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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도 삼켜버린 폭우… 문화재 34건 비명

 

보물 1건·사적 19건 등 피해… 공주 석장리박물관 유물 대피

입력 2023.07.17. 03:45업데이트 2023.07.17. 10:27
 
 
지난달 23일부터 시작된 장마철 집중호우로 전국에서 문화재가 파손되는 사례가 속출했다. 충남 공주시 공산성이 물에 잠겨, 누각인 만하루가 지붕만 드러나 있다. /문화재청

전국에 쏟아지고 있는 집중호우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백제역사지구를 비롯해 보물과 사적, 천연기념물 등 문화재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충남 공주시 공산성에 있는 누각 만하루의 평소 모습. /문화재청

문화재청은 16일 “지난달 23일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 이후 이날 오후 5시까지 집중호우로 인한 국가유산 피해가 총 34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보물 1건, 사적 19건, 천연기념물·국가민속문화재 각 5건, 명승 3건, 등록문화재 1건이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지역별로는 경북 8건, 충남 7건, 전남 6건, 전북 4건, 강원 3건, 충북 2건, 서울·부산·광주·경기 각 1건으로 나타났다.

고려 전기 석탑으로 추정되는 보물 ‘영광 신천리 삼층석탑’은 석탑과 2m 떨어진 석축 일부 10m가 붕괴됐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임시 가림막을 설치한 상태다.

특히 대전·세종·충남 지역에 폭우가 쏟아져 ‘백제 고도(古都)’ 공주와 부여가 물바다로 변하면서 이 일대 문화유산이 크게 훼손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백제역사지구’ 중 한 곳이자 사적인 공주 공산성에서는 누각인 만하루가 한때 침수됐다가 16일 새벽 금강 물이 빠지면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또 다른 누각인 공산정 부근 성벽 일부가 유실됐고, 서쪽 문루(門樓)인 금서루 하단에서 토사가 흘러내렸다.

금강 인근 구석기 유적지인 공주 석장리 유적은 발굴지가 침수돼 석장리박물관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박물관 측은 “폭우로 금강 수위가 상승해 야외 유적을 비롯한 박물관 전체 시설 이용이 불가능하다”며 “17일까지 임시 휴관한다”고 공지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전 직원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해 소장 유물 모두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킨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남 영광 신천리 삼층석탑과 2m 떨어진 석축의 일부 10m가 붕괴된 모습. /문화재청
서울 창덕궁 인정전 뒤편의 계단식 화단인 화계 담장 약 15m 구간이 무너진 모습. /문화재청
경북 안동 하회마을의 파손된 고택 담장. /문화재청

백제 왕릉과 왕릉급 무덤이 모여있는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에서는 일부 지역의 토사가 유실됐고, 공주 수촌리 고분군에서는 일부 경사진 면이 무너져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백제가 부여에 도읍을 둔 사비기(538~660) 왕릉급 무덤이 모여있는 부여 왕릉원에서는 서쪽 고분군 가운데 2호분 경사면 일부가 유실됐다. 19세기 후반 지어진 부여 여흥민씨 고택(국가민속문화재)은 행랑채 외벽 벽체가 비바람에 파손됐다.

경북 문경, 봉화에서도 피해가 속출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국가민속문화재인 안동 하회마을에서는 가옥 4채의 담장이 파손돼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명승인 문경새재는 배수로 일부가 유실됐고, 봉화 청암정과 석천계곡은 하천이 범람해 주변 가로등, 조명, 난간 등 시설물 일부가 피해를 봤다. 현재 주변 계곡을 출입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 14일 서울에서는 창덕궁 인정전 뒤편에 있는 계단식 화단인 화계(花階) 담장 약 15m 구간이 무너져 내렸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장막을 덮어놓은 상황”이라며 “기상 상황이 좋아지는 대로 신속하게 복구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전국에서 천연기념물과 명승 일부의 석축이 붕괴되고, 나무가 넘어지고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피해가 발생했으며, 낙석 피해, 보호각 지붕 탈락 등도 보고됐다. 사적에서는 석축이 붕괴되고 사찰 내 담장이 붕괴됐으며, 토사 유실, 침수 등이 파악됐다”며 “복구 현황을 확인하면서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속하게 조치하도록 독려 중”이라고 밝혔다. 또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긴급 보수 신청 접수 및 적극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