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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평론

‘월성 3인방’ 기소에 숨겨진 폭탄… 김오수의 선택은

‘월성 3인방’ 기소에 숨겨진 폭탄… 김오수의 선택은

[동서남북] 백운규 등 배임죄도 기소하면 거액 민사 손배소 불보듯
대검 반대로 석 달 결론 미뤄… 공 넘겨받은 김오수 선택 주목

최재혁 기자

입력 2021.06.14 03:00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김학의 불법 출금’은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월성 1호기) 언제 폐쇄하느냐”는 한마디가, 청와대 뜻대로 보고서를 만들어 오지 않은 부하에 대한 “죽을래”(백운규 전 산업통상부 장관) 질책으로, 한수원의 원전 경제성 조작으로 이어졌다.

김학의 전 차관 불법출금의 연원도 결국 “검·경은 명운을 걸고 (김학의 성접대 의혹을) 수사하라”는 문 대통령의 ‘강력한’ 지시였다. 불법출금 당일 이광철 청와대 선임행정관(현 민정비서관)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본부장과 이규원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에게 각각 전화해 두 사람을 연결시켜 주고 그들 간에 ‘유기적 협업’이 이뤄지도록 조율했다.

백운규 전 장관과 이광철 비서관에 대해 대전·수원지검은 이미 ‘기소’ 의견을 각각 대검에 올렸다. 총장 공백 상태에서 대검은 결론을 미뤘고 공은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에 넘어가 있다.

두 사람 중 특히 백운규 기소를 김 총장이 과연 결재할 것인지, 하더라도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가 주목된다. 백 전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 ‘월성 3인방’의 기소에 ‘폭탄’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대전지검은 그 3명을 직권남용에 업무상 배임을 덧붙여 기소하겠다고 오래전에 보고했다. 원전 조기 폐쇄로 한국수력원자력에 손해를 끼쳤으며, 경제성 조작으로 손실보상 책임을 면제받은 정부가 이익을 봤다는 논리라고 한다. 하지만 ‘친정권’ 성향의 신성식 대검 반부패부장 등이 제동을 걸면서 3개월간 결론이 미뤄지고 있다.

‘배임’의 후폭풍은 ‘직권 남용’과 비할 바가 못 된다. 먼저, 형사적으로 나중에라도 더 윗선의 책임을 물을 여지가 생긴다. 대기업 부당거래로 인한 배임 사건에서 오너가 손해가 발생한 계열사와 법적으로 아무 상관이 없어도 종종 처벌되는 것과 같은 구조다. 월성 사건에서 ‘오너’는 ‘청와대 윗선’이 된다.

 

정부에 더 심각한 것은 배임으로 기소할 경우에 민사 손해배상소송이 불보듯하고 패소할 여지도 커진다는 점이다. 이 사건에서는 한수원을 계열사로 거느린 한전의 민간 주주 등이 천문학적 액수의 손배소를 형사 기소된 사람들이나 국가를 상대로 제기할 수 있다. 청와대 압력을 받은 산업부의 지시로 한수원이 회계법인을 끼고 경제성을 조작해 멀쩡히 돌아가는 월성 1호기를 폐쇄한 것만으로 7000억원이 날아갔다. 한전이나 한수원이 잃은 기회비용은 더 클 수 있다.

민사소송은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도 가능하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소추 보류’ 조항은 민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최근 문 대통령이 자신이 당사자인 민사소송에 직접 대응한 걸 보면 알 수 있다. 또 당장은 아니더라도 국가가 소송에서 진다면 국가는 배임 당사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손해배상액을 받아내는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로선 사활을 걸고 배임죄 기소를 틀어막아야 하는 이유가 있는 셈이다. 작년 말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느닷없이 ‘윤석열 직무정지와 징계청구’를 들고 나온 것도 월성 원전 수사와 무관하지 않다. 문 대통령이 신현수 전 민정수석 카드를 버린 것도 백운규 전 장관 구속영장 청구를 막지 못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말이 있다. 그로 인한 갈등은 윤석열 전 총장이 총장직을 던지는 것에 결정적 요인이 됐다.

모 검찰 간부는 영화 대사를 인용해 “김 총장이 ‘원전 3인방’ 배임 기소를 틀어막는다는 데 내 돈 모두와 팔목 하나를 걸겠다”고 했다. 임기 말 문재인 정부의 ‘정권 보위용’ 검찰 수뇌부 인사의 핵심은 ‘김오수’라고도 했다. 많은 이들이 김오수 총장의 선택을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