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20.12.15 00:03 | 종합 34면 지면보기
아직 신통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을 종식할 확실한 ‘게임 체인저’는 백신뿐이다. 그런데 정부의 백신 대책은 국민을 충분히 안심시키기엔 턱없이 미흡하다.
영국·미국·캐나다 백신 접종 속속 이어져
우리는 언제 어떤 백신 맞는 건지 설명해야
지난 8일 영국이 ‘승리의 날(V-Day)’을 선포한 데 이어 어제는 미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자 ‘노르망디 상륙작전 같은 대전환점’이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을 끝내줄 백신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미국은 내년 3월까지 1억 명이 면역을 갖게 되고, 5~6월에는 집단면역을 형성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제시했다.
영국·미국에 이어 캐나다도 이번 주 접종을 시작한다. 머지않아 이웃 나라 일본도 백신 혜택을 볼 전망이라니 그저 부러울 뿐이다. 고개를 돌려 국내 상황을 보면 답답함과 초조·불안을 넘어 분통이 터질 지경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어떤 백신을 맞을 수 있는지 분명한 기약이 없기 때문이다. 백신 확보 전략에 오판이 있었거나 여유를 부리다 실기한 데 따른 부담을 국민이 떠안는 모양새다. 올겨울 들어 첫눈이 내린 뒤 수은주가 가장 낮게 내려간 어제 수도권 150곳에 설치된 임시 선별검사소 앞은 장사진이었다. 언제 어떻게 코로나19에 걸릴지 모르고, 백신 정책은 미덥지 않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선별검사소를 찾는 국민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2월 23일 이후 약 10개월 만에 직접 주재했다. 대통령은 “코로나19가 국내에 유입된 이래 최대 위기”라면서 “이제 K방역의 성패를 걸고 총력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백신 정책이 왜 이 정도밖에 안 되는지에 대한 해명과 사과는 없었다. 대통령은 “백신과 치료제가 사용되기 전까지 마지막 고비다. 그때까지는 거리 두기 실천이 가장 강한 백신과 치료제”라며 고통 분담을 호소했다.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었다. 그동안 정부의 지침대로 생업을 포기하다시피 하며 거리두기를 지켰는데 왜 하루에 1000명의 확진자가 나오는지, 우리는 도대체 언제부터 백신을 맞을 수 있는지 명쾌한 설명을 듣고 싶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그제 “코로나19 치료제 사용은 내년 1월 하순 이전, 백신 접종은 3월 이전에 시작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글로벌 백신 수급 구조와 실상을 뉴스로 파악한 국민이라면 거대 여당 대표의 희망고문 같은 장밋빛 전망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당장 내년 4월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백신을 선거에 이용하면 안 된다는 경계론이 나왔다.
대통령이든, 정세균 총리든 책임감을 갖고 백신 대책을 급히 재점검해 국민 앞에 보완책을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 고조된 국민 불안을 달래려면 백신을 확보하는 것 외에 우회로는 없다.
[출처: 중앙일보] [사설] 부실한 백신 대책 사과하고, 대안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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