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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무대

문국현과 여권의 단일화를 말한다.

문국현과 여권의 단일화를 말한다.
제대로 된 정당, 제대로 된 후보를 지지하고 싶은 유권자의 열망

여당의 후보경선이 형식적인 막을 내렸지만 그것이 여당 혹은 민주세력의 최종결론이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대선이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집권여당의 최종후보의 지지율이 10%대에 겨우 턱걸이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가볍게 지나칠 일이 아니다. 이러한 견해에 대해 혹자는 다음과 같이 반발할 것이다. 이제 '후보가 결정되었으니 여당후보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 반등할 것이라고, 그러니까 결정된 후보를 흔들지 말라고' 말이다. 하지만 여당이 '열린우리당'이란 이름을 버리면서 곡절과 진통을 산고로 출범한 통합신당이 창당과정이나 후보경선과정에서 '무능한 좌파'라는 대중의 의심을 불식시켰다거나 '정체성의 표류'라는 지지자의 불만을 불식시켰다고 받아들이기에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불만스럽고 실망스런 모습을 연출했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 중 첫 번째는 경선과정에서 각 후보 진영은 여권재편의 의미를 되살릴 수 있는 어떤 감동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민심이반과 지지층 이탈은 여러 가지로 미흡했던 정부. 여당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지만 경선 승리를 위해 각 진영이 연출한 치졸한 행위들은 '혹시'하던 기대를 '역시'라는 실망으로 바꾸기에 충분했다. 다른 한 가지 측면은 여권 재편이 개혁에 대한 정체성을 좀더 확고히 함으로서 민주정당의 정체성 제고하는 것과 수구정당이 집권함으로서 야기될 집권 2기를 통해 어렵사리 다져진 사회개혁에 대한 인프라의 와해를 막아보자는 반수구연대라는 두 가지 큰 가치를 명분으로 삼았지만, 경선을 통해 보여준 여당의 이런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손학규후보의 한나라당 이력에 대한 각 진영의 집요한 비판은 반수구연대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고, 특정후보 진영의 명의 도용 등의 불법시비는 여당 지지자로 하여금 '왜 통합신당을 지지해야 하는가?'에 의심을 품게 만들고야 말았다. 이와 같은 실망스런 경선과 불완전한 가치통합은 자연스럽게 경선이 끝나면 또 한 차례의 후보단일화 내지는 여권재편을 필연적으로 예고하고 있었다고 봐야할 것이다.

단일화가 주는 가치

통합신당이 누구를 대상으로 단일화를 시도할 것인지는 이미 드러나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때는 여당의 실체였던 새천년민주당의 잔존세력은 신당의 통합과정에서 그들이 '민주당'으로 불려야할 모든 가치를 상실했다. 따라서 그들이 "민주당을 중심으로 단일화를 이루어내겠다."는 것은 '정치를 지역주의로 회기(回期) 하겠다.'는 의미에 다름 아니다. 이런 세력과의 연대는 민주정당의 정체성 확립과 지지세 결집에 해가 되면 해가 됐지 결코 득이 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 도달할 수 있고, 결론적으로 ‘통합신당은 민주당과의 단일화를 위한 어떤 시도도 해서는 안 된다.’고 할 것이다.

반면 문국현씨 와의 단일화는 몇 가지 긍정적 가치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신당가치의 완성이다. 일제시대에 조국독립이 최고의 선이었다고 한다면 해방 이후의 분단 상황과 독재치하에서는 통일과 민주화가 최고의 선이었다고 할 것이다. 통합신당은 이와 같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을 추구한 세력 계승했으며, 민주화 세력의 맥을 이어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무력을 배제한 남북간의 화해와 협력 증진이 통일의 유일한 대안으로 인식되고, 민주화가 어느 정도의 진전을 이룬 오늘날 시대가 민주정당에 요구하는 것은 '평화통일과 민주'만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비전을 제시해주는 일일 것이다.

현재 신당을 구성하는 인적재원이 민주. 평화세력의 적통을 계승했다고 한다면, 문국현씨의 비전은 세계화의 급류를 타고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는 오늘날 현실에서 민주개혁세력이 대중에게 제시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통합신당과 문국현의 단일화는 민주세력의 적통이 현재 시점을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단일화 과정이 '통합신당의 절차적민주주의의 완성도를 높여준다.'는 것 이다.
통합신당의 경선이 '실망경선'을 넘어서 '절망경선'이란 비난에 직면한 이유는 경선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크게 훼손되었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기존 여권을 구성해온 인사들이 '민주개혁세력의 와해 위기'라는 중대 질환을 앓으면서도 그들의 기득권을 잃지 않기 위해 건강한 피의 수혈을 외면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여당 인사들의 부당한 기득권 인식은 통합과정에서 가치(價値)가 아닌 세(勢)의 통합에 집착하게 했으며, 세력에 대한 집착은 정당의 주체를 다수 당원의 손에서 빼앗아 계파 수장의 손에 쥐어주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계파주의는 창당이나 경선과정에서 불공정한 룰을 용인해 주었고 불공정한 룰은 정당의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시키고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참신한 인사들의 신당 참여를 제한시켰다. 그 결과가 바로 경선이 끝난 시점에서도 정동영후보를 단일후보로 인정하지 못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만약 통합신당과 문국현씨와의 단일화 과정이 현재 여권이 처한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고 활로를 모색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공정하고 합리적 과정으로 전개된다면 여당은 통합과 경선 과정에서 상실한 절차적 정당성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며, 문국현씨 입장에서는 자신의 정책을 구현할 수 있는 실질적 수단과 세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제대로 된 정당과 후보를 지지하고 싶다.

어느 시점에서부터인지 필자는 이번 대선은 선거 자체의 승패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는데, 이러한 우려는 경선과정에서 경찰과 여당후보가 압수수색영장 집행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현실화 되었다. 여당 후보로 결정된 정동영 후보 측에서는 경선의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억지로 봉합한 상처는 곪기 마련이다.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문국현씨 또한 더 이상 여권후보와의 단일화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주변의 단일화 요구에 대해서 “과거에 대한 책임이 있는 분들은 제발 나서지 말아 달라.”는 문국현씨 발언의 진심을 ‘현재 여권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 요소들과는 타협하지 않겠다.’는 충정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민주사회에서 정치적 신념이 아무리 지고지순하더라도 세력의 뒷받침이 없으면 힘을 얻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그의 견지하는 입장과 가장 근사한 가치관을 가지는 정치세력은 오늘날의 여권을 구성하고 있는 인사들과 그 지지자들이다. 이런 측면에서 그가 자신의 신념과 가장 근접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여권인사들과 지지자들조차 설득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단일화를 회피한 채, 국민에게 직접 심판을 받아 선거에서 승리하겠다고 나선다면 이것 또한 모순이다.

여당과 문국현씨와의 후보 단일화는 지지율 10%짜리 두 후보의 단순한 산술적 결합이 아니다. 그로 인해 여당은 미흡했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얻게 될 것이며, 문씨는 정통성과 세력을 얻게 될 것이고, 많은 지지자들은 비로소 이 땅에서 제대로 된 민주정당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