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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이야기

직원을 춤추게 하니 아이디어도 춤춘다

직원을 춤추게 하니 아이디어도 춤춘다
2008년 07월 17일 | 글 | 평택=임우선 동아일보 기자 ㆍimsun@donga.com |
 
일본 도요타그룹 계열 간토(關東)자동차의 우치가와 스스무(內川晋) 고문(전 회장)이 9월 LG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한다. 간토자동차는 도요타자동차의 차체 개발 및 제조를 전담하며 도요타그룹 내 생산공정 혁신을 선도해 온 회사로 유명하다. 도요타의 임원진이 LG전자의 현장을 방문하는 것은 5월 조 후지오(張富士夫) 도요타자동차 회장이 LG전자 창원공장을 둘러본 이후 4개월 만이다. 당시 조 회장은 “대단하다. 도요타보다 나은 점도 많다”고 감탄하며 LG전자의 현장 혁신에 놀라워했다.

15일 LG전자 평택공장 셋톱박스 생산라인에서 현장직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공장은 직원들이 낸 각종 아이디어를 공정에 반영해 1년 만에 생산성이 3배 넘게 향상됐다. 사진 제공 LG전자
도요타자동차는 세계 여러 기업의 대표적 벤치마킹 대상이다. LG전자 역시 경영진뿐 아니라 노조까지 일본을 찾아 ‘도요타 배우기’에 나선 바 있다.

그런 기업의 경영진이 LG전자의 현장을 잇달아 두 번이나 찾는 것은 이례적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혁신기법 전수를 위해 LG전자에 파견됐다가 돌아간 도요타의 컨설턴트들이 ‘LG의 최근 혁신은 배울 만한 수준’이라고 적극 추천해 도요타 임원들의 방문이 추진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직원 아이디어로 혁신… 생산성 1년 만에 3.2배↑

15일 찾은 LG전자 평택공장의 셋톱박스 생산라인은 그야말로 곳곳이 혁신의 흔적들로 가득했다.

이 라인은 최근 LG전자가 적극 추진하는 ‘낭비 제거 운동’을 통해 1년 만에 생산성을 3.2배로 높였다.

생산라인 길이는 조립공정 혁신을 통해 91m에서 45m로 절반가량 줄었다. 제품 한 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 역시 20초에서 8초로 절반 이상 단축됐다.

평택공장 생산라인의 공정 혁신을 이끄는 TDR팀의 정문진 팀장은 “이 모든 성과는 현장 직원들의 아이디어로 이뤄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공장 여기저기에서는 직원들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는 독창적인 생산 장비들이 공정에 활용되고 있었다.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움직이는 장비에 물통으로 만든 추를 매달아 일정 거리 이상 장비가 멀어지면 전기 없이 추의 무게로 장비의 위치를 되돌리는 고난도 설비부터 세제통의 입구 부분을 오려 만든 깔때기 안에 나사들을 담아 작은 나사를 작업자가 쉽게 집을 수 있게 한 재치 있는 아이디어까지 혁신 공정은 10여 가지나 됐다.

정 팀장은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한계에 부닥쳤을 땐 다른 부서뿐 아니라 부사장까지 나서 함께 고민했다”며 “끊임없는 개선을 위해서는 특히 ‘무전(無錢·돈이 들지 않는) 개선’ 방안을 찾는 게 중요했다”고 전했다.

○ 직원들의 동기 부여 효과도

평택공장은 직원들에 대한 끊임없는 동기 부여를 통해 이 같은 혁신을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남용 부회장이 6월 이곳을 찾았을 때 공정 혁신 사례를 설명한 사람은 현장 관리자가 아니라 해당 장비를 고안한 현장 직원이었다.

최근에는 ‘달인(達人) 선발대회’를 열어 ‘스크루 체결 달인’, ‘기판 꽂기 달인’ 등을 뽑고 부사장이 직접 ‘달인 임명장’도 수여했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자신들이 생각해 낸 업무 혁신 기법이 중국, 인도네시아 등 LG전자의 해외 공장에도 전파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승억 미디어부문 생산팀장은 “현재 평택공장의 혁신을 전파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이 만들어져 세계 8곳의 공장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2월부터 TF팀이 가동된 인도네시아 공장의 생산성은 벌써 57%나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내년 이맘때는 6배의 생산성 향상을 이뤄내는 게 직원들의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