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에 충성 맹세한 男 정체, 아프간 대통령 친동생이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21 20:27
업데이트 2021.08.21 21:07
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간 대통령의 친동생 하슈마트 가니가 탈레반에 충성을 맹세했다는 영상이 SNS를 타고 퍼져 논란이 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자 국민을 버려둔 채 돈다발을 챙겨 해외로 도피했던 아슈라프 가니(72) 전 아프간 대통령의 친동생이 탈레반에 충성을 맹세하는 장면의 영상이 퍼져 논란이 일고 있다.
가니 전 대통령의 친동생 하슈마트 가니(61)는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탈레반은 안보를 가져올 수는 있지만 기능적으로 정부를 운영하기 위해선 잘 배운 젊은 아프간인들의 투입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위 철지난 정치인들은 완전히 배제돼야 연립정부의 실패가 반복되지 않는다"며 "국가에 남은 소수가 또 나라를 약탈하도록 둬서는 안된다. 힘든시기인만큼 권력을 요구하지 말고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메시지는 형에 이어 임시대통령을 자임하고 나선 암룰라 살레 제1부통령을 겨냥해 탈레반에 힘을 실어 준 것으로 풀이된다.
야슈라프 가니 전 아프간 대통령의 친동생 하슈마트 가니. [하슈마트 가니 페이스북 캡처]
[하슈마트 가니 트위터 캡처]
앞서 하슈마트 가니가 탈레반에 충성을 맹세했고, 이 자리엔 탈레반 연계조직 '하카니 네트워크' 지도자 칼릴 알라흐만 하카니와, 종교학자 무프티 마흐무드 자카르가 참석했다는 영상이 SNS를 타고 퍼졌다. 이 영상은 자카르가 처음 공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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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상에는 남성들이 손을 모으고 구호를 외친 뒤, 한 남성이 다른 남성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축하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현재 가니 전 대통령과 가족 측은 하슈마트 가니의 '탈레반 충성 맹세' 영상에 대한 입장을 따로 밝히지 않고 있다.
아슈라프 가니 전 대통령의 동생 하슈마트 가니는 아프간 정치인이자 사업가다. '가니 그룹' 회장으로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같은 영상이 확산하자 네티즌들도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가니 대통령은 돈을 싸들고 도망가고, 동생은 탈레반과 손을 잡았다. 이게 무슨 상황이냐" "통치자가 어떻게 국민을 테러리스트들의 손에 맡길지 상상이 안 된다" 등의 의견도 이어졌다.
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AP=연합뉴스
한편 지난 15일 탈레반이 카불에 접근하자 해외로 달아났던 가니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UAE)에 체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주아프간 러시아대사관은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붕괴할 때 가니 대통령은 차량 4대에 돈을 가득 채워 탈출했다"며 "헬기에 돈을 모두 실으려 했지만 들어가지 않아 일부는 활주로에 남겨둬야 했다"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 카불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며 거액의 현금을 챙겼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주장이며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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