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칼럼]문 정권의 모습은 어디 정상적인가
김순덕 대기자 입력 2021-06-24 00:00수정 2021-06-24 14:02
윤석열 전 검찰총장·최재형 감사원장
대선에 뛰어드는 게 정상이냐고?
권력기관 독립성 뒤흔든 문 정권
그들을 대통령감으로 키워주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22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의 대선 출마 움직임에 대해 “두 자리가 가져야 할 고도의 도덕성, 중립성을 생각해 본다면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임기를 보장해준 취지 자체가 바로 고도의 도덕성과 중립성을 지키라는 취지였는데 그런 부분들이 지켜지지 않은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첫 국회 답변에서 맞는 말을 했다. “사퇴한 지 얼마 안 된 전직 검찰총장과 현직 감사원장 등 소위 권력기관 수장들이 대선에 뛰어드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22일 여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다.
“두 자리가 가져야 할 고도의 도덕성, 중립성을 생각해 본다면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임기를 보장해준 취지 자체가 바로 고도의 도덕성과 중립성을 지키라는 취지였는데 그런 부분들이 지켜지지 않은 것은 안타깝다.”
문재인 정부에서 옳은 말 듣기도 오랜만이어서 모처럼 신선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시침 뚝 떼고 입 다문 건 안타깝다. 문 정권이 임기만 보장했을 뿐, 권력기관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사정없이 흔들었다는 사실 말이다.
문 대통령이 ‘우리 윤석열 총장님’에게 2019년 7월 25일 임명장을 주면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돌쇠 같은 윤석열은 괄호 속에 들어 있는 (나와 내 측근은 빼고)를 못 알아먹고 8월 27일 조국 일가 강제 수사에 들어가 열흘 만에 정경심 교수를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로 기소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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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거나 말거나 사흘 뒤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 조국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다. 2019년 10월 15일 ‘나쁜 선례 남긴 조국 사태… 갈라진 사회, 상처 입은 민심’부터 2021년 6월 9일 ‘김오수도 “정치중립 훼손”이라는 박범계의 검(檢) 조직개편안’까지 검찰의 독립성 파괴 문제점을 지적한 동아일보 사설이 무려 32개다.
2020년 초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추미애는 일 년 내내 윤석열을 찍어내겠다고 미친 듯 칼춤을 추었다. 그랬던 추미애가 어제 대선 출마선언에서 “사람이 돈보다 높은 세상, 땅보다 높은 세상을 향해… 추미애의 깃발을 들고자 한다”고 당당 뻔뻔하게 밝혔다. 대한민국 검찰총장에게 “장관 지시를 잘라먹었다”던 사람이 대통령 되어선 무슨 수로 국민을 드높이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필요한 공직자이자 문 정권에는 가장 아픈 아킬레스건이다. 그가 그 자리에 없었다면 문 대통령의 책임까지 시퍼렇게 지적한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 감사보고서는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감사원법 2조는 ‘감사원은 대통령에게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고 돼 있다. 2019년 10월 감사원이 월성 1호기 감사에 들어가자 감사원 독립성을 뒤흔든 것은 집권세력이었다.
최재형은 “이렇게 심한 감사 저항은 처음”이라며 385일이나 ‘감사 투쟁’을 벌이면서도 그래도 조용하게, 감사원장까지 6명의 감사위원 중 확실한 친여 위원이 3명인 합의제 기관에서 모두의 동의를 받아서는, “월성 1호기 영구 가동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이냐”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적시해 두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나중에 세상이 바뀌면 문 대통령의 법적 책임까지 물을 수 있도록.
그 7000쪽 분량의 수사 참고자료를 받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가 지난달 청와대 수사에 나서기는커녕 최재형 수사에 착수했다는 건 경악할 일이다. 그것도 환경단체의 고발에 따른 직권남용 혐의 수사다. 국민을 개돼지로 알거나 최재형을 대통령 후보로 나가라고 꽃가마를 태워주는 일이나 다름없다. 이런 ‘아사리판’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최재형은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할 것이다.
선출된 독재자들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방법이 바로 심판 매수다.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이 생명인 검찰, 감사원, 헌법재판소, 사법부, 선거관리위원회, 권익위원회 등을 코드인사로 채워 넣는다고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책이 일러주고 있다.
그래서 나는 윤석열과 최재형뿐 아니라 올 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에 합헌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 유남석 소장도 부끄러움을 안다면 사직하고 대선 출사표를 내는 상상을 해봤다. 김명수 대법원장도 대선 출사표까지는 모르겠고, 사표는 제발 내줬으면 한다.
오늘도 여권에선 최재형을 두고 “문 대통령의 선택을 받아 임명된 고위공직자들이 야권 대선 주자가 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나온다. 대한민국을 문씨 왕조로 아는 모습은 정상적인가. 헌법기관을 사조직처럼 여기는 집권세력은 제정신인가.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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