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먹거리 문화

피로한 육신을 깨워주는 봄의 제왕 ‘두릅 차돌말이’ [쿠킹]

 

중앙일보

입력 2023.04.03 08:00

김혜준의 건강식도 맛있어야 즐겁다 ⑰ 두릅 차돌말이

두릅을 차돌박이로 돌돌 만 뒤 찹쌀가루를 묻혀 구운 봄철 보양식 두릅 차돌말이. 사진 김혜준

3월의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며, 머릿속에서 ‘봄의 맛’을 하나씩 꺼내 본다. 쌉싸름한 맛의 봄나물부터 땅의 에너지를 품고 파란 순을 꺼내기 시작한 두릅까지. 상상하는 것만으로 금세 입안에 침이 고인다.

요즘은 유난히 나물 먹는 맛에 빠져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비빔밥용 모둠 나물을 다양하게 주문해서 먹고 있다. 비빔밥을 먹을 때는 열량이 높은 고추장 대신 들기름을 한 번 크게 둘러주는데, 꼭꼭 씹을수록 나물 고유의 맛과 향이 더 잘 느껴진다. 고작 밥과 나물일 뿐인데, 어쩜 이렇게 완벽한 끼니가 되어주는 걸까! 입맛을 살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탄수화물과 나물이 어우러져 한 끼의 식사로 아쉬움이 없다.

여기에 단백질까지 보완하면 더할 나위 없는 건강 식단이 된다. 평소 두부나 유바, 유부, 비지를 통해 얻던 단백질을 이번에는 육류에서 찾기로 했다. 흰살생선도 좋지만, 오랜만에 육향이 고소한 소고기를 선택했다. 기운 달리는 계절에 든든한 에너지원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채소와 고기를 함께 구워 먹는 조리법을 선택할 때 단연 선호하는 부위는 차돌박이다. 기름기가 많은 양지 부위인데, 질깃한 부위이기도 해서 아주 얇게 저미듯 썰어 채소와 함께 볶아 먹거나 솥밥으로 만들어 먹으면 맛있다. 구이로 먹을 때는 얇은 두께 덕분에 빨리 익는다는 장점도 있다. 또 새콤한 식초를 더한 소스를 준비하면 굽는 내내 질리지 않게 먹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차돌박이 위에 채소에 넣고 말아서 구워 먹는 것을 좋아한다. 안에 넣는 채소로는 부추, 팽이버섯, 묵은지가 있는데, 사실 어떤 재료와도 좋은 궁합을 보여주는 재료들이다. 양식으로 먹을 때에는 라클렛 치즈(스위스 발레 지역에서 생산되는 치즈를 가리킨다. 또는 이 치즈를 녹여서 먹는 요리를 말한다)를 애용하는데, 사실 겨울철에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이 있다. 봄의 맛을 뽐낼 때는 무엇보다 두릅을 선호한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봄나물의 제왕이라고도 불리는 두릅은 신경을 안정시키고 혈당 조절에 탁월한 힘을 발휘하는 식재료다. 당뇨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며 쉽게 피로해지는 육신을 일깨워 준다. 바로 쓴맛을 내는 사포닌 성분의 효과이기도 하다.

두릅은 새순이 나오는 곳에 따라 개두릅, 땅두릅, 참두릅으로 나뉜다. 쉽게 살 수 있는 건 참두릅이다. 연한 줄기 부분을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많은 사랑을 받는다. 엄나무 순인 개두릅은 참두릅에 비해 가시가 많고 억세다. 참두릅과 개두릅은 주로 나무에서 순이 나는 반면, 땅두릅은 땅속에서 자란다. 가시가 없고 속의 심이 비어 있어 나물로 먹기 좋다.

두릅은 초장에 푹 찍어 먹어도 좋지만, 차돌박이에 간장을 살짝 바른 후 팽이버섯, 부추, 묵은지 등과 함께 돌돌 말아 멥쌀가루를 살짝 묻혀 달군 팬에 구우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씹으면 입속 가득 특유의 향이 퍼지는데, 마치 입안에서 봄이 피어나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