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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이야기

봄이오는 길목에서

 

봄이 오는 길목에서


봄이 오면 산에 들에 계절에 맞추어 꽃들은 피고 지며, 자연이 전해주는 아름다움에 취하여 오묘함에 경이를 표하며 나름 데로 살아온 인생의 길을 뒤돌아보게 한다.

어찌 자연이 그려내는 저 아름다운 꽃에 대한 정감이 같을 수 있으리.


그러나 어느 누구도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꽃처럼 아름다운자세로 꽃처럼 향기를 날리며 살다가 가고픈 마음은 하나이다.


이 아름다운 날 꽃과 자연이 한대 어울려져 조화를 이루고 있는 오솔길을 거닐다보면, 순간 시인이 되고 아름다운 한편의 로맨틱한 러브스토리를 그려 낼 수 도 있다.


이영하의 산문집 “내가 길이 되어 당신께로”에 있던 내용이 생각난다.


「다시 제자리 해마다 피는 꽃은 같은 모습이지만 그 꽃을 바라보는 사람은 같지를 않네.

꽃이 떨어지고 이 봄이 지나가면 그만큼 자신도 늙어가는 것을. 내년에도 다시 꽃은 피겠지만, 그 누가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으리.


흐르는 세월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던 때가 있었다. 지나는 순간순간이 아까워 허둥지둥하던 그 시절, 흐르는 시간보다 내가 더 빨리 걸어가면 되지 않을까.

못내 애를 태우며 조바심을 치던 적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외려 내가 흐르고 말았다.


흐르는 것이 어디 세월뿐이었으랴.

바람도 흘렀고 산천도 흘렀고 나도 흘렀고 너도 흘렀다.

우정도 흘렀고 사랑도 흘렀고 꿈도 희망도 삶도 흘렀다.

또 그것들은 다시금 어디론가 흘러갈 것이다.」



그러고 보면 흐르지 않는 것이라곤 이 세상의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이 흐르고 모든 것이 변한다. 흐르고 흘러 제자리에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 번 지나가면 그 순간 뿐, 지금의 자리, 지금의 순간으로 돌아올 길을 영영 없다.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들, 지금 이 순간 내 눈빛에 담기는 모든 것들 이 한순간이 어찌 소중하지 아니하고 간절하지 않니 하랴. 흐르는 것들의 그 속절없음이여!



이 유한한 인생의 길에서 우리들이 소망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 말 하고 있지만 나에게는 어린시절 시골 해거름 지는 보리밭에서 이삭 줍던 그런 마음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라는 것은 잊고 싶은 기억일수록 잊기가 힘들어 보인다. 내가 살아왔던 생활 속에 새겨지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의 편린까지도 오롯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추억의 앨범이 되어 시나브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모순투성이로 지적받을 충고가 따를 법하는 어설픈 감정까지도 거기에 삶에 순수함과 진실이 같이하고 있었다고 느껴지기에 아름답고 좋게만 아울어 보고 싶어진다.


그러나 이제 이런 사연마저도 나를 곁에 머물러주지 아니하고 스치며 지나가버리고 말 내 영혼의 수신자들로 변하여 가고 있기에 오늘도 주소를 기재하지 못하고 허공에 메일을 붙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