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1-03-24 16:09수정 :2021-03-24 17:12
아마미 제도의 고유종인 아마미뾰족코개구리는 외래종 포식자인 몽구스가 도입되자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생존율을 높이는 쪽으로 진화가 급속히 이뤄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찰스 다윈이 갈라파고스 섬에서 매를 채집하려고 총을 꺼냈더니 매가 총신에 내려앉았다. 천적을 한 번도 겪지 못한 대양 섬의 동물은 포식자를 무서워하지 않는다.그러나 실제로는 포식자를 처음 만난 동물도 상대를 피할 수 있는 형질과 운동능력을 급속하게 진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양 섬인 오키나와 제도의 일부인 아마미 섬의 고유종 개구리와 외래종 포식자인 몽구스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이 섬에 외래종인 자바몽구스를 들여온 것은 1979년으로 쥐와 독사를 없애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몽구스가 퍼져나가면서 이 섬의 고유종인 아마미뾰족코개구리와 아마미토끼 등 토착 동물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자바몽구스는 64개 섬에 도입돼 생태계를 교란하는 대표적인 침입종이다. 위보워 자미코,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한때 6000마리까지 늘어난 침입종 몽구스는 정부가 2000년 퇴치사업에 나서면서 거의 사라졌고 토종 개구리도 다시 늘어났다. 그러나 외래종 세례를 받은 개구리는 더는 예전의 개구리가 아니었다.코민 히로타카 일본 도쿄농공대 교수 등은 아마미 제도 오시마에 도입된 몽구스가 토종 개구리의 행동과 형질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조사했다. 몽구스가 도입된 뒤 차츰 분포지역이 확대됐기 때문에 몽구스를 처음 풀어놓은 곳으로부터 거리가 가까울수록 개구리에 끼치는 영향이 강했을 것으로 추정했다.실제로 조사해 보니 방생 지점에 가까울수록 토종 개구리의 뒷다리 길이가 다른 곳에 견줘 길었고 지구력이 더 뛰어났다. 코민 교수는 “새로운 천적 몽구스의 강한 포식 압력이 토종 개구리의 급격한 형질 변화와 운동능력 변화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몽구스 도입 이전에 개구리의 주요 천적은 뱀이었다. 뱀은 잠복 사냥꾼이어서 개구리가 살아남으려면 급습하는 뱀을 피하는 순발력이 중요했다.뱀을 대신해 주요 포식자가 된 몽구스는 추격 사냥꾼이다. 쫓아오는 포식자를 끈질기게 피하며 달아나는 인내력이 생사를 가른다.
토종 포식자에 적응한 개구리가 외래종 포식자를 맞아 적응하는 과정. 코민 히로타카, 도쿄농공대 제공.
분석 결과 순발력 대신 인내력을 기른 개구리가 주로 살아남았다. 코민 교수는 “순발력은 개구리가 한 번에 뛰는 거리로 측정했고 인내력은 그물 속에서 지칠 때까지 뛰는 횟수로 쟀다”며 “그 결과 몽구스의 영향이 큰 지역일수록 뒷다리 길이가 길었고 뛸 수 있는 횟수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긴 뒷다리와 뛰는 횟수는 지구력을 나타낸다.연구자들은 “이런 형질과 운동능력의 변화가 불과 수십 년 만에 급격하게 일어났다”며 놀라워했다. 게다가 바뀐 형질은 몽구스를 퇴치한 뒤에도 유지됐다.개구리의 몽구스 회피법이 학습을 통해 배운 게 아니라 진화를 통해 획득한 형질이라는 뜻이다. 연구자들은 “개구리의 형태와 지구력이 짧은 시간 동안 급격하게 진화해 세대를 넘어서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외래종 포식자에 의해 토종이 많이 잡아먹혀 절멸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연구는 토종이 단지 개체 수가 줄어들 뿐 아니라 형태마저 달라질 수 있음을 가리킨다.연구자들은 “토종이 외래종과 별문제 없이 공존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토종이 독특하게 진화하면서 확보한 형질이 외래종에 의해 변화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생물학적 침입’ 최근호에 실렸다.인용 논문: Biological Invasions, DOI: 10.1007/s10530-020-02440-0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animalpeople/ecology_evolution/988052.html?_fr=mt3#csidx606b22cdfcf9237b1f02f2479edbb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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