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입력 2023-08-03 09:07
기장해안로의 카페 중에서 최강자로 꼽히는 ‘웨이브온 커피’. 바다를 끼고 있는 낭만적인 야외 공간이 고급 리조트를 방불케 한다. 요즘 같은 폭염에도 손님들이 바깥 자리를 선호하는 이유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 ‘여행의 욕망, 휴식의 로망’ 부산 기장
커피향 가득 기장해안로
바닷가 카페의 치열한 격전지
조망·인테리어로 차별화 전략
비싼 커피값에도 명당은 인기
학리서 통창으로 바다풍경을
연화리선 레트로 분위기 만끽
‘보는 맛’도 즐겁다
新명소 카페 ‘웨이브온커피’
현대적 감각의 빼어난 건축미
자연과 어우러져 낭만적 연출
유현준 건축가 설계 ‘로와맨션’
그리스 산토리니풍 ‘디원카페’
부산·울산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여행지로서 부산 기장이 가지고 있는 건 이런 것들입니다. 거대 도시 부산의 소비시장이 받쳐주는 넉넉한 수요. 웬만한 바다는 바다로 치지 않는 부산 사람만의 감성. 긴 해안선을 따라 드넓게 펼쳐지는 바다 풍경…. 이런 곳에 여행의 욕망과 휴식의 로망을 자극하는 공간이 속속 들어서고 있습니다. 해안을 따라 바다와 어우러지는 건축미를 앞세운 근사한 카페와 리조트가 속속 생겨나고 있는 겁니다. 이제 부산에 가서 해운대는 안 가고 기장만 들렀다 가는 여행자들이 있을 정도입니다. 바다 풍경을 담고 있는 카페부터 ‘지금껏 없었던 곳’을 추구하는 새로 문 연 리조트까지 기장해안로를 따라가며 두루 살펴봤습니다.
# 기장의 카페, 스스로 명소가 되다
동부산 해안에서 기장까지. 바다를 따라 이어지는 기장해안로는 대한민국 바닷가 카페의 최고 격전지다. 기장해안은 부산 사람들은 물론 부산 여행자들에게도 ‘핫플레이스’다. 오로지 카페 때문이다. 기장의 바다를 끼고 있는 근사한 카페들은 치열하게 경쟁하며 계절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전국 어디서든 ‘특별한’ 자리에 가장 먼저 들어서는 것이 카페다. 가장 좋은 자리를, 가장 먼저 차지한다. 이렇게 들어선 카페는 건축과 인테리어, 조망과 커피 맛으로 치열하게 경쟁한다. 경쟁의 효과적인 무기는 차별화다. 카페마다 창의적인 건축과 새로운 방식의 인테리어, 고급 베이커리와 스페셜티 커피가 시도되는 이유다. 낭만적인 입지를 찾아다니던 카페는, 급기야 스스로가 명소가 돼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도 한다.
기장에서 그런 대표적인 사례가 임랑해변의 ‘웨이브온 커피’다. 사실 입지가 썩 좋은 건 아니다. 해안가 솔숲과 갯바위가 어우러지는 아늑한 느낌의 바다를 끼고 있긴 하지만, 가장 먼 부산 외곽 끝인 데다 결정적인 건 ‘원전 뷰’라는 것. 카페에 앉으면 북쪽으로 고리원전의 원자로가 손에 또렷하게 보인다.
그러나 카페 건물의 빼어난 건축미와 외부 공간의 낭만적인 연출이 이런 단점을 모두 다 잊게 한다. 배우 장동건·고소영 부부의 주택을 설계한 바 있는 곽희수 건축가 설계로 2016년 지어진 웨이브온 커피는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엇갈려 쌓듯이 지은 현대적 감각의 건물이다. 2018년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을 수상했다. 무표정한 노출콘크리트 건축물은 자칫 무뚝뚝해 보이기 쉬운데, 여기서는 자연경관의 배경이 돼서 갯바위와 소나무 등 자연을 도드라져 보이게 하는 효과적인 장치가 됐다.
