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외우며 마음 가라앉히죠”
그는 “골프 이야기는 하지 말자”고 먼저 양해를 구했다. “10월 한국을 방문할 때 얘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와의 만남에 골프가 빠질 순 없다. 최 선수에게 골프와 종교는 서로 다른 세계가 아니다. 그는 골프에서 신(神)을 보고, 신을 통해 골프를 구현해 낸다.
그는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대회가 끝난 뒤 도쿄 집회 참석에 대한 설렘 때문에 아내와 꼬박 밤을 새웠다고 했다. “비행기 시간 때문에 런던에서 그 좋아하는 된장찌개도 못 먹고 왔다”고 웃는다.
“신앙이 있어도 긴장합니다. 그러나 다른 선수의 불안수치가 10이라면 저는 5나 6 정도입니다. 결정적인 순간일수록 압박감은 심해집니다. 그때는 골프를 생각하지 않고 기도를 합니다.”
“믿지 않는 사람들은 드라이버로 280야드를 보내 놓고 걸어가면서 다음 샷을 생각합니다. ‘아이언 샷으로 벙커를 피해 버디를 노린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코스의 수읽기는 경기 전에 끝내야 합니다. 저는 걸어가면서 마음속으로 찬송가를 부르고, 성경 구절을 외웁니다. 못 외우면 써 가는데 사람들이 야드지를 보는지, 스코어카드를 보는지 모릅니다.”
큰 대회에서 느끼는 골프선수들의 압박감은 어느 정도일까. “긴장하면 근육이 뭉쳐 백스윙할 때 상체가 제대로 꼬이지 않습니다. 그 꼬임의 정도가 다르지요. 골프는 0.1mm만 틀어져도 200야드 나가야 할 거리가 198야드밖에 나가지 않습니다. 우승을 자주 하는 사람은 자기 몸을 100% 압니다. 그러나 우승을 못해 본 사람은 어디가 얼마나 굳어 있는지 모릅니다. 저는 그 선은 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에게 상당한 자신감이 묻어난다. 그럴 법도 하다. 올해 메이저급 대회인 메모리얼 토너먼트와 AT&T 내셔널 대회를 석권했고, 브리티시 오픈에서는 한국 선수로는 가장 좋은 성적인 8위에 올랐으니 자연히 그를 보는 선수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이 정도 오다 보니 다른 선수들도 저를 무시하지 못합니다. 2002∼2007년 미국 PGA투어에서 활동하는 200여 명 중 6승 이상을 거둔 선수는 타이거 우즈, 비제이 싱 등 6명밖에 안 됩니다. 전체 PGA 역사를 봐도 제가 20∼25권에는 듭니다. 저보다 한참 랭킹이 낮은 선수는 저를 최경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크리스천으로도 봅니다.”
그의 성적이 올라가면서 우즈와의 관계도 의례나 공식적인 수준을 넘어섰다. 눈빛만으로도 인사가 되는 사이란다. “경기를 하다 보면 서로 교차하는 경우가 있는데 50야드 정도 거리에서 서로 모자를 들었다 놨다 할 정도입니다. 서로 존경하는 관계지요. 내가 모자를 안 벗고 손을 흔들 수도 있고, 내가 나이가 많으니까(한쪽 발을 들어 차는 시늉을 하며) 이렇게 할 수도 있습니다. 우즈는 저를 ‘케이 제이(KJ)’라고 부르고 저는 ‘타이거’ 또는 ‘티지(TG)’라고 부르지요.”
최경주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에 대한 답변도 종교적이자 애국적이다. “아시아 선수 중 한 번도 140년 역사의 PGA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못했습니다. 그런 기록 하나 세우면 하나님이 기뻐하시지 않겠습니까. 또 빈곤 때문에 방황하거나 세속적 가치에 물든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그는 ‘계단의 원리’에 철저한 선수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한 발짝씩 꾸준히 전진하는 탱크다. “아무리 잘해도 한 계단인데 몸 건강하다고 2, 3계단씩 뛰다 보면 언젠가는 부러지게 됩니다. 잘 돼도 한 계단, 안 돼도 한 계단씩 가야 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을 물었더니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하겠다”는 구약 여호수아의 구절을 들었다. “2000년에 영어 때문에 골치 아플 때 성경 구절에서 받았던 임팩트가 있었어요. 그 구절이었지요. 그때부터 말을 문법으로 하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했어요. 못 알아들으면 ‘네 문제지 내 문제가 아니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자기들이 못 알아들으니 한국 사람을 찾아 통역을 시키더라고요.”
도쿄=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동아일보 입력2007.07.26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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