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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평론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대권 레이스 1라운드, ‘대세론’ 흔들린다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대권 레이스 1라운드, ‘대세론’ 흔들린다

대선 레이스 한 달… 여야 후보군 다 등판
야권 윤석열·최재형 이어 김동연도 도전
현 정권이 낳은 최고위급 ‘내부고발자’들
與, 이재명 주춤… 이낙연과 양강 구도로
野, 윤 대세론 흔들리면 당내 주자도 기회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입력 2021.07.23 03:00

 

더불어민주당이 6월 28일부터 대선 후보 등록을 시작했다. 2022년 대선 레이스의 공식 출발 총성이었다. 30일까지 9명의 후보가 등록했다. 민주당 후보 등록 첫날 최재형 감사원장이 전격 사퇴했다.

그는 “거취에 많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가하면서 “감사원장의 임기 보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위한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수도 없이 만든 문재인 대통령이 할 말은 아니다”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일러스트=박상훈

과거 이회창·김황식 감사원장은 국무총리를 거친 후 정치에 들어왔다. 감사원이 지닌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고려한 행보였다. 감사원에서도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사퇴 17일 만에 국민의힘에 입당하고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으니 비판을 반박할 수도 없게 됐다.

최재형 원장이 사퇴한 다음 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치 참여 선언을 했다. “정권과 이해관계로 얽힌 소수의 이권 카르텔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책임 의식과 윤리 의식이 마비된 먹이사슬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 정권은 권력을 사유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집권을 연장하여 계속 국민을 약탈하려 합니다.” 윤석열답게 직설적이었다.

“정권 교체를 이루지 못하면 개악과 파괴를 개혁이라 말하고, 독재와 전제를 민주주의라 말하는 선동가들과 부패한 이권 카르텔이 지금보다 더욱 판치는 나라가 되어 국민들이 오랫동안 고통을 받을 것입니다. 그야말로 ‘부패 완판’ 대한민국이 될 것입니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윤석열의 ‘공소장’이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최근 인터뷰에서 “34년간 공직에 몸담아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은 사람이 우리나라를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몸을 던지는 것은 당연한 도리”라며 대선 출마 의지를 밝혔다. 이로써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감사원장·경제부총리·검찰총장이 야권 대선 후보로 분류되는 초현실적 상황이 현실이 됐다. 이들은 역사상 최고위급 ‘내부 고발자’인 셈이다.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다. 민주당 후보는 6명으로 줄었다. 불확실했던 윤석열·최재형·김동연 모두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강력한 오너의 통제력이 사라진 야권은 자고 나면 후보가 늘고 있지만 의미 있는 지지율이 나오는 후보 중에 아직 거취가 불확실한 사람은 안철수와 오세훈뿐이다.

출마 명분이 약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2017년 박원순이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오직 서울”을 외치며 당선된 후 수없이 공언한 “임기를 채우겠다”는 약속을 깨고 ‘스스로 손 들고 나온’ 박원순은 명분이 약했다. 결국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중도 포기했다. 서울시장 경선에서 패배한 안철수는 ‘승산 없는’ 게임에 또 뛰어들기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안철수와 오세훈은 2027년을 노릴 수밖에 없다.

대권 레이스 1라운드 관전평은 이재명과 윤석열이 “대세론 확산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① 민주당 후보는 누가 될까? ② 야권 단일 후보는 누구일까? ③ 2022년 대선 승자는 어느 진영일까? 모두 한 달 전에 비해 예측이 좀 더 어려워졌다. 레이스 시작 시점 90%까지 갔던 이재명의 승리 기대치는 한 달 만에 70%까지 떨어졌다. 사실상 양강 구도다. 30%의 기대치면 이낙연에게도 기회가 생긴 것이다. 민주당 경선의 긴장도가 치솟고 있다.

 

1차 TV 토론에서 불거진 ‘기본 소득’ 말 바꾸기, 불필요한 역사 논쟁, 여배우 스캔들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 영남 역차별 발언에 대한 호남의 역풍 등이 싱거웠던 승부에 변수를 만들었다. 이슈보다도 이슈를 다루는 태도가 더 안 좋았다. “바지 한번 더 내릴까요”는 최악의 대응이었다.

여전히 이재명 지사가 지지율에서 앞서지만 호남은 혼전이다. “될 사람 밀어준다”는 호남의 전략적 투표가 이낙연으로 기운다면 승부는 예측 불허다. 다만 이재명에 대한 거부감 못지않게 “이낙연으로 본선에서 이길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이재명이 조금이라도 앞서는 형국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세론도 흔들리고 있다. ‘급락’은 좀 과한 표현이지만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다섯 가지 이유가 있다. ① 검찰 개혁 이슈가 소강 국면이다. ② 민주당이 경선 중이다. ③ 국민의힘도 경선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④ 네거티브 공격이 집중되었다. ⑤ 중도를 사로잡을 비전과 메시지가 없다.

많은 분석가들이 지지율 하락 이유로 ①·④·⑤를 주로 말하지만 실제로는 ②·③이 더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상승하는 이유는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 중에 윤석열을 지지하던 사람들 입장에서도, 지금 국면에서는 이재명·이낙연 경쟁에서 둘 중 한 사람에게 힘을 보태는 것이 우선이다. 그들이 다시 윤석열 지지로 돌아오는 것은 민주당 경선에서 지지했던 후보가 패한 뒤다.

국민의힘 지지층 일부도 홍준표·유승민·원희룡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삼국지에서 유비가 한나라의 적통을 잇는 명분이 있는 것처럼 어쨌든 이들이 보수의 적통을 잇는 ‘적자’ 아닌가. 윤석열의 지지율 하락은 자연스러운 조정이다. 어차피 승부는 10월 이후다.

윤석열에게 출제된 문제를 보고 답을 쓴 최재형의 국민의힘 조기 입당은 자칫하면 명분과 실리를 모두 다 잃을 수 있는 ‘위험한 도박’이다. 정치에서 명분을 잃으면 씨름에서 샅바를 놓친 것과 같다.

김동연은 경제 전문가답게 ‘안전한 투자’를 선택했다. ‘대박’ 가능성은 떨어지지만 자산을 탕진하지도 않을 것이다. 적어도 민주당이 “배신자”로 부르지는 않는다. 안전한(?) ‘제3지대’에서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정치 교체”를 주장하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 중 한쪽이 무너지는 상황이 오면 최대 수혜주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