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모 기자 입력 2021-03-31 20:56수정 2021-03-31 21:09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모습. 2021.2.25/뉴스1 © News1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 재조사 과정에 대한 위법 여부를 수사 중인 검찰이 ‘청와대발 기획 사정’ 의혹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민정수석실이 주도한 범부처별 ‘적폐청산TF(태스크포스)’가 김 전 차관 사건 등에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민정비서관실은 2017년 7월 20일 법무부 등 16개 정부부처와 18개 정부 기관에 ‘적폐청산을 위한 부처별 TFT 구성 현황과 향후 운영 계획을 보고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는 이광철 당시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 백원우 민정비서관 등이 발신자로 기재돼 있다.
검찰은 이광철 대통령민정비서관(전 선임행정관) 등이 적폐청산TF 중 하나로 설치된 대검 진상조사단 활동에 지속적으로 관여 및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김 전 차관 사건을 담당한 대검 진상조사단 이규원 검사가 2018년 12월부터 6차례에 걸쳐 건설업자 윤중천 씨를 면담할 때마다 이 비서관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법조계에선 이 비서관 등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이 적폐청산TF를 활용해 이 검사 등 조사단원의 업무에 관여했다면 위법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업무 범위는 국정 관련 여론 수렴, 민심 동향 파악, 대통령 친인척 등 주변 인사 관리 등으로 엄격히 제한되어 있다. 검찰은 이 비서관뿐만 아니라 적폐청산TF 운영에 관여한 민정수석실의 핵심 인사였던 백 전 비서관 등에 대해서도 4·7 재·보궐선거 이후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대검과 서울서부지검 등을 압수수색해 그동안 존재가 알려지지 않은 이른바 ‘윤중천 녹취록’을 입수했다. 그동안 진상조사단은 “윤 씨의 반대가 심해 녹취록 등을 작성하지 않고, 기억에 의존해 면담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2019년 1월 25일 진상조사단과 윤 씨의 세 번째 면담에서 녹음 파일이 생성됐고, 녹취록도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검사가 작성한 윤 씨 면담보고서의 내용이 녹취록과 다른 점을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허위 내용이 담긴 윤 씨 면담보고서가 이 검사를 통해 특정 언론에 유출된 과정을 복원하기 위해 최근 진상조사단 관계자들을 잇따라 불러 조사하고 있다. 진상조사단 8팀 단원으로 근무하다 중도 사퇴한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는 지난달 29일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한편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처음 제기한 공익신고인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달 30일 이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한 것이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공익신고인은 “공익신고자보호법 10조 6호에는 이미 조사를 진행 중인 수원지검 사건과 동일한 부분에 대하여는 공수처가 추가 조사를 하지 않고 조사를 종료토록 규정되어 있다”면서 “권익위도 이 점을 알고 있을 텐데 검찰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이 될 것을 우려해 공수처로 이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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