨의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만다’는 글을
형편이 좋은 이가 읽었을 때는 그냥 시 한 수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가 읽었을 때는 그만한 위로도 없을 것이다.
설령 결과가 그 시의 내용처럼 되지 않았을지라도 그것을
붙들고 있는 한은 좌절(挫折)이라는 건 없다.
살아 가면서는 속아 줄 줄도 아는 것이 인생의 지혜라 생각한다.
그게 아니면 매사에 시(是)와 비(非)를
가리려 들고 스스로는 아무 일도 추진할 수가 없다.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속아 준다는 것은 관용의 자세이며 마음의 여유에서
기인되는 능동적인 자세를 말한다.
즉 남에게 뿐만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베풀 수 있어야 한다.
속았다는 것은 내 기대를 충족 시키지 못했다는 말이다.
살다 보면 남이 나를 실망 시키기도 하지만 때로는 내가 나를 실망 시키기도 한다.
그런 걸 통칭 속았다고 한다.
그러나 좋은 기대를 걸만한 건수(件數)가 있는 한은 결과에 상관없이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노년에는 이미 호시절이 다 갔다고 체념을할 게 아니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만다’는
자신의 신념을 키워줄 필요가 있다.
그게 자신과의 약속이 되는 셈이다.
어떤 기다림, 사실 그만한 행복감도 없다.
노년의 그 ‘즐거운 날들’은 타인의 경로 우대에서 얻어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엔조이하는 생활 태도에서 귀결된다.
그런 발상(發想)의 전환에서는 당연히 전철에서 경로석 문제로 다투는 노인도 없어질 것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푸쉬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픔의 날을 참고 견디면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응당 그리워 지나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하거나 서러워하지 말라
절망의 나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 반드시 찾아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법 모든 것은 한
순간에 사라지지만 가버린 것은 마음에 소중하리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며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은 오고야 말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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