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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반도체 굴기' 칭화유니 파산 신청… “삼성·SK 잘못 베낀 결과”

中 ‘반도체 굴기' 칭화유니 파산 신청… “삼성·SK 잘못 베낀 결과”

이벌찬 기자

입력 2021.07.12 08:56

 

자오웨이궈 칭화유니 회장(왼쪽)과 2016년 칭화유니가 XMC를 인수해 설립한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 회사인 창장메모리(YMTC)의 우한 본사(오른쪽)/칭화유니 조선DB

중국 ‘반도체 굴기(崛起·우뚝 섬)’의 선봉인 칭화유니그룹(清華紫光)이 파산·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됐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 속에 종합반도체 그룹으로 성장한 칭화유니가 무리한 확장 끝에 위기를 맞은 것이다.

11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칭화유니의 채권자 중 한곳인 휘상은행은 전날 “칭화유니가 만기 채무를 상환할 수 없고 모든 부채를 갚기에 자산이 충분하지 않다”는 내용의 파산·중정(법정관리) 신청서를 베이징 제1중급인민법원에 제출했다. 칭화유니 측은 “법원이 채권자의 신청을 받아들일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그룹 계열사의 일상적 경영활동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88년 중국 국립대 칭화대학이 설립한 칭화유니는 사실상 국유 반도체 기업이다.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직접 관리하는 중앙기업으로 메모리업체 양쯔메모리, 통신칩 설계전문업체 쯔광짠루이 등을 설립하며 종합 반도체그룹으로 성장했다. 2015년 삼성전자에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공급하며 중국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반도체 회사로 평가받았다.

2018년 4월 칭화유니 계열사의 우한 반도체 공장을 시찰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자오웨이궈 칭화유니 회장이 수행하고 있다./CCTV캡처

블룸버그통신은 칭화유니의 실패는 삼성·SK 등 한국 대기업의 성공 전략을 잘못 베낀 탓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월 ‘중국이 어떻게 한국을 완전히 잘못 베꼈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칭화유니가 한국 대기업처럼 지주회사를 통해 핵심 자회사를 통제하는 전략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복잡하고 불투명한 지배 구조를 바꾸지 못해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3000억위안(460억달러·51조6000억원)에 달하는 자산을 보유한 칭화유니였지만, 280여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칭화유니가 국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과잉 투자를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칭화유니와 같은 중국 대기업은 한국의 대기업처럼 자체 사업 목표가 아닌 국가 전략을 위해 움직이다가 과도한 빚을 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칭화유니는 본업인 반도체 외에도 클라우드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매년 늘려왔다. 그러나 신사업에 외형적 투자를 늘려가는 가운데 기술력을 쌓지 못해 고부가가치 반도체 영역에서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칭화유니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휘청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13억위안(약 2200억원) 규모 회사채를 갚지 못하면서 첫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냈고, 12월에는 4억5000만달러(약 4880억원)짜리 외화표시채권을 만기에 상환하지 못했다. 그러나 칭화유니는 이후에도 6개월 넘게 경영을 지속해왔다. 중국에서는 기업이 채무불이행을 선언해도 곧바로 부도로 이어지지 않고 일정 기간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려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국가전략 차원에서 칭화유니의 파산을 방치할 가능성이 낮다는 업계의 평가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