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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다스르기

겨울밤의 추억

 

 

 

겨울밤의 추억



 며칠 전 광화문에 나갔다가 늦게 돌아오는 길에 추워진 날씨에 모두 바삐 움직이던 그때 골목 한켠에서 군밤과 군고구마를 팔고 있는 아저씨를 발견했다. 노릇노릇 잘 구워진 군밤을 보니 아들 생각에 얼른 샀다. 3천원어치를 샀지만 몇개 들어있지 않았다. 그리고 식을까봐 부랴부랴 집으로 와 정말 맛있게 먹었다. 아들은 빈 봉지를 보며 아쉬워하는 눈빛이었다. 그래서 내가 자랄 때 먹었던 겨울 주전부리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마음을 달래줬다.


지금은 밤에 먹는 간식이 건강을 해친다는 등등의 얘기 때문에 주전부리를 자제하게 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겨울밤 맛난 주전부리와 추억담긴 이야기는 정말 좋은 추억이다. 사람은 언제나 맛있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잘 먹는다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내가 성장하던 60년대는 주식인 쌀이 귀하던 시절이라 시골에서는 고구마가 겨울에 식사대용으로 먹었던 음식이었으나 그것도 마음대로 먹을 수없이 부족했다.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사시사철 먹을 수 있다.


내가 보낸 어린 시절  어머님이 밥 지은 뒤 벌건 아궁이 잔불에 고구마 몇 개를 던져놨다가 재로 변하면 부지깽이로 꺼내줬던 군고구마는 회색빛 재로 뒤 덮혀 있었다. 난 재를 먹는 건지 고구마를 먹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입안가득 전해지는 그 단맛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다.


중학교 진학하기위하여 도시로 나온 후 길거리에서 까만 껍질 속노란 속살의 군고구마를 먹어 본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까맣게 그을린 껍질을 천천히 벗겨내고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고구마를 호호 불어 한 입 깨물면 뜨겁지만 달콤한 고구마 속살이 입 안에 착 달라붙는 그 느낌은 세월이 흘러가도 겨울이란 이름 속에 나의 뇌리 속에 살아있다.


내가 생활하여온 추억 속에 긴 겨울밤이 없다면 얼마나 썰렁할까하는 생각이 날 때가 있다. 구덕산 참 바람이 사정없이 몰아치는 밤 차거운 골목길을  '찹쌀떠억~ 메밀무욱~' 사려 하고 구성지게 외쳐 오는 그 애절한 목소리가 가슴에 저려오던 밤이 있었고 부산역에서 울려 퍼져 오는 밤하늘 기차의 기적소리며, 부산항의 떠나가는 뱃고동소리는 내 마음은 하늘에 매달아 어디론가 벗으나고픈 젊은 날 겨울밤에 있었던 잊히지 아니하는 추억의 한 장면이 되었다.


찹쌀 호(胡)떡은 오랑캐떡의 다른 말로 중국의 떡 종류였다고  하지만 중국식 호떡은 우리의 자장면이 다르듯 많이 다르다. 우리나라의 호떡은 화교가 처음 만들어 먹고 나서 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우리에게 어떻게 전해졌든 지금은 우리의 겨울밤 주전부리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주자이다.


 특히 겨울밤 입을 즐겁게 해주는 찹쌀호떡은 뭐니 뭐니 해도 추운 날 손을 호호 불면서 야외에서 오뎅 국물과 함께 먹어야 제 맛이다. 그 시절 유일한 대화의 자리 터가 없었던 때라  호떡집에 대한 추억은 하나정도 있을 것 같으며 이제 우리는 이렇게 추억 속에서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하면서 퇴근길 가끔 배고픔 허기를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오뎅, 물방울이 송글 송글 맺힌 비닐 안에 잘 말려 있는 순대, 고추장 양념이 잘 스민 떡볶이, 흥건한 기름 위에서 뒤집어지는 호떡, 달콤한 팥이 가득 들어 있는 붕어빵으로 대표되는 이런 주전부리들 감사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이런 주전부리들이 없었다면 당시를 살아온 모든 사람들에게는 긴 겨울밤이  얼마나 썰렁할까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다니던 학교 이름보다 더 다양하던 당시의 붕어빵이 있었다.

풀빵, 붕어빵, 잉어빵, 황금잉어빵 등. 똑같이 생긴 것을 두고 이처럼 이름이 많은 것이 또 있을까. 붕어빵을 만드는 이들은 모두가 자신들이 원조라고 자청하면서 나름대로의 자존심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머리부터 먹는지 꼬리부터 먹는지 아니면 지느러미부터 먹는지에 따라 성격테스트까지 할 수 있다는 붕·어·빵. 그래서 사람들은 겨울밤 주전부리의 대표주자를 붕어빵으로 꼽기도 한다. 전통적인 하얀 밀가루에 단 팥이 들어있는 붕어빵 말고도 땅콩을 갈아 넣기도 하고 야채를 넣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장 환성적 조화를 이루는 맛은 단팥이 머리부터 꼬리까지 골고루 들어간 붕어빵이 제격이다. 바로 구워진 붕어빵 몇 마리면 든든한 겨울밤은 문제없다.


