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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문화

[김준의 맛과 섬] [41] 통영 뽈래기김치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입력 2020.12.02 03:00

 

 

김장철이다. 이 무렵 통영 조모님들은 물 좋고 적당한 크기의 뽈래기를 사다가 통째로 소금을 뿌려 보관해 둔다. 그리고 통통한 무를 큼직큼직하게 썰어 깍두기용으로 준비한다. 뽈래기무김치를 담그려는 것이다. 김장을 하고 남은 양념을 쓰기도 하지만 오롯이 뽈래기무김치를 위해 채비를 하기도 한다. 심지어 배추김치에도 뽈래기를 넣기도 한다. 그래서 이 무렵이면 큰 우럭보다 더 귀하고 비싼 생선이다. 뽈래기는 통영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생선이다. 뽈래기는 볼락이라는 바닷물고기이다. 양볼락과에 속하는 어류로 널리 알려진 조피볼락, 불볼락과 같은 부류이다. ‘우해이어보'에는 ‘보라어’라 했다. ‘보라’는 ‘아름다운 비단’이라는 의미이다. 바위나 모래나 해초 등 서식 환경에 따라 몸 색이 다양하다. 큰 것은 어른 손바닥보다 크지만 뽈래기무김치로는 아이 손만 한 것이 좋다. 큰 뽈래기는 미리 사 두었다 쪄서 제사상에 올리기도 했다. 뽈래기는 낚시나 통발로 잡는다. 12월부터 1월까지 맛이 좋다.

준비해 둔 뽈래기에 간이 들고 물이 빠져 살이 단단해지면 파, 마늘, 고춧가루, 찹쌀풀로 갖은 양념을 만들어 깍두기와 함께 버무린다. 이때 뽈래기는 내장도 제거하지 않고 통째로 넣는다. 10여 일이면 먹을 수 있고, 더 두고 삭혀 먹어도 좋다. 김장 김치가 떨어지는 봄에 먹는 사람들도 있다. 단단하고 거친 뽈래기 뼈는 얌전하게 삭혀지고 살은 오롯이 남아 씹는 맛도 좋다. 그 향과 맛에 취하면 통영 사람이 되는 것이다.

찬 바람이 나면 통영 바다에서 건져온 뽈래기는 새터시장에 모였었다. 뽈래기무김치에 적당한 뽈래기가 보이기 시작하면 김장을 준비할 시기가 된 것이다. 설 명절에 가족들이 모이면 뽈래기를 굽고, 탕을 끓이고, 마지막으로 밥상에 뽈래기무김치를 올렸다. 뽈래기무김치를 보면 어머니를 떠올린다. 뽈래기무김치가 고향 맛이고 어머니의 맛이기 때문이다. 추도 허름한 포구 식당에서 먹었던 뽈래기무김치 맛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