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12.02 09:22
‘시무7조’ 상소문으로 이름을 알린 진인(塵人) 조은산이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 사태’와 관련해 침묵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확신이 없는 자에게서 확답을 바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노무현(왼쪽) 전 대통령은 2007년 4월 2일 한·미 FTA 협상 타결 특별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정치적 손해를 무릅쓰고 내린 결단"이라고 했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6월 19일 당시 쇠고기 파동에 대한 대국민담화문에서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사과했다. /YTN·SBS
조은산은 2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대통령의 글’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갈등 국면에서 나온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을 인용하면서 “한미 FTA를 둘러싼 각계각층의 반발은 두 대통령에게 각자 다른 성질의 문제로 다가왔다. 그러나 해법은 같았다. 그들은 숨지 않았고 대립의 정점에 서는 것을 피하지 않았다”라고 적었다.
조은산은 지난 8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시무 7조’를 올린 이후 줄곧 상소문 형식의 문체를 사용한 풍자글을 올렸지만, 최근 언론과 인터뷰하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인 이날 글에선 일반적 문체를 사용했다.
조은산은 “절망뿐인 세상에서도 누군가는 희망을 전해야 한다. 거짓뿐인 세상일지라도 누군가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 나는 그것이 바로 지도자라 여긴다. 그들 또한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이 두 개의 글이 그것을 증명한다. 이것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국민적 저항에 맞서 회피와 침묵으로 일관하기보다는 뿔을 들어 정면돌파를 선택한 어느 ‘남자들의 글’”이라고 했다.
이어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고 국익을 위해 악수를 둬야만 했던 ‘진정한 사나이’들의 저돌적 본능이 살아 날뛴다”라며 “(두 대통령의 담화문은) 무엇보다 당당하다. 왜 지도자가 되었는가. 왜 청와대에 있는가. 존재의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의 부름에 어떻게 부응하는가. 지도자에게 던져진 수많은 질문들에 거리낌 없이 답하고 그 답을 타인에게 미루지 않는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조은산은 “지금, 국민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은 아마 이런 것들이 아닐까. 다른 말이라도 좋다. 구구절절한 변명도 좋고 궤변도 좋다. 최소한 침묵이 아닌, 권위를 내던진 지도자의 진실한 목소리를 국민들은 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나의 글을 찾는 분들은 아마도 ‘사상 초유의 검란에 대통령은 도대체 무엇하는가’ 이런 직설적인 메세지를 바랄지도 모르겠다”며 “그러나 죄송스럽지만 나는 말을 아끼려 한다. 나는 확신이 없는 자에게서 확답을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한·미 FTA 협상 타결 이후 후속 조치 담화문에서 자신을 지지했던 진보 진영을 겨냥해 “저 개인으로서는 아무런 정치적 이득도 없다. 오로지 소신과 양심을 가지고 내린 결단이며, 정치적 손해를 무릅쓰고 내린 결단”이라며 한·미 FTA 체결의 불가피성을 강조했었다. “민족적 감정이나 정략적 의도를 가지고 접근할 일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의 담화문은 2008년 이른바 ‘광우병 파동’으로 촛불시위가 거세지자 이를 수습하기 위해 나온 것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정부가 국민들께 충분한 이해를 구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아무리 시급한 국가적 현안이라도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챙겨야 했는데 이 점에 대해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며 “더 낮은 자세로 국민에 다가가고, 심기일전해서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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