세월이 참 많이도 흘러가서인지 이제 그 주전부리 먹걸이도 다양해지고 많이 변화를 가져와서 추억 진 그런 옛 모습을 찾아보기란 어렵지만 추억은 살아서 나의 곁에 떠나지 아니한다.


아이들과 호호 불며 먹는 군고구마와 찰떡 가래떡을 구워 먹으면서 나누는 이야기는 오래도록 기억날 테지요 . 따뜻할 때 즐겨야 제 맛 나는 겨울 간식, 쉽게 즐기는 법을 정리했다.


 ▶군밤 ▷재료=밤 20개 ▷만들기=군고구마 냄비나 생선구이 양면 팬을 이용할 경우 밤을 씻어서 깊게 칼집을 넣은 후 군고구마 냄비나 생선구이 양면 팬에 넣고 중간 불에서 25~30분 정도 굽는다. 일반 냄비를 이용할 경우 ① 냄비에 밤을 넣고 넉넉하게 물을 부어 삶는다. ② 밤이 삶아지면 체에 밭쳐 물기를 뺀 뒤 깊게 칼집을 넣는다. ③ 그릴 팬에 삶은 밤을 넣고 은박지로 덮어 노릇하게 굽는다.


 ▶군고구마 ▷재료=고구마 6개 ▷만들기=군고구마를 만드는 가장 간편하고 맛있는 방법은 군고구마 냄비를 사용하는 것. 바닥에 구멍이 송송 뚫려 있어 직화로 구울 수 있으며 중간 불에 30분 정도 올려두고 중간에 한 번만 뒤집어 주면 근사한 길거리표 군고구마가 완성된다. 생선구이 양면 팬에 고구마를 넣고 뚜껑을 닫은 후 약한 불에 30분 정도 올려도 비슷한 맛이 난다. 일반 냄비를 이용할 경우 ① 고구마를 껍질째 씻어 냄비에 넣고 물을 세컵 정도 부어서 삶는다. ② 고구마를 젓가락으로 찔러 보아 쑥 들어가면 물을 쏟아 버리고 불에 냄비를 올린 상태로 고구마의 수분을 모두 날린다. 타지 않도록 냄비를 자주 흔들어 줘야 한다. ③ 은박지로 고구마를 감싼 뒤 석쇠에 올려 중간 불에서 앞뒤로 고르게 굽는다.


 ▶찰떡팬구이 ▷재료=찰떡 300g, 포도씨 오일 1작은술, 카스텔라 가루 적당량 ▷만들기=① 찰떡은 살짝 굳은 것으로 준비해 칼에 물을 약간씩 묻혀 가며 사방 3㎝ 크기로 썬다. ② 팬에 포도씨 오일을 두르고 ①의 찰떡을 노릇하게 구워낸다. ③ 구운 찰떡에 카스텔라 옷을 듬뿍 입힌 뒤 경단처럼 먹는다.


 ▶간편 약밥 ▷재료=찹쌀 2컵, 잣 3큰술, 대추 5개, 고구마 2개, 간장 2큰술, 참기름 2큰술, 흑설탕 5큰술, 물 1컵, 꼬치 약간 ▷만들기=① 찹쌀은 씻어서 1시간 이상 충분히 불린다. ② 고구마는 씻어서 껍질을 벗겨 사방 2㎝ 크기로 자르고 대추는 반을 갈라 씨를 뺀다. 잣은 고깔을 떼어 준비한다. ③ 불린 찹쌀을 체에 건져 물기를 빼고 고구마·대추·잣을 넣고 준비한 양념을 넣어 버무린다. ④ 압력솥에 ③을 담고 물을 부은 뒤 뚜껑을 덮어 밥을 짓는다. ⑤ 약밥이 차지게 완성되면 불에서 내려 위아래를 고루 섞어 식힌 후 담아낸다.


 ▶가래떡 구이와 쌀조청 ▷재료=가래떡 200g, 참기름 1작은술, 소금 약간, 잣가루 2큰술, 쌀조청 5큰술, 검은깨 가루 1/4작은술 ▷만들기=① 가래떡은 꾸들꾸들하게 마른 것으로 준비해 10㎝ 길이로 자른다. ② 참기름에 소금을 약간 넣고 섞은 뒤 붓으로 가래떡에 바른다. ③ 잘 달군 석쇠에 가래떡을 앞뒤로 노릇하게 구워 준다. ④ 잣은 고깔을 떼고 키친타월 위에 올려 칼등으로 잘게 다진다. ⑤ 쌀조청에 검은깨 가루와 잣가루를 넣고 버무려 섞는다. ⑥ 접시에 가래떡 구운 것과 ⑤의 쌀조청을 곁들여 상에 낸다.


 ▶고구마 쫀득이 ▷재료=고구마 3개 ▷만들기=① 고구마는 껍질째 씻어서 김이 충분하게 오른 찜통에 넣어 찐다. ② 찐 고구마는 얄팍하게 슬라이스해 채반에 널어 말린다. ③ 고구마의 앞뒤를 뒤집어 가며 말려 쫀득쫀득한 질감이 되면 과자처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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