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예 기자 , 장관석 기자 입력 2021-03-31 03:00수정 2021-03-31 09:56
조국 법무장관때 만들어진 훈령… 지난주 전국 지검에 공문 보내
수원지검 부장 “심의위 거쳐 공개… 규정자체도 명확하지 않아” 반박
檢내부 “김학의-이규원 수사 겨냥… 정보 유출하지 말라 경고한 것”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대검찰청이 최근 전국 검찰청에 “법무부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철저하게 준수하라”고 지침을 내린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재임 당시 만들어진 이 훈령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수사 공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게 핵심이다. 이 같은 대검 지침이 전파된 직후 한 공보 담당 부장검사가 “공개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친 뒤에는 정보를 공개할 수 있고, 훈령 규정 자체도 명확하지 않다”고 반박하면서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은 지난주 전국 검찰청에 보낸 공문에서 “최근 수사 진행 상황, 각 청 지휘부와 수사팀 간 또는 각 청과 대검 수사지휘 부서의 협의 과정 등이 언론 등 외부에 공개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건 관계인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뿐만 아니라 검찰 내부의 자유로운 의사 교환 및 합리적 의사 결정을 방해할 수 있다”며 ‘형사사건 공개금지에 관한 규정’을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대검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이규원 검사의 건설업자 윤중천 면담보고서 유출 의혹’ 등을 수사하는 검찰청을 상대로 “수사 정보를 유출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의 공보를 담당하는 강수산나 부장검사는 29일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형사사건 공개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공개 여부 및 범위가 결정된 경우 이에 따른 공보는 규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며 김 전 차관 사건 관련 공보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은 기소 전까지는 수사 상황을 공개해선 안 되지만 예외적으로 공개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친 뒤에는 수사 상황을 알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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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부장검사는 “예외적으로 공개 가능한 ‘수사 상황’이 어느 범위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규정 위반을 이유로 감찰을 개시하기 전에 심의위 의결의 효력과 면책 범위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자가 다양한 취재원을 통해 취재한 정보를 보도하는 기사에 대해서까지 수사보안 유출 책임을 묻는 건 자칫 수사 자체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훈령은 조 전 장관과 가족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2019년 12월 1일 시행됐다. 당시 검찰 안팎에서는 “조 전 장관 사건의 보도를 막기 위한 규정”이란 비판이 나왔다. 검찰이 이 규정을 편의적으로 활용해 원하는 정보만 공개하고 숨기고 싶은 수사 상황은 감추고 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공개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에 가담한 조주빈 등의 실명과 범죄 사실을 상세하게 공개했다. 반면 2019년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 사건을 수사한 서울동부지검은 공개심의위원회를 거친 뒤 별다른 설명 없이 비공개 입장을 밝혔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무엇을 예외적으로 공보할 수 있다는 것인지, 어떤 절차를 거쳐 공보해야 하는 것인지 불명확하다”며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수사를 하는 검찰청은 언론의 확인 요청에 따라 적법하게 공보했더라도 수사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과 비난을 받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고도예 yea@donga.com·장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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