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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무대

신당 6개 계파 서로 “대선 참패는 네 탓”

신당 6개 계파 서로 “대선 참패는 네 탓”
최고위원·고문 연석회의… 지도체제 등 결론 못내
정동영 “어려울 때일수록 단합… 백의종군할 것”
김민철 기자 mckim@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황대진 기자 djhwang@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대통합민주신당은 21일 최고위원·상임고문 연석회의를 열었다. 대선 이후 첫 지도부 회의였다. 선거 패배의 책임 소재와 당 진로를 논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은 없었다. “(결과가) 너무 엄청나 어떻게 책임져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김근태 상임고문)는 것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미 당권 경쟁을 시작한 분위기다. 정동영계, 손학규계, 김근태계, 친노 그룹, 시민사회그룹, 민주당 탈당파 등 6개 정파는 20~21일 저녁 각각 비공식 모임을 갖고 내부 입장을 조율했다. 계파별로 ‘보스’가 비교적 뚜렷한 손학규·정동영계 등은 내심 단일 지도체제를 선호하는 반면, 나머지는 총선까지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의 총선용 ‘간판’을 누구로 할지도 의견이 갈린다.

◆친노 책임론 거세

6개 정파가 서로 “대선 참패는 네탓” 이라고 하고 있지만 화살이 집중되는 쪽은 친노 그룹이다. 정대철 상임고문은 이날 회의에서 “실패의 원인은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심판이 첫 번째”라고 말했다. 정균환 최고위원도 “참패에 대한 원인 분석이 먼저”라며 노 대통령 책임론을 언급했다. 다른 참석자들 대부분이 공감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친노 그룹의 수장인 이해찬 전 총리는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이 전 총리는 대신 20일 저녁 친노 그룹 의원들을 모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 전 총리는 “지금은 책임론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단합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병도 의원이 전했다. 친노 그룹에선 한명숙 전 총리가 당 간판으로 적합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 대통합민주신당이 21일 17대 대선 참패 이후 당 수습 방안을 논의키 위해 국회에서 최고위원·상임고문 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24~25일 충남 태안에서 자원봉사 및 워크숍을 갖기로 했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손학규측 “이젠 손 전 지사 내세울 때”

손학규계의 한 의원은 “내년 총선 때 수도권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지역 경쟁력을 갖고 있는 손 전 지사 외의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합의 추대든 경선이든 정동영계도 이번엔 손학규에게 힘을 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서 쇄신을 가장 강하게 주장하는 쪽이 시민사회다. 이들은 새 대표 선출은 합의추대하자는 쪽이다. 경선을 할 경우, 상대적으로 다른 쪽보다 조직과 기반이 약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동영 후보의 2선 후퇴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탈당파 그룹도 누구 한 명이 당권을 장악하는 것보다는 총선까지 집단지도체제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정동영 “백의종군하겠다”

정동영 전 후보는 21일 최고위원·상임고문들과 점심을 함께 하면서 “당 진로 문제에 관여하지 않겠다. 잘 상의해 결정해 달라”며 “저는 백의종군하는 자세로 뒤에서 돕겠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그는 “대선 패배는 다 제가 못나고 부족한 탓이었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단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말했다. 적어도 당분간은 2선으로 후퇴해 정치 전면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정 후보측 핵심의원은 “대선 패배의 당사자로 본인이 직접 나서 당을 추스를 상황은 아니지 않으냐”며 “후보는 당 문제에서 손을 떼고 휴식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는 22일에는 전북 전주와 순창 선영을 찾은 다음 23일 부인 민혜경씨와 함께 광주로 내려가 장애인시설인 ‘사랑의 집’에 머물 예정이다.

그러나 정 후보가 정치를 그만둘 생각은 없는 만큼 외국에 나가거나 정치에서 은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참모들은 말하고 있다. 내년 4월 총선 출마에 대해서도 참모들은 “당이 필요하다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입력 : 2007.12.22 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