웨이브온 커피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바다를 안고 있는 야외 좌석이다. 파라솔과 타프가 드리워진 야외 공간은 근사한 휴양지의 고급 리조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편안하게 눕거나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야외 공간에 평상을 설치했고, 계단을 의자로 만들었다. 옥상 루프톱에도 층을 나눠 좌석을 만들었다.
2016년 12월 문을 연 웨이브온 커피는 입소문을 타면서 순식간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카페를 찾은 손님이 하루 평균 3000명에 달했다. 기장의 인구가 16만 명인데, 150평 남짓한 카페 하나가 연간 90만 명을 불러들인 것이다. 이때부터 기장의 해안카페가 말 그대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웨이브온은 올해로 문 연 지 7년째지만, 인기는 여전하다. 요즘 같은 폭염에도 손님들이 낭만적인 경관을 즐기려고 더위를 무릅쓰고 야외 자리에 앉을 정도다.
젊은 감각의 ‘신상’ 카페 틈에서 분투하고 있는 레트로 느낌의 카페 ‘채플린’에서 가장 돋보이는 야외 테라스 공간.
# 경관 발견과 건축의 원동력…커피
왜 카페이고, 커피일까. 설득력 있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커피는 다른 상품에 비해 가격 저항이 훨씬 덜하다. 커피 앞에서만큼은 아무도 ‘일물일가(一物一價·하나의 물건은 하나의 가격)’의 원칙을 고집하지 않는다. 2000원짜리 커피와 1만 원짜리 커피가 공존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같이 팔린다. 신기한 일이다. 8000원짜리 국밥과 4만 원짜리 국밥이 있다면 과연 4만 원짜리가 팔릴까.
똑같은 식사 메뉴의 가격 차이를 좀처럼 용인하지 못하는 이들도 ‘비싼 커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하다. 커피 품종과 재배 과정, 원두를 볶거나 커피를 내리는 솜씨에 이르기까지 품질이 천차만별이어서 그렇기도 할 것이고, 커피값을 전망 좋은 명당을 차지하거나 특별한 건축과 인테리어를 누리는 비용으로 이해하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분명한 건 이렇게 가격 저항 없이 지불하는 커피값이, 한적한 시골 바닷가에 근사한 건축과 인테리어의 카페가 들어서게 하는 밑천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허물어져 가는 근대건축물이나 오래된 한옥을 보전할 수 있게 만들어준 바탕이 따지고 보면 커피다. 사라질 뻔한 건축물이 카페로 변신한 뒤 커피를 팔아 그 돈으로 살아남은 경우가 허다하니 말이다. 부지런히 공간을 발견하고 그 공간의 매력을 찾아내는 것도 카페와 커피다. 지켜야 할 명소나 가장 근사한 조망의 공간을, 커피가 찾아내서 지키고 있는 형국이다.
# 기장해안로를 따라가는 카페순례
부산 기장에는 오시리아 관광단지가 있다. ‘오시리아’는 본래 이곳의 명칭인 오랑리와 시랑리, 그리고 땅을 뜻하는 지명 접미사인 ‘리아’를 이어붙여 만든 합성어다. 오시리아 관광단지를 대표하는 건 갯바위 해안을 끼고 있는 고급 리조트단지 아난티코브다. 기장해안을 따라서 카페를 찾아가는 여정을 이곳에서 시작하자.
여기서 기장의 임랑해수욕장과 그 너머 울주의 서생까지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군데군데 카페가 밀집해 있는 지역이 있다. 연화리, 월전마을, 학리, 일광해수욕장, 임랑해수욕장 등이 그런 곳들이다.
연화리는 고만고만한 레트로 느낌의 카페들이 포구 안쪽에 자리를 잡고 있다. 범고래다방, 화봉커피, 백화제방, 온더웨이브 등이 그런 곳들이다. 감각적이거나 세련됐다기보다는 아기자기하고 따스하다. 카페와 바다 사이에 해안도로가 지나가서 바다 풍경은 길 건너편으로 보인다. 바다 경관이 그다지 극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다만 한 곳, 해월당 연화점을 제외하고.
