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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삶

맹자의 맹자를 통해 보니…“공직자에게 도덕 역량은 기본 자질”

게재 일자 : 2021 04 26()

맹자의 맹자를 통해 보니공직자에게 도덕 역량은 기본 자질

 

 공정이 한국 사회의 핵심 화두로 부상한 가운데 맹자 국가는 정의로움의 가치를 성찰한 고전이다. 맹자는 공직자는 직무 역량과 도덕 역량을 겸비해야 한다, 플라톤은 정의로운 사회는 약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게티이미지뱅크

 

 

 (3) LH사태로 보는 공정의 가치

 

군주만 위한다면 백성 해쳐

직무 능력만큼 선함도 필요

부동산 재테크도 능력 궤변

남의 노력에 폭력 가하는 것

 

군자라는 말이 있다. 인격적으로 훌륭한 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에 처음 담겼던 뜻은 군주나 귀족 집안의 남자였고, 저 옛날 고위직은 이들 통치계층의 남자로 채워졌기에 군자는 주로 지위가 높은 관리라는 뜻으로 쓰였다.

 

그렇다고 군자라는 말에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란 뜻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옛날에도 관리가 되기 위해서는 직무 역량과 도덕적 수양이 요구됐다. 그것도 직무나 도덕 측면 모두에서 스승이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의 전문성과 고상함을 갖춰야 했다. 천자가 군사(君師)’, 그러니까 군주이자 스승이라고 불렸던 까닭이다. 다만 관리에게 요구됐던 이러한 기본이 언제부터인가 이상이 됐다.

 

어느 날 맹자는 잠 못 이룰 정도로 기뻐했다. 제자 악정자가 노나라의 재상이 된다는 소식을 접해서였다. 곁에 있던 제자 공손추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여쭈었다. “악정자가 강합니까?” 맹자가 답했다. “아니다.” 공손추가 거듭 여쭈었다. “지혜롭습니까?” 이번에도 답은 아니다였다. 공손추가 다시 여쭈었다. “견문이 넓습니까?” 맹자는 또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공손추는 대체 무엇 때문에 잠 못 이룰 정도로 기뻐하시냐고 여쭈었고 맹자는 악정자가 선함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여기서 강하다고 함은 전쟁 수행 능력 같은 강함을 갖추었느냐는 얘기다. 지혜롭느냐는 것은 복잡다단한 내정과 외교를 처리할 만한 지적 역량이 있냐는 의미이고, 견문이 넓으냐는 건 국정운영에 필요한 경륜을 두루 갖췄느냐는 뜻이다. 이 셋은 당시 관리에게 요구됐던 대표적 직무 역량이었다. 그럼에도 맹자는 악정자가 그러한 역량을 갖추지 못했어도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좋아했다. 이유는 악정자가 선을 좋아한다는 점, 즉 도덕 역량을 잘 갖추었다는 점이었다.

 

 

공직자가 직무 역량과 도덕 역량을 겸비해야 함은 참으로 오래된 상식이다. 그런 점에서 직무 역량을 도외시한 맹자는 이상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문면(文面)의 뜻으로만 이해한 결과다. 맹자는 좋은 신하의 실체를 짚어보는 대목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 신하들은 군주를 위해 토지를 넓히고 창고를 채울 줄 안다고 자부하니, 오늘날 말하는 좋은 신하는 옛날의 이른바 백성을 해치는 자들이다. 군주가 도를 도모하고 어짊을 추구하도록 하지 못하면서 군주를 부유케 하니 이는 폭군을 부유케 하는 것이다.”

 

관리의 조건으로 꼽힌 강함, 지혜, 견문 등이 군주만을 위해 사용될 때, 그것도 도덕과 담쌓고 있는 군주를 위해 사용될 때, 이는 군주에게나 좋은 신하가 될 뿐 백성에게는 도적과 다름없게 된다는 얘기다. 관리가 백성과 이익 공동체를 이루는 길이 아닌, 그런 군주와 이익 공동체를 이루는 길을 걸으면 군주는 폭군이 되고 자신은 도적이 된다는 경고다.

 

관리는 군주의 이익과 백성의 이익 사이에 끼인 존재라는 뜻이 아니다. 도덕 역량을 온전히 갖추고서 군주의 도덕 역량을 제고해 간다면 군주-관리-백성이 하나의 이익공동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며칠 전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사태에서 보이듯 공직자 등 공무를 맡은 이에게 기본으로 요구되던 도덕심이 증발되자 급기야 법으로 이를 강제하게 된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규제를 공정하지 못하다고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내가 열심히 노력해 공기업에 들어왔고, 그렇게 얻은 능력을 바탕으로 부동산 재테크를 했는데 뭐가 문제냐?”는 볼멘소리도 들려왔다.

 

자신이 갖춘 능력을 권력하고만 결부시켰기에 나올 수 있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능력은 특권 같은 누림의 굳센 토대가 되고, “억울하면 사우되세요!”라는 비아냥거림에서 목도되듯 다른 이에게는 진입장벽이 된다. 능력이 나에게는 특권, 타인에게는 노오력이 되고 만다는 얘기다. 공정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면, 적어도 나의 능력이 다른 이의 노력을 휘발시키는 폭력이 돼서는 안 되지 않는가!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