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기 꽂아도 이긴다’는 진중권... 2018 박원순 서울시장 3선 때 득표수는 단 216만표
이동훈 논설위원
입력 2021.03.31 18:01 | 수정 2021.03.31 18:01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일주일 남았습니다. 모레부터는 사전투표가 시작됩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최근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네거티브, 백날 해봐라, 통하나” 오세훈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연일 네거티브 공세를 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겁니다. “대중의 분노를 읽어야지, 지금 ‘사람’ 보고 찍는 것 아니다. 막대기를 세워놔도 당선될 판이다.” 진 교수의 말은 보궐 선거의 승부가 사실상 기울었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야당 후보를 아무리 공격해봐야 유권자들은 이미 민주당과 정권에 대해 분노 투표를 하려한다. 그래서 승부가 끝났다는 겁니다.
진 교수의 분석에 어느정도 동의합니다. 사실 이번 보궐선거는 ‘지연된 정권심판 선거’입니다. 지난해 1, 2월만 해도 국민은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위선에 대해 심판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터집니다. 코로나 팬더믹 가운데 치러진 총선에서 여당은 180석 압승을 거뒀습니다. 정권심판의 기운을 코로나가 압도한 겁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지난 1년간 무능과 위선의 강도가 더해졌습니다. 독주와 독선의 끝판왕을 보는 것 같습니다. 총선에서 분출하지 못한 ‘정권 심판’ 가스는 더욱 차여 갔습니다. 이 가스가 이번 보궐선거에서 한꺼번에 분출하려는 겁니다. 이번 보궐선거는 ‘지연된 정권심판 선거'라 부르는 이유입니다. 여기에 LH사태, 부동산 사태가 제대로 불까지 붙여버렸습니다.
그러나 반대의 분석도 있습니다. 투표율이 낮은 보궐선거이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는 겁니다. 여당에선 총동원령이 내려졌다고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민주당이 서울에서 ’200만명 동원령'을 내렸다는 얘기도 합니다. 물론 공식적으로 말하는 건 아닙니다.
서울에서 200만명을 동원하면 어떻게 될까요?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이 당선 될 때 득표수가 261만표입니다. 당시 투표율이 60%였습니다. 이번 보궐선거는 그보다 투표율이 더 떨어질 겁니다. 보궐선거날은 휴일이 아닙니다. 그러다보니 투표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48.6%였습니다. 휴일과 평일 투표율 차이가 이렇게 큽니다. 이번에도 50% 아래가 될 것으로 예측이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200만명을 동원해 투표장으로 내보낼 수 있다면 이번 보궐선거도 민주당은 이길 겁니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당 차원에서 조직표 동원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보병전에 치중하자” “이제 믿을 건 조직력뿐이다.” 소속 의원 보좌진, 권리당원 등을 대상으로 ‘연고자 찾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 지역 의원 49명 중 41명이 민주당 소속입니다. 서울 25개 구 중 서초구를 제외한 24곳이 민주당 구청장입니다. 시의원은 전체 109명 중 101명이 민주당 의원입니다. 구의원 369명 중 219명이 민주당입니다. 여기에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내년 대선 직후인 6월에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들은 다시 공천을 받아야 합니다. 공천을 다시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이번 보궐선거에서 자기 지역에서 결과를 내놓아야 합니다. 어떤 성적표를 내느냐에 따라 이들의 공천여부가 달린 겁니다. 물불 가리지 않고 뛸 가능성이 있습니다. 200만 동원령이 과장된 얘기가 아닐 수 있습니다.
이해찬 대표가 “요새 돌아가는 것을 보니 거의 이긴 것 같다”이렇게 자신했죠. 이런 상황까지 감안해서 한말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여기에 이번주부터 4차재난지원금이 풀렸습니다. 483만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6조 7000억원이 풀리는데 당연히 서울과 부산에 수혜자들이 많을 겁니다. 여기에다 서울시가 25개 구청들과 함께 정부 재난지원금과 별개의 재난지원금을 풉니다. 1인당 최고 150만원. 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당선되면 시민 1인당 10만원씩 디지털화폐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박 후보 개인 돈 아닙니다. 시민 세금입니다. 1조원이 들어갑니다.
이 정권은 작년 총선 때 지원금 살포가 선거에서 어떤 효과를 거뒀는지 생생히 알고 있습니다. 이번 보궐선거도 그냥 넘어갈리 없습니다. 선거일이 가까워 오면 유권자들 앞에서 적극적으로 돈 봉투를 흔들어 댈겁니다. 이번 선거는 조직과 돈, 그리고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열기가 맞붙는 선거입니다. 지금 여론조사 수치로는 정권 심판의 열기가 높습니다.
오늘 아침 리얼미터 여론조사, 오세훈 후보의 지지도는 55.8% 박영선 후보32%입니다. 오세훈 후보가 23.8%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전보다 격차가 더 커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여론조사는 여론조사일뿐 입니다. 오세훈 한명숙이 맞붙은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여론조사에선 이정도 차이가 났습니다. 하지만 실제 투표 결과는 2만 6000여 표, 0.6%차이에 불과했습니다. 이번에도 이런 박빙의 결과가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아무리 “조직은 바람을 이기지 못한다”지만 보궐선거는 역시 돈과 조직이 무섭게 작용합니다. 그런 결과가 싫다면 투표장으로 달려가는 방법 밖에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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