해월당 연화점은 베이커리 카페 겸 브런치 레스토랑이다. 루이스해밀턴호텔의 2·3층과 14·15층을 쓴다. 빵과 커피는 2층에서, 브런치 메뉴는 14층에서 주문을 받는다. 외벽이 통창으로 마감된 14층과 15층의 조망은 압도적이다. 해월당 전망의 특징은 코너 자리에 앉으면 연화리 포구마을과 바다 풍경을 한꺼번에 다 볼 수 있다는 점. 난간을 유리로 마감한 테라스로 나가면 연화리 포구와 일대의 바다가 한눈에 다 들어온다. 기장해안에서 이만한 높이의 시야를 보여주는 곳은 아직 없다.
# 바다와의 협업…다양한 미감의 건축
연화리에서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월전마을 못미처 기장해안로 양쪽으로 독특한 미감의 건축물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나란히 바다를 끼고 들어선 ‘오프오’와 ‘피크스퀘어’, 그리고 길 건너편 ‘메르데쿠르’다. 해안을 끼고 나란히 늘어선 오프오와 피크스퀘어는 본래 ‘로쏘’란 이름으로 자매가 동업한 ‘같은 집’이었다. 2013년에 개업했으니 기장해안로의 카페 중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연 곳이라 할 수 있다. 두 개의 건축물은 건축의 외형은 물론이고 내부 분위기까지 사뭇 달랐는데, ‘로쏘’란 이름으로 한쪽은 커피를 파는 카페고, 다른 한쪽은 파스타 등의 식사를 파는 레스토랑이었다. 지금은 두 곳 모두 카페가 돼서 경쟁하고 있다. 오프오는 독특한 외형과 바다와 딱 붙은 야외 공간이, 피크스퀘어는 평상을 놓은 분방한 느낌의 실내가 강점이다.
바다와 접한 오프오와 피크스퀘어 길 건너편에는 요즘 기장해안로에서 가장 인기 있는 베이커리 카페 ‘메르데쿠르’가 있다. 상대적으로 바다와 멀다는 약점을 감각적인 건축물의 외양과 세심한 야외 테라스 설계, 그리고 높이로 훌륭하게 극복했다. 카페 2층 좌석은 모든 자리가 바다를 바라보는 오션 뷰다. 2개 동으로 나뉜 건물이지만 테라스는 서로 연결됐다. 테라스는 해안 벼랑과 같은 느낌을 줘서 바다가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 테라스를 계단처럼 방향과 높이를 다르게 설계해서 앉는 자리에 따라 시선의 높이와 방향이 달라지게 한 것도 이색적이다.
메르데쿠르 근처에는 세련된 신상 카페에 시선을 빼앗겨 자칫하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카페 ‘채플린’이 있다. 기장해변 카페의 최강자로 꼽히는 ‘웨이브온 커피’와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열었다. 개업 당시 상호는 ‘아담과 이브’였는데, 카페를 인수한 이가 ‘채플린’으로 이름을 바꿔 달고 레트로를 콘셉트로 내세웠다. 유럽풍의 카페 외양은 한 세대 전쯤의 느낌. 새로 지은 ‘신상’ 카페와 비교하면 좀 초라한 듯하지만 그래서 한편으로는 익숙하게 느껴진다.
기장해변에 새로 문 연 카페들은 죄다 젊은이 취향의 건축과 감각적 인테리어를 앞세운다. 중장년층이라면 낯설고 불편하다 느낄 수 있다. 그런 이들에게 채플린은 훌륭한 대안이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채플린의 야외 공간은 다른 어느 곳에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 특히 비 오는 날 바다가 보이는 테라스의 낭만적인 분위기는 이곳이 압도적이다.
디원카페가 카페와 바다 사이에 조성해놓은 포토 포인트. 그리스 산토리니의 이국적 색감과 분위기를 테마로 했다.
