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쟁의조직국장 통신문건 해독해보니
민노총 홈피나 유튜브 댓글 통해 지령 오가
“미행 있으면 담배 물어라” 첩보영화 같은 접선도
북한 공작원에 포섭돼 지령을 수행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민노총 전직 간부들이 받은 지령문에는 서로 접선하고 지령을 수신한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총책인 전 민노총 조직쟁의국장 A(52)씨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암호키를 발견해 이들이 주고받은 통신문건을 해독했다. 북한의 지령문이 90건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중 역대 최다였고, 보고문 24건도 확보했다.
10일 수원지검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민노총에 침투해 지하조직을 구축한 A씨는 지난 2018년 10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약 4년 동안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과 통신으로 지령문과 보고문을 주고받았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A씨 등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확인해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와 북한 공작원들이 사전에 약속한 ‘대북통신문 약정 음어’에는 초월적인 존재라는 의미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총회장님’으로 표기됐다. 북한 문화교류국은 ‘본사’로, 지하조직은 ‘지사’ 등으로 불렸다. 민노총은 ‘영업1부’로 지칭됐다.
각각 지사장과 팀장으로 불린 A씨 등은 지하조직으로 새 인물을 끌어들이기 위해 북한이 지령한 5단계 절차인 ‘친교 관계 형성→사회 부조리에 대한 불만 촉발→사회주의 교양→비밀조직 참여 제안→적극적 투쟁 임무 부여’ 과정을 그대로 실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민노총 홈페이지 게시판과 유튜브 동영상 댓글도 대북 연락 수단으로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홈페이지 게시판 특정 ID 명의의 게시글에 취지와 무관한 내용을 삽입하도록 했다. 2020년 8월 북측의 지령문에는 “출장을 나올 수 있다면 유튜브 동영상 댓글에 문자 ‘토미홀’ 포함시킨 필명이나 글을 올리고, 불가능하면 ‘오르막길’을 포함시켜라”는 취지의 내용과 함께 유튜브 동영상의 링크를 보내기도 했다.
북측은 또 A씨 등과 접선하기 위해 영화 시나리오와 유사한 보안수칙 등 구체적인 지령도 보냈다. 지난 2019년 7월 지령문을 보면 “지사장은 8월 8일 베트남에서 예정된 접선 약속 시간 5분 전에 약속 장소 위치에서 대기하다가 정시에 손에 들고 있는 생수 물병을 마시는 동작을 실행하라”고 했다.
이어 북측 공작원이 지사장의 동작을 확인한 뒤 7∼8m 거리에서 손에 들고 있던 선글라스를 손수건으로 두세차례 닦는 동작을 하면 양측이 은밀히 만나기로 계획을 짰다. 만약 미행이 포착되면 휴대전화로 ‘두통이 오는데 병원이 가겠다’고 알려주겠다며 지사장에게 미리 고지한 2차(예비) 장소로 갈 것을 지시했다. 통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면 북측 공작원이 담배를 피워 물면 미행이 달렸다는 신호로 알고 지사장에게 자연스럽게 장소를 이탈하라는 강령도 전파했다.
검찰 관계자는 “북측의 지령문을 보면 A씨에 대해 ‘20년 동안 서로 만나 굳게 손잡고 뜨겁게 포옹하며 밤새도록 따뜻한 동지’라는 표현이 있어 오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보인다”며 “간첩 사건에서 유튜브 동영상 댓글을 통한 의사 소통을 적발한 것은 처음으로, 암호장비가 없어도 간편하게 의사를 밝힐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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