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래기에 대한 추억
내가 받아보는 12.5일 조간 조선일보 종합판 기사에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 시래기를 파는 박부자(73) 할머니는 4일 이명박 대통령을 보자마자 눈물을 쏟아냈다”라는 시래기 팔아서 생계를 꾸려 가시는 할머님 삶에 대한 애환기사 내용을 읽고 시래기에 얽힌 나의 추억담을 적어봅니다.
씨래기의 표준말은 시래기이다. 나는 어릴 때 몸에 밴 억양과 어휘에 익혀지어 잘 고쳐지지 아니한다. 시래기 겉모습은 사실 초라하고 궁상맞다. 배추 시래기 보다 특히 무청 시래기는 더 쓸모없이 보이는 나뭇가지 엮은 것 같은 쓰레기 모양이다.
시래기는 무우나 배추 등 채소의 쓸만한 것 다 쓰고 버리는 좀 괜찮은 쓰레기'정도로 알고 있었고, 옛 가난한 시절 사람들이 식용하는 식품이며, 부유한 가정에서는 시래기나 우거지 모두가 허접한 쓰레기 음식으로 대접 받고 있었다. 그 푸대접받던 시래기는 영양만점의 "효자식탁 먹거리"라고 한다. 요즘 시셋말로 "최고급 전통 웰빙식품"이란다
시래기는 "무청 말린 것"으로 멀쩡한 "무의 줄기와 잎"이 재료이고 우거지는 "웃 걷이"의 변화어로 배추나 무의 겉잎을 걷어낸 것이란다. 이것을 국을 끓이면 바로 "시래기국"이 되고 "우거지국"이 된다는 것이다.
된장 한 덩이 물그죽죽 풀어 만든 어머니 손맛이 간 시래기국 먹고 자란 시절이 지금에 와서는 그리워진다.
내가 어렸을 때이다. 먹거리가 부족하던 그 시절 가을걷이가 끝나고 온 식구가 김장에 메달릴 때면 할아버지는 시골집 양지 바른 곳 한 자리를 골라서 시래기를 엮으시면 나는 곁에 앉아서 짚을 집어드리곤 하였다.
김장준비를 하던 김장 배추, 무우의 "쓰레기들"중에 쓸만한 것을 골라 짚으로 차곡차곡 묶어 응달 추마 밑이나 마구간벽에 주렁주렁 빨래처럼 매달아 널어놓으시던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새롭다.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시래기라 불리던 무청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봄날의 기는 쑥에, 가을의 기는 무청에 있다’는 말이 있다.
시래기에는 엄청난 영양이 숨겨져 있다는 뜻이다. 무에 많이 들어있는 식이섬유는 위와 장에 머물며 포만감을 주어 비만을 예방하고 당의 농도가 높아지는 것을 지연시킨다. 무는 또한 90%이상이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전분, 지방,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있어 소화 작용에 이롭다.
무는 알카리성이기 때문에 생선 구이 등과 같은 산성 식품과 함께 먹으면 특히 몸에 좋다. 무청(무의 잎)에는 딸기보다 비타민 C가 많이 들어 있으며, 비타민 B1과 B2 역시 우유보다 풍부하다. 또한 비타민 A도 같은 크기의 당근 보다 두 배가 넘게 함유돼 있어 간암억제에도 효과가 크다. 철이 많아 빈혈에 좋고, 칼슘 및 식이섬유가 함유돼 있어 혈중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려 동맥경화 억제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의 선조들이 이렇게 음식에 대한 지혜와 정보가 많았는지 궁금하다. 그 예전에는 영양분이 있고 몸에 좋고 나쁨을 과학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관도 없었는데, 어떻게 음식재료들을 판별을 해서 사용을 했는지 아무리 봐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오늘의 재료인 무우 시래기 같은 경우도 무우를 쓰고 그 줄기를 말려서 음식으로 활용할
생각을 했다는 것은 대단한 지혜이다.
그리고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재료를 그 사용방법 그대로 지금도 그대로 쓰고 있다고 하는것은 선조들의 대단한 지혜 아니겠습니까? 그럴 것이 과학적으로 모든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무우에 싱싱한 무청을 걷어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 말려 음식재료로 사용하면 아주 영양가가 높다고 한다. 무청으로 시래기 된장국, 시래기나물, 시래기 전, 시래기 지짐, 감자탕, 민물생선 찜 등 다양한 요리를 선보일 수 있다. 요즘 같이 주머니가 가벼운 때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하는 데 그만이다.
또한 시래기는 미용이나 치료제로도 사용되고 있다. 시래기를 끓인 물에 발을 담그면 각질제거에 좋고 몸이 찬 사람은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어 관절통증도 완화할 수 있다. 매서운 추운 날씨에 우리의 지갑이 가벼워지면 마음마저 움츠러들기 쉽다. 이럴 때 머리부터 발끝까지 버릴 것 없는 무,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시래기를 부식으로 사용하도록 추천하고 싶다. 들깨가루 넣고 보글보글 끓여 좋은 사람들과 마주하고 먹으면 겨우내 얼어붙었던 마음마저 따뜻해 지지 않을까?
나에게는 쓰레기를 연상할 정도로 허접스레 대접받았던 "시래기"국을 먹지 아니하겠다고 때서며 울고불고한 날들이 수없이 있었다. 내가 자립하여서는 너무도 지겨웠던 시래기나물이었기에 먹지 아니했다. 이제 돌이켜 생각하면 너무도 황송하고 죄스런 마음이 눈앞을 가리 운다.
근년에는 혈압이 높아서 씨름하다가 어느 날 위암과 대장암과 투병하게 되었는데 결과가 좋아진 후 시래기가 몸에 좋다고 하여 이제 나에게는 빼 놓을 수 없는 소중한 주요 식단 메뉴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먹을 것 아무것도 없었던 시절 끼니마다 시래기 음식을 작만하신다고 분주하시던 할머니와 어머님에 대한 사모하는 마음이 그리움이 되어 가슴을 채운다. 오늘은 온갖 정성 들여서 물그레한 된장을 잘 풀어 보글보글 익혀낸 구수한 냄새가 풍겨나던 음식인 시래기국 한 그릇이 새삼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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