# 바다를 보는 여러 가지 방법
월전마을에서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일광읍이 나온다. 일광읍 학리에는 ‘카페 숲’이 있다. 통창으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독립 건물에 들어선 카페. 깔끔하고 단정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올해로 개업한 지 4년째. 좀 외진 곳에 있지만 개업 초기에는 카페순례를 하는 젊은 손님들로 북적였는데, 바다를 끼고 우후죽순처럼 ‘신상’ 카페가 들어선 이즈음에는 손님이 좀 뜸한 편이다. 하지만 정취는 달라진 게 없고, 일광신도시 건설로 근사한 야경까지 갖게 됐으니 ‘분위기 있으면서도 조용한 바닷가 카페’를 찾는다면 이곳만 한 곳이 없다.
카페 숲 부근에 스타 건축가 유현준 교수가 설계한 카페 ‘로와맨션’이 있다. 카페 숲이 바다에 바짝 붙어 있다면 로와맨션은 뒤로 물러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있다. 맨션이란 이름처럼 건축물은 카페보다는 근사한 주거 공간의 분위기다. 세 개의 건물이 중정을 안고 있는 구조인데, 하나의 카페지만 건물마다 분위기와 인테리어가 완전히 다르다. 공간을 구획하는 노출콘크리트가 만들어내는 선과 면의 풍경도 인상적이다.
일광해수욕장 한쪽 끝에는 ‘그라노데 카페’가 있다. 다른 기장해변 카페와 달리 세련된 독립 건물이 아니라 상가 건물 2층에 자리 잡아 다소 초라하다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조망을 보면 그런 생각은 쑥 들어간다. 기장의 바다 조망 카페 중 거의 유일하게 해수욕장을 내려다보고 있는 카페다. 가로로 긴 통창 가득 바다와 해수욕장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휴가철 해수욕장의 들뜬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진다.
# 영화 스크린 같은 창으로 바다 풍경을
일광해수욕장을 지나 이동항 부근에는 유리 외벽 가득 바다 풍경이 펼쳐지는 초대형 베이커리 카페 ‘마리솔’이 있다. 바다를 끼고 있는 거대한 3층 건물이 통째로 다 카페다. 마리솔에서 멀지 않은 곳에 ‘디원카페’가 있다. 바다 전망의 카페도 훌륭하지만, 인상적인 것은 바다와 카페 사이에 지어놓은 그리스 산토리니풍의 촬영 세트장. 카페 고객을 위해 조성한 포토 포인트다. 흰색과 파란색으로 지중해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살렸는데, 실제로는 색깔이 좀 바랜 곳도 있고 엉성해 보이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사진으로는 감쪽같다. 여기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고 해도 깜빡 속아 넘어갈 정도. 디원카페 근처에는 ‘그릿비’가 있다. 바닷가 카페는 대부분 환한 채광의 밝은 느낌인 데 반해 이곳은 차분하고 침착한 분위기다. 방해받지 않고 상대방에게 집중하며 대화를 나누기에 좋은 분위기다.
온정마을의 ‘헤이든’은 기장의 카페 중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규모가 크다. 층이 다른 공간이 한눈에 다 들어올 정도로 실내 개방감이 뛰어나다. 바다를 조망하는 대형 창도 인상적이다. 인근의 ‘엠아이알오’는 점심시간 직후에 손님이 많다. 주변에 맛집으로 손꼽히는 ‘탐복’과 ‘포에버얌’ ‘바릇식당’ 등을 끼고 있어 그 후광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바다가 보이는 창가 구석 자리에서의 조망이 뛰어나다.
임랑해수욕장 월내에서 차로 10분만 가면 울주 서생면이다. 여기에 ‘그릿비’ 서생점이 있다. 두 개의 삼각형 공간을 덧대 ‘투 트라이앵글’이라 이름 붙여진 카페 건물은 2022년 울산시 건축상 대상을 받았다. 이곳에서 볼만한 건 ‘오션시네마’라 부르는 공간이다. 마치 영화관 대형 스크린 같은 통창이 바다 풍경을 영화처럼 보여준다.
