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안크는 아이…헬리코박터균 때문?
千의 얼굴 헬리코박터균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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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균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먹고 있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보균자. 헬스조선 DB
-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위장병만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이 균에 감염된 상태가 지속되면 만성 염증이 생기거나, 인체 내 여러 가지 변화가 생겨 몸 이곳 저곳에 문제가 생긴다.
우선 키가 자라지 않는다. 균에 저항하는 물질이 나와 성장호르몬 대사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에서 7~11세 어린이 554명을 대상으로 추적 관찰한 결과, 헬리코박터균이 있는 어린이는 그렇지 않은 어린이보다 키가 작았다.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장영훈 교수는 “헬리코박터균이 성장을 저하시킨다는 연구 논문이 종종 발표되고 있다”고 말했다.
심장혈관 및 뇌혈관질환이 나타날 확률도 크다. 헬리코박터균에 저항하는 물질이 생기면 혈액 안에 있는 기름기와 각종 염증세포들이 혈관에 달라붙어 혈관이 막힐 위험이 커진다. 영국 세인트 조지 대학병원 멘달 연구팀에 따르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있는 사람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면 죽상동맥경화증이나 심근경색증 유발 확률이 높아진다.
균에 저항하는 물질이 뇌 혈관을 좁게 만들어 편두통이 유발되기도 한다. 이런 편두통 환자에게 제균 치료를 하면 편두통이 감소한다. 실제로 이탈리아 가톨릭대학 가스바리니 교수 등에 따르면 제균 치료를 받은 편두통 환자 200명 중 17%의 환자에게서 두통이 완전히 치유됐고, 69%에서 증상이 완화됐다.
발가락이나 손가락 등 사지(四肢) 말단부가 차가워지는 레이너드 현상을 앓고 있는 환자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 가톨릭 대학 마사리 교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레이너드 현상이 있는 환자 36명 중 26명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돼 있었으며, 26명 중 5명은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를 받은 후 증상이 완전히 사라졌고, 남은 21명 중 15명도 제균 치료를 받은 후 뚜렷하게 증상이 호전됐다.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류머티즘, 원형탈모증, 아토피성 피부염, 철 결핍성 빈혈, 당뇨, 녹내장, 파킨슨 병, 만성피로증후군, 갑상선염, 딸기코, 관절통, 자반증, 쇼그렌 증후군, 선천성 혈관부종 등도 헬리코박터균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일부 학자는 보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는 “헬리코박터균은 위장 질환 외에도 다양한 질환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지만 아직 정설(定說)로 받아들여지지는 않고 있다”며 “현재 유럽에선 보다 폭 넓게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가 시행되고 있는데 연구가 진행되면서 국내서도 치료 범위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홍세정 헬스조선 기자 hsj@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