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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

콘크리트 두께 미달도 눈감은 LH…6년간 전관업체 9조 계약

중앙일보

입력 2023.08.03 11:36

업데이트 2023.08.03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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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2일 건설카르텔과 부실시공 근절을 위한 LH 책임관계자 긴급대책회의에 앞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스1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의 철근 누락 사태 원인으로 정부는 ‘건설 카르텔’을 지목하고 있다. 시작은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했던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깨부숴야 한다”는 발언이었다. 대통령실은 LH 퇴직자가 LH와 계약을 맺는 건설 관련 업체에 재취업한 뒤 벌어지는 이른바 ‘전관 특혜’를 카르텔의 핵심이라 보고 있다. 이한준 LH사장도 지난 2일 “전관 특혜 의혹을 불식시키지 못하면 LH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LH가 전관 특혜로 지적을 받은 건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해 감사원의 LH 감사 결과에는 기관 내에 만연한 전관 특혜 의혹과 업무 해태의 내용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철근뿐 아니라 콘크리트 두께 미달 아파트도 LH가 눈감아줘 준공된 경우도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LH사태의 원인으로 건설 카르텔을 지목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 공개된 감사원의 ‘공공기관 불공정 계약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LH는 2016년 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6년 3개월간 맺은 1만 4961건의 계약 중 3227건(21.6%)을 퇴직자가 재취업한 전관 업체와 맺었다. 계약 규모만 9조 9억원에 달했다. 전관업체와 맺은 계약 3건 중 1건(34.1%·6854억원)은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 계약이었다. 같은 기간 퇴직한 LH 직원 604명(3급 이상) 중 LH 계약업체에 재취업한 퇴직자도 304명(50.3%)으로 절반이 넘었다.

옛 동료가 근무 중인 전관 업체에 대한 감독은 느슨했고, 관리는 부실했다. 공사 시작 단계부터가 문제였다. LH는 아파트를 짓기 전 ‘건축 설계 공모 및 용역 심사’를 한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심사 위원과 참여 업체 관계자 사이의 사전 접촉은 금지돼있다. 하지만 퇴직자는 예외였다.

감사원은 LH 퇴직자가 재직한 업체가 LH가 주관한 ‘건축 설계 공모와 용역 심사제’에 참여해 계약을 따낸 332건을 대상으로 LH 내부 심사위원과 퇴직자 사이의 통화 현황을 분석했다. 그 결과 건축 설계 공모는 30건, 용역심사 낙찰제는 28건에서 결과 발표 전 심사위원과 퇴직자 사이 2회 이상의 사전 접촉이 있었다. 사전 접촉이 이뤄진 계약 건의 금액은 2276억원. 하지만 그 어떤 심사위원도 ‘사전접촉 확인서’에 관련 사실을 명기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LH가 퇴직자가 재취업한 업체에 일감을 몰아준다는 불신을 초래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2일 경기도 파주시 초롱꽃마을 3단지(파주운정 A34) 지하 주차장에 보강 공사를 위한 천막이 설치돼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조사 결과 해당 아파트는 지하주차장 기둥 331개 중 12개에서 철근이 부족하거나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1

감사원이 같은 달 공개한 LH의 ‘민간참여형 공공주택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엔 더 납득하기 어려운 사례들이 담겨있다. 감사원은 LH가 사업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인 민간참여형 공공주택사업 59개 사업장을 감사 대상으로 삼았다.

감사 결과 LH는 해안에 인접한 아파트 공사를 발주하며 내구성 강화를 위해 아파트 외벽 콘크리트 피복 두께를 최소 50㎜ 이상 확보하는 사업 계약서를 제출받고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사업 계획서와 달리 콘크리트 두께를 40㎜로 설계하고 공사를 진행했다. LH는 이 문제를 확인하지 않았고, 해당 아파트는 사업계획서와 달리 콘트리트 두께가 미달돼 지어져 2019년 3월 준공됐다.

지난달 26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26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감사원은 또다시 LH에 대한 감사를 검토 중이다. 김성룡 기자.

아파트 층고와 천장고, 층간소음 완충재를 사업계획서와 달리 낮게 시공하거나 낮은 등급 제품을 사용한 사례도 빈번했다. LH는 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이런 문제점을 감독·관리하지 않았다. LH는 기본 설계에 주차 대수를 법정 기준보다 상향하고 공사비를 증액해 공사를 발주했는데, LH의 설계보다 주차 대수를 줄인 건설사의 사업 계획서를 그대로 받아들인 경우도 있었다. 실제 건설된 주차장의 대수는 LH의 설계보다 적었지만, LH는 주차장 대수 확대 설계비용 84억원을 그대로 지급했다.

감사원은 LH 부실 공사 의혹이 터지자 LH에 대한 감사를 또 다시 검토하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LH사태의 문제점을 근본부터 짚어볼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