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노인들에 밥 퍼주는 ‘소공동 효녀’
7년째 점심봉양 해온 김장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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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을 잃으신 어르신들이 모처럼 맛있게 드시는 걸 보면 그저 기쁠 뿐입니다."
서울 중구 순화동에서 20여 년째 조그만 식당을 하고 있는 김장소(여·60· 사진)씨는 4일 이웃 노인들에게 수시로 푸짐한 점심을 대접한다고 해서 찾아간 기자에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스스로 좋아서 하는 것인데 무슨 자랑거리가 되느냐”며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했다.
김씨는 이날도 어버이날에 동네 노인들에게 대접할 음식을 마련하느라 바쁘게 손을 놀리고 있었다. 김씨가 이처럼 식당 인근 소공동 노인들에게 점심봉양을 시작하게 된 것은 2002년부터.
“특별한 계기가 있는 건 아니고 식당을 하고 있으니 이웃 노인들에게 따뜻한 점심 한끼라도 대접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겁니다.”
인근 주민들은 그를 ‘소공동 효녀’라고 부른다. 수년째 지극정성으로 동네 어르신들을 모신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소공동 경로당 노인들의 봄·가을 야유회 때도 그의 손맛은 진가를 발휘한다. 직접 시장을 보고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노인들의 야유회에 따라간다. 식당에서 내놓을 음식을 넉넉히 만들어 인근 경로당 가져다 드리는 것도 월례 행사가 된지 오래다.
“지난 4월 소공경로당 야유회에는 밥과 돼지고기 보쌈, 맛있게 버무린 겉절이, 된장으로 무친 봄나물, 새롭게 담근 물김치를 잔뜩 짊어지고 어르신들과 함께 월미도로 봉사를 다녀왔어요. 어른들이 좋아하시는 걸 보고 마음이 뿌듯하더군요.”
“10년 전에 갑자기 돌아가신 어머니께 따뜻한 밥 한 그릇 못해드린 게 늘 마음이 걸린다”는 김씨는 “인근에 사는 노인들이 부모님이라고 생각하고 모시고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집안에서도 어른들께 해외 여행 같은 큰 것을 해드리는 것보다 평소에 음료수라도 하나 사드리고, 정성스럽게 된장찌개를 끓여드리는 게 더 효도하는 것 아닐까요.”
결혼 전 직장생활을 할 때에도 월급날이면 어려운 이웃에게 음식을 사다 드리곤 했다는 김씨. “남을 돕기 좋아해서 모아둔 재산은 따로 없지만 후회하지 않는다”는 그는 “전생에 다른 사람한테 많이 얻어먹었나 보다”라고 우스갯소릴 던졌다.
그는 선행과 봉사로 얻는 기쁨은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행복 바이러스가 전염된 것인지 김씨의 훈훈한 소식을 전해들은 이웃사람들도 덩달아 노인봉양에 나서고 있다.
“주변 가게를 하는 주민들이 이번 어버이날 식사때 서로 음식을 준비하겠다고 하고, 어르신들께 안마라도 해드리겠다며 참석의사를 밝혀왔어요. 우리 동네 어르신들은 여느 때보다도 흐뭇한 어버이날을 맞이할 것 같습니다.”
소공동 효실천 운영위원회는 “효도특구로 지정된 중구의 효 사상을 적극 실천하고 있다”며 오는 7일 김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민진기 기자 jkmin@segye.com 블로그 http://blog.segye.com/jkmin
세계일보 온라인뉴스부 bodo@segye.com, 팀블로그 http://net.segye.com
- 기사입력 2008.05.05 (월) 16:18, 최종수정 2008.05.06 (화)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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