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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정보

2030은 거들떠도 안보는데… 찜질방 먹여 살리는 새 손님은

절반은 외국인들...인스타·트위터에서 #jjimjilbang 인기

입력 2023.06.13. 09:48업데이트 2023.06.13. 15:07
 
 
서울 중구 스파렉스 찜질방의 모습. /스파렉스

지난 7일 오후 찾은 서울 중구의 한 찜질방에는 손님 약 30명 중 절반 이상이 중국, 일본, 베트남, 인도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었다. 찜질방 내부 식당에서 맥반석 달걀과 식혜를 먹거나, 80도가 넘는 불가마에서 땀을 빼는 외국인들도 있었다. 수건으로 만든 ‘양머리’를 머리에 쓰고 책을 읽던 중국인 장 링(42)씨는 “동대문에서 옷을 구매하러 한국에 종종 오는데 저녁 비행기라 시간이 애매할 때 찜질방을 이용한다”며 “샤워도 할 수 있어서 편하고, 한국의 예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찜질방의 매력인 것 같다”고 했다.

행정안전부의 전국 목욕장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대중목욕탕 수는 2004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2004년 3월 기준 9970곳이던 목욕탕은 2023년 1월 5991곳만 남았다. 약 20년만에 40%(3979곳)가 사라진 셈이다. 이는 공동탕, 사우나가 합쳐진 찜질방, 관광호텔 사우나, 한증막 등 행안부가 ‘목욕장업’으로 분류한 모든 형태의 목욕탕을 합한 수치다.

코로나 기간동안 목욕탕·찜질방의 운영난도 커졌다. 2020년부터 작년까지 전국에서 목욕탕 730곳이 사라졌다. 젊은층에서는 대중 목욕탕 대신 1인 세신숍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최근엔 에너지 요금이 오르면서 손님이 없을 때도 탕과 샤워실을 데워야 하는 대중목욕탕 특성 때문에 목욕탕을 운영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한다.

 

이렇게 줄어든 한국 손님의 자리는 외국인 관광객이 메우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한 찜질방 관계자는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온 단체 관광객 손님이 많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코로나 거리두기 해제 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빠른 속도로 회복 중인 덕도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외국인 관광객은 약 171만명으로 2022년 4분기에 비해 16.2% 증가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한국식 찜질방이 인기다. 인스타그램에 ‘#jjimjilbang(찜질방을 소리나는 대로 적은 영어 단어)’을 검색하면 나오는 게시물이 약 1만4000여 개에 이른다. 찜질방 인증샷을 올린 외국인들은 ‘한국 드라마에서 봤던 모습과 똑같다’ ‘찜질방 음식이 새롭고 맛있다’ 등의 반응을 보인다.

필리핀에는 지난 2018년 ‘jjimjilbang’이라는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는 한국식 찜질방이 문을 열기도 했다. 남편과 함께 찜질방을 찾았다는 인도인 마티나 디코스타(44)씨는 “스파, 마사지, 음식, 수면을 모두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한국식 찜질방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