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 ‘문재인 5년’을 지울 ‘청소부’를…
입력 2021.07.13 03:20
야당의 정권 교체를 이룩할 다음 대통령은 누가, 어떤 사람이 돼야 하는가? 어떤 사람이 나와야 문재인 정권을 종식시킬 수 있는가? 대통령의 덕목(德目)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문재인 실정(失政)에 시달려온 국민들은 혜성 같은 구세주의 등장을 기대한다. 오랫동안 출중한 지도자의 출현에 목말라했던 전통 보수·우파로서는 세상을 바꿀 대통령을 고대하는 것이 당연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7월1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코로나19대응 수도권 특별방역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
하지만 지금은 경세가(經世家)를 필요로 하는 시기가 아니다. 우리는 지금 이 난맥을 바로잡을 ‘청소부’가 필요하다. 우리는 ‘문재인’을 지우고 법치를 바로 세워 나라를 전통의 자유민주주의로 되돌려 놓는 데 방해가 되는 것들을 쳐낼 ‘싸움꾼’을 원한다. 대통령으로서의 식견과 안목과 자질을 두루 갖춘 사람이 있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우리는 우선순위를 가릴 수밖에 없다. 우선순위는 우리 정치사에서 문재인 5년을 청산하고 지우는 것이다. 좌파 적폐를 가려내고 보수·우파의 지고한 가치인 법치·공정·질서·안보를 다시 세우는 일이다.
문 정권 적폐의 청산은 집권 이후 5년간의 행적을 추적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소득 주도 성장, 탈원전, 주택 정책 등 주요 정책에서부터 각종 불합리한 인사, 권력 남용, 권력 비리 감싸기 등을 낱낱이 들춰내 이를 원상 복귀를 시키는 일, 이것이 보수·우파 정권의 첫째 임무이고 새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자질과 능력이다. 이에 못지않게 청산해야 할 것은 문 정권의 이념적 편향이다. 북한과의 ‘평화프로세스’라는 미명 아래 취해진 굴욕적 친북 정책, 국내 좌파 이념의 고착화, 기존 안보 동맹 개념의 전환 내지 폐기 등 나라 전체를 ‘북한 앞으로’ 세운 문 정권 좌파 노선을 바로잡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적폐 청산이다. 이것이 바로 ‘문재인 지우기’의 핵심이다. 새 대통령은 이런 문 정권 노선을 보수·우파의 원래로 되돌리거나 일부는 발전적으로 지양해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것을 일의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
그러면 누가, 어떤 후보가 이런 ‘문(文) 적폐 청산’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가? 우리가 지향하는 민주사회에서 이런 작업은 혁명적으로 처리될 수 없다. 이런 작업은 법치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즉 사법적(司法的) 접근으로 문 적폐를 바로잡아야 한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지금 야권에서 부상하고 있는 대통령 예비 후보의 선두 주자들은 사정(司正) 기관 출신이다. 사물을 법(法)으로, 사리(事理)로 처리하는 데 일생을 바친 공직자다. 야당의 대선 주자들 중에도 법을 다뤄온 사람이 여럿 있다.
여권에서는 “사정기관 출신들이 임기를 마치지도 않고 야권 대권 정치에 뛰어드는 것을 막는” 법안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런 주장 자체가 야권 주자들의 사법적 능력과 기능을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역사적 사실이 적절한 비유가 될 수 있는지 모르겠으나 조선 왕조 건국 초기 태종(이방원)이 취약한 왕권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 ‘정치적 청소’를 단행했기에 그 바탕 위에서 세종이라는 불세출의 현군의 출현이 가능했다는 것에 유의해 본다.
나라의 경영을 책임지려면 모든 분야에서 식견을 넓히고 정책 기조를 세우는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모든 분야를 숙독할 수는 없는 일이다. 새 대통령은 모든 분야에서 박식하고 능통하기보다 삐뚤어진 나라를 다시 바로잡는 일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지금 이 나라에 필요한 것은 한 사람의 전지전능이 아니라 여러 분야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의 참모들을 쓸 수 있는 지도자의 통찰력과 포용력이다. 그 바탕 위에서 훌륭한 경세가 ‘세종’이 탄생하는 것-그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바람직한 국운이다.
우리는 지금 대단히 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에 휩싸여 정체하고 있다. 인간의 삶이 황폐화하고 경제적으로 침체해 있다. 북한과 중국의 위협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미국이 철수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자칫 한반도의 미래일 수도 있다. 어느 때보다 새 지도자의 국가관, 안보관이 요구되는 시점이고 무엇보다도 민주적 가치관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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