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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엔 시신, 도랑은 피로 물들었다…'최후의날' 같았던 카불[영상]

거리엔 시신, 도랑은 피로 물들었다…'최후의날' 같았던 카불[영상]

중앙일보

입력 2021.08.27 09:15

업데이트 2021.08.27 10:13

이민정 기자

 

26일(현지시간) 오후 늦게 두 차례에 걸쳐 폭탄 테러가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현장은 아비규환 그 자체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공항으로 향하던 현지인들이 폭발 소리에 놀라 발길을 돌려 반대로 도망치고 있다. [트위터 캡처]

현재 소셜미디어(SNS)에는 참혹한 현장 모습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사진과 영상을 보면 거리에 시신과 부상자들이 나뒹굴고 있다. 하수도와 도랑은 붉은 피로 물들었고, 사람과 함께 널브러진 여행 가방과 옷가지 등으로 마치 폭풍이 휩쓸고간 모습이다.

사람들은 거리를 헤매며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거나 외바퀴 수레를 동원해 부상자를 구급차로 실어나르고 있다. 한 남성은 가족을 찾는 듯 시신들을 확인하며 계속 울부짖었다. 일부는 넋이 나간 듯 길가에 앉아 멍하니 바라만보고 있다.

남편의 부상 소식을 들은 한 아프간 여성은 뉴욕타임스(NYT)에 “남편은 정부에서 발급한 탑승 허가증을 들고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 가지 말라고 그렇게 애원했는데 결국 폭탄이 터졌다. 우리에게 네 명의 아이들이 있다.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라며 원통해했다.

생존자들이 폭발 테러 현장에서 부상자들을 구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테러 현장에서 목숨을 건진 생존자들의 증언도 전해지고 있다. SNS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탈출을 위해 수도 카불 공항으로 이동하던 수백 명의 인파가 폭발 소리에 놀라 황급히 발길을 돌려 반대로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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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제 개발 그룹에서 근무했던 아프간 남성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최후의 날을 보았다”라고 표현했다.

거리에 쓰러진 부상자와 시신들 사이에서 가족의 생존을 확인하는 아프간 사람들. [로이터=연합뉴스]

10시간 동안 애비 게이트에서 줄 서서 기다리던 중 폭발 소리를 들었다는 그는 “순간 고막이 찢어지듯 아프더니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공중으로 사람들이 날아갔고, 정신 차려 보니 거리 곳곳에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노인, 어린이, 남녀 할 것 없이 피로 범벅된 사람들이 뒤섞인 상태”라고 했다.

한 영국인은 “이날 오전 카불 주재 영국 대사관에게서 공항에 가지 말라는 이메일을 받고, 공항으로 가는 것을 포기한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현재로서는 영국 대사관 측에서 버스를 보내 교통 수단을 제공하지 않는 한 공항으로 가는 건 너무 위험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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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카불에서 폭탄 테러 발생하기 몇 시간 전 더 바론 호텔 뒤쪽 공항 입구에 몰려든 사람들. [@paimanihamid 캡처]

폭발 당시 미군에게 탑승허가증을 보여주던 중 폭발소리를 들었다는 아프간인 바렛은 뉴욕타임스(NYT)에 “폭발 직전 공항은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었고, 서로를 밀치고 있었다. 그때 폭발이 일어났고 미군 4~5명이 맞은 듯 했다. 우리도 땅에 쓰러졌고, 순간 총격전이 시작됐다. 사람들은 사방에 널린 시체를 넘어 안전한 곳을 찾아 뛰어야 했다”고 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현재도 카불 공항 인근에는 여전히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국제공항 인근에서 26일(현지시간) 일어난 두 차례 폭발 순간 모습. [트위터 캡처]

앞서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 국가(IS)가 이번 테러를 자신들의 짓이라고 선언한 가운데 테러로 인한 미군 사망자는 13명으로 늘었다. 미 중부사령부 윌리엄 어번 대변인은 성명에서 "애비 게이트에서 테러 공격으로 부상당한 미군 병사가 13번째로 사망했다"고 말했다.

미군 부상자는 지금까지 18명으로 집계됐다. 희생자는 대부분 해병대원과 해군 의료팀 소속이다. AP통신은 이번 공격으로 아프간 주민이 최소 60명이 사망하고 143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테러리스트들은 우리 군이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려는 그 순간에 그들의 생명을 앗아갔다"고 비난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