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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

[사설] 억대 연봉 은행원들 끝없는 횡령·주식 비리, 결국 큰일 터질 것

조선일보

입력 2023.08.11. 03:16
 
 
 
은행원들이 고객 돈을 횡령하고, 고객 비밀 정보를 이용해 주식투자로 부당이득을 취하고, 영업실적을 위해 고객 서류를 위조하는 등 각종 금융비리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대다수가 은행원들인 금융노조 조합원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정년 65세 연장,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인 장면. /뉴스1

최대 민간 은행인 KB국민은행 직원들이 상장 기업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27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가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이들은 증권 업무를 대행하면서 주가에 호재인 무상증자 정보를 미리 알고, 본인 및 가족 명의로 주식을 사서 돈을 벌었다. 대구은행에선 직원들이 실적을 부풀리려 고객의 신청서를 위조해 추가 증권 계좌를 개설하는 방식으로 1000건이 넘는 고객 문서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주엔 BNK경남은행 간부가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업무를 담당하며 562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간부가 연루된 다른 사건을 조사하던 검찰이 이상 징후를 포착할 때까지 은행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검찰 통보를 받은 은행이 자체 조사 후 횡령액이 78억원이라고 신고했는데, 금감원은 열흘 만에 562억원이 사라진 것을 밝혀냈다. 횡령 금액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만큼 은행의 내부 통제 시스템이 엉망이라는 뜻이다.

금융의 본질은 신뢰다. 돈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는 믿음을 고객에게 줘야 할 은행원들이 탐욕에 눈이 멀어 고객 돈을 빼돌리고, 고객 비밀을 제 돈벌이에 이용하고, 고객 서류를 위조하는 비리를 반복해 저지르고 있다. 은행원 직업 윤리가 땅에 떨어졌다는 뜻이다. 작년 4월 우리은행 직원이 기업 인수합병 관련 계약금 600억여 원을 10년에 걸쳐 빼돌린 사건이 발생한 뒤 금감원이 장기 근무자 순환 배치, 명령 휴가제 등의 개선 방안을 내놨지만 은행 현장에선 달라진 게 없다

지금 많은 국민이 고금리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데, 평균 연봉 1억원 은행원들은 고금리 덕에 불어난 이자 이익으로 성과급 잔치, 명퇴 잔치를 벌여 왔다. 지난해 코로나 거리두기가 끝났는데도 영업 시간 복귀를 거부하면서, 정년 65세 연장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총파업까지 벌였다. 은행들은 외환위기 때 망할 뻔하다 국민 세금으로 조성한 공적(公的) 자금 덕에 기사회생했다. 사회에 부채 의식을 갖고 무거운 책임감을 보여야 할 은행원들이 어느 직종보다 심한 도덕적 해이에 빠져 탐욕스러운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러다 정말 큰일이 터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