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치부재’ 정국 꼬인다 | |
즉흥성 · 지나친 자신감으로 ‘밀어붙이기’ 강행 혼선과 갈등 자초…“민심이반으로 이어질 것”
# 1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5일 오후 4시50분, 국무위원 후보들을 국정 워크숍(16~17일)에 참석시키라고 했다. 공식 발표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국무위원 후보들의 워크숍 참석은 이상한 일이었다. 주호영 대변인은 “정부 출범 준비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시간30분 뒤인 저녁 7시20분 “16일에는 일단 참석시키지 않고 17일 워크숍에 참석시킨다”고 번복했다. ‘협상 밀어붙이기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내부의 지적이 나왔다는 것이다. 16일 오후가 되자, 17일 워크숍 참석도 없었던 일이 됐다.
# 2 이 당선인은 16일 워크숍에서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여러 모습이 국민에게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초이스(선택)를 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해석하자면, ‘통합민주당의 발목잡기를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는 얘기다.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를 자극한 셈이다. 이경숙 인수위원장, 유우익 대통령실장 내정자도 통합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당선인의 ‘정치 혐오증’에 이들도 감염된 듯한 모습이다. 통상 정치인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취임 전부터 이명박 당선인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가에 걱정이 어른거리고 있다. 숭례문을 국민성금으로 복원하자고 했다가 취소했다. 장관직 후보들은 누가 봐도 ‘영남 편중’이다. 당선인 측근들도 우려할 정도다. 전두환·노태우 정권 때도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진용은 ‘영남·서울 출신 교수 모임’으로 만들어 버렸다. 소망교회 인맥인 박미석 사회정책수석 발탁을 두고, 당선인의 최측근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른다”고 ‘고백’했다. ‘이명박 스타일’의 특징은 뭉뚱그리면, ‘즉흥성’과 ‘지나친 자신감’이다. 이런 스타일은 심각한 폐해를 낳을 위험이 있다. 첫째, 혼선이다. 국가 최고 결정권자의 즉흥적 판단은 국정난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둘째, 갈등이다. 이 당선인은 반대를 싫어한다. 무슨 사안이든 ‘밀어붙이기’로 관철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손혁재 교수(경기대)는 “즉흥적 아이디어를 내놓고 반대 여론은 ‘성장통’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 최고 통치자의 ‘판단’을 자꾸 밀어붙이면 국력 낭비나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의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국가의 정책은 심사숙고해서 결정하고, 일단 결정을 하면 좀 나빠도 계속 가야 한다”며 “이명박 당선인은 대통령 자리를 건설회사 사장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과는 또다른 형태의 ‘신판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출신 인사도 “대선에서 530만표라는 압도적 차이로 승부가 났기 때문에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며 “노 대통령처럼 참모들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고, 결국 주변을 ‘예스맨’들로 채울 위험이 있다”고 내다봤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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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 2008-02-18 오전 08:08: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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