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3.05.25 19:52
업데이트 2023.05.25 20:17
“서울에서 6시간 동안 고흥까지와서 하루 더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25일 오후 6시 24분 전남 고흥군 영남면 남열리 고흥우주발사전망대. 직선거리로 16.8㎞ 떨어진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II)가 하늘을 향해 솟구치자 곳곳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영남면 우주발사전망대에서 시민들이 실용위성을 싣고 우주로 향하는 누리호(KSLV-Ⅱ)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누리호는 1분가량 불꽃을 내뿜으며 하늘을 향해 솟았고, 1분 뒤 굉음을 내면서 연기만 남긴 뒤 시야에서 사라졌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관람객은 한 손은 휴대전화로 영상을 찍으며, 다른 한 손은 고흥군에서 나눠준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를 외쳤다.
25일 오후 6시 24분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우주를 향해 발사됐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직접 보니 마음이 뭉클”
대구에서 아내와 함께 온 최준민(39)씨는 “불꽃을 보고 신기했다가 큰 소리를 내며 하늘로 날아가는 모습에 더 놀랐다. 꼭 성공해서 한국 기술을 세계가 인정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쌍안경으로 누리호 발사를 지켜보던 이예원(13)양은 누구보다도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6월 3차 발사 시도 때도 이곳을 찾았는데 연기됐고, 전날도 방문했다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이 양은 “연구진들에게 감사하고, 가슴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누리호는 당초 전날 발사할 예정이었지만, 발사 준비 과정 중 발사 제어 컴퓨터와 설비 제어 컴퓨터 간 통신 이상이 발생해 이날로 연기됐다. 전날에 이어 오늘도 전망대를 찾은 이준희(49)씨는 “2차 발사를 보지 못해 아이들과 3차 때 직접 보기로 한 약속을 지킬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씨 가족은 1차 발사 당시에도 전망대를 찾았다고 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3차 발사, 실용급 위성 발사체 첫 데뷔전
누리호 길이는 47.2m로 15층 아파트와 맞먹는다. 또 직경은 3.5m, 기체 무게는 17.5t이다. 로켓 3개가 하나로 조립된 3단형 로켓으로 1·2단은 누리호가 더 멀고 높이 오를 수 있도록 도움닫기 역할을 하고, 3단은 목표 궤도까지 날아가 품어왔던 위성을 토해내는 역할을 한다.
누리호 3차 발사는 ‘실용급 위성 발사체’ 데뷔전이다. 1·2차 발사는 시험비행 성격이었으며, 이번에는 실용급 위성 8기(주탑재위성 1기, 큐브위성 7기)를 우주 궤도에 투입하는 ‘특급 미션’을 갖고 있다. 2021년 1차 발사 땐 3단 분리와 700㎞ 고도 도달에 성공했지만, 3단 엔진 연소가 짧아 위성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안착시키지는 못했다. 지난해 2차 발사에선 위성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안착시키며 가능성을 증명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8시 누리호 3차 발사가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25일 오후 6시 24분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우주를 향해 발사됐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안전 관람과 발사 위해
한편 고흥군은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발사전망대 앞에서 자원봉사센터를 운영하며, 안내와 차 봉사 등을 했다. 고흥경찰서는 발사전망대 주변에서 자동차 통제를 하는 등 치안 유지에 나섰고, 여수해경은 발사 2시간 전부터 발사대를 중심으로 반경 3㎞ 앞바다 등 인근 해상에서 선박 통항과 조업을 일시적으로 통제했다.
25일 오후 전남 고흥우주발사전망대를 찾은 관람객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누리호 발사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 황희규 기자
고흥=황희규 기자 hwang.heeg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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