빌라쥬 드 아난티에서 비회원이 묵을 수 있는 호텔 ‘아난티앳부산’. 전 객실이 복층이라 크고 높은 창으로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 여행자의 로망과 욕망…아난티 마을
이번에는 부산 기장에 최근 문을 연 고급 리조트 단지 ‘빌라쥬 드 아난티’ 이야기다. ‘빌라쥬’는 프랑스어다. 그대로 영어로 읽으면 ‘빌리지(village·마을)’다. 빌라쥬 드 아난티를 영어로 바꾸면 ‘빌리지 인 아난티’쯤 된다. ‘아난티의 마을’이다. 그게 영어건, 불어건 상관할 바 아니다. 주목해야 할 건 ‘마을’, 그러니까 빌라쥬다. 아난티가 지향하는 건 다름 아닌 마을이다.
아난티가 얘기하는 마을이란 어떤 것일까. 이만규 아난티 대표에게 물었다. “마을이란 ‘섞인다’는 뜻입니다. 좋은 마을은 개방적입니다.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불러들이지요.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구상하면서 마을을 떠올렸습니다.” 그동안 회원제 고급 리조트는 ‘구분 짓는 것’으로 가치를 드러냈다. 비싸면 비쌀수록 보안은 철통같았다. 높은 담장을 세우거나 경비원을 두고 일반인의 접근을 막았다. 완벽하게 단절된 그들만의 공간. 리조트 회사는 부유층 회원들이 그걸 원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아난티의 생각은 다르다. 이 대표의 얘기. “누가 절해고도 같은 곳에서 지내고 싶겠어요. 적막한 곳보다 기분 좋은 흥분이 가득한 작은 마을에서의 휴가가 훨씬 더 낫지 않겠어요?”
빌라쥬 드 아난티의 회원제 빌라 사이에 있는 회원 전용 공용 수영장. 개별 풀을 갖춘 독채 빌라가 많아서인지 여유롭고 쾌적하다.
빌라쥬 드 아난티의 한가운데에 복합쇼핑공간인 ‘엘.피 크리스탈’을 지어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이유다. 회원이어도 좋고, 아니어도 좋다. 쇼핑을 하지 않아도,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이용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와서 산책만 하고 가도 대환영이다. 사람들을 불러 모아 북적거리게 하는 것. 그야말로 ‘마을의 부흥’이 목표라서 그렇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고급 리조트의 독특한 전략이다.
빌라쥬 드 아난티의 총면적은 15만8678㎡(4만8000여 평). 담양의 죽녹원과 비슷한 규모다. 객실의 전체 숫자는 392개. 이 중 278실은 회원권을 가진 회원들이 이용하는 곳이고, 나머지 114실이 누구나 묵을 수 있는 호텔인 아난티앳부산이다. 회원제 객실의 종류는 12개로 그중 최상급 독채 빌라인 매너하우스는 딸린 방만 4개에 개별 수영장과 히노키탕까지 갖췄다. 수영장과 히노키탕 숫자만으로도 빌라쥬 드 아난티의 고급스러움과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객실에 딸린 개별 수영장만 88개. 메인풀 등을 더하면 그 숫자는 101개로 늘어난다. 히노키탕은 184개로 더 많다. 이런 객실을 이용할 수 있는 회원권 가격은 비싸다. 1억7000만 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회원권을 샀어도 숙박할 때마다 적잖은 숙박요금은 따로 내야 한다. 이래저래 도달하기 쉽잖은 로망이 아닐 수 없다.
기장 임랑리의 ‘청암 박태준 기념관’은 빼어난 건축적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곳이다. 가운데 수(水)정원을 두고 주변으로 돌려 지은 건축물의 창을 통해 정원을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 박태준 기념관의 아름다운 건축
기장에 갔다면 임랑리의 ‘청암 박태준 기념관’ 방문을 권한다.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유족이 기증한 생가 주변 부지에다 지은 아담한 기념관이다. 기념관에서는 남해 사우스케이프 등을 설계한 조병수 건축가의 솜씨로 지은 기념관의 건축적 아름다움에 주목해보자. 철이나 알루미늄 외벽으로 마무리해 가건물처럼 투박한 느낌인데, 안으로 들어서면 빛과 비정형의 곡선이 어우러져 섬세한 느낌이 가득하다. 중정에다 작은 연못과 함께 박 명예회장이 생전에 좋아했다는 나무를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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