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보리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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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거리가 부족하던 시절의 5월 보릿고개를 넘으며 질리도록 먹었던 그 옛날의 보리밥이 지금은 건강 별식으로 돌아 온지 오래이다. 여러 가지 나물과 된장 국물 넣고 슥슥 비벼 먹는 보리밥의 특유하게 미끌미끌하고 거칠거칠한 맛은 예전이나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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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는 쌀밥 대신 현미나 잡곡밥, 보리밥을 먹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건강을 생각하고, 웰빙을 중요한 삶의 실천 방법으로 삼은 시대의 흐름이 식탁에 먼저 찾아온 때문일 것이다. 가마솥에 푹 삶아낸 보들보들하고 구수한 옛날 보리밥의 맛을 젊은 세대가 제대로 알 리 없지만, 가끔 챙겨 먹는 건강 별식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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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밥은 다른 식품보다 섬유질이 많아서 소화가 잘 되고, 많이 먹어도 금방 배가 꺼지며 지방 축적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어 다이어트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보리밥은 짓는 방법이 예전보다 조금 다르다. 보리밥 짓는 방법으로는 보리쌀을 먼저 한 번 삶아 뜨거울 때 소쿠리에 건져 선선한 곳에 놓아두었다가 물기가 가시면 무쇠 솥에 안쳐 긴 시간 열을 가하여 밥을 짓는 것이다. 요사이는 각종 주장기구가 발전하여 있어서 번거롭게 보리쌀 삶을 필요 없이 하룻밤 정도 물에 담가 불렸다가 체에 걸러 물기를 빼어 지어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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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낸 어린 시절 쌀밥이 그렇게 그립던 그때, 어머니에게 보리밥을 먹지 아니하겠다고 보첼 때면 보리밥을 각종 먹을거리를 넣어서 비벼 주시곤 하시였다. 흰쌀밥을 먹는 것처럼 밥 먹고 반찬 먹고 하는 식으로는 보리밥을 먹기에는 어린 나에게 특유의 촉감과 무맛 때문에 먹기가 참 힘들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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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문에 갖가지 나물과 고추장을 넣고 슥슥 비벼주시면 맛이 있어서 먹기 좋았다. 고추장 대신 간장(된장)이나 청국장을 넣기도 하였다. 여기에 참기름 한 방울을 똑 떨어뜨려 어머님이 한 숱 가락 먼저 떠먹어보시고 내밀어주시던 보리밥은 그래도 미끌미끌하고 부들부들 하였지만 씹어 먹으면 그때 보리밥의 맛은 꿀맛이 되어 지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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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밥을 먹을 때는 밥상에 올려 진 된장국이나 국거리를 맛보고 난후 크게 한 숟가락을 먹는 것이 보리밥을 맛있게 먹는 정석이다. 천천히 꼭꼭 느긋하게 씹어 먹으면 단맛이 난다. 그러면 다시 또 한 숟가락을 떠서 먹는 것이다. 이럴 때 미끌미끌하고 부들부들한 보리밥을 잘 느끼며 꼭꼭 씹어 먹으면 보리밥만이 가진 특유한 맛이 입에 맴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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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밥 먹기에 비위가 약한 사람은 보리밥을 비빔밥 해 먹으면 된다. 밥에 간을 하지 말고 갖가지 나물이 섞인 그릇에 혼합보리밥을 알맞게 넣고, 고추장과 된장을 반 숟가락씩 넣어 개인이 직접 간을 맞추는 것이 보리밥을 맛있게 먹는 한 방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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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쌀을 깨끗이 씻어 한 번 삶은 뒤 밥을 짓는 것이 맛있다는 것을 알 리 없는 요즘 젊은 세대에게 보리밥 진미를 알기는 어렵다. 보리밥은 어머니의 정성을 느낄 수 있는 우리식생활 문화가 남겨준 추억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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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보리밥을 맛보려면 질 좋은 보리쌀로 지은 보리밥 외에 직접 담근 장으로 만든 된장찌개와 열무김치가 갖춰져야 그 멋과 맛을 알게 된다. 여기에 추가하여 쌈을 싸먹을 수 있는 각종 신선한 야채와 직접 담근 동치미와 어리굴젓이 한 상 어우러지면 푸짐하게 보여 지고 최상의 보리밥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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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손맛이 벤 그 옛날 추억의 보리밥이 그립다. 다소 밋밋해 보이는 실내지만 옛날 내가 살았던 집을 연상시키는 마룻바닥에 앉아 주문한 밥을 기다리며 따뜻한 보리차 한 잔도 곁들여 푸근하게 마실 수 있는 그런 곳에서 입맛이 줄어들어버린 요사이 보리밥을 한번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자주 떠오른다. 그렇게 먹지안하겠다고 보채며 울었던 그 보리밥이 어머니 왜 이렇게 눈물 나게 먹어 보고 싶은지요. 사랑하는 어머님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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