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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흔적

중·러 보란듯…尹대통령 "힘에 의한 현상변경이 자유 위협"

 

 
박윤균 기자 gyun@mk.co.kr
입력 :  2023-03-29 20:01:48 수정 :  2023-03-29 22:51:18
 
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서 '경제성장과 번영' 세션 주재
"허위정보·선동 탓 선거 와해"
가짜뉴스도 위협요소로 꼽아
反지성주의 언급하며 비판
"국제사회 도움 받은 한국
자유 촉진자로서 역할할 것"
◆ 민주주의 정상회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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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반도체 힘 싣는 바이든 2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럼에 있는 반도체 제조기업 울프스피드를 방문해 그레그 로 최고경영자(왼쪽), 로이 쿠퍼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와 함께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AP연합뉴스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현재 민주주의가 직면한 위기 상황과 관련해 권위주의 세력들의 진영화, 가짜뉴스 등을 대표적 원인으로 꼽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영상으로 진행된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지난 세기 인류의 자유와 번영을 이끌어온 민주주의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권위주의 세력들의 진영화'를 지적했다. 해당 발언에 더해 윤 대통령은 "국제적으로는 힘에 의한 현상(현재 상황) 변경 시도가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권위주의 세력과 현상 변경 시도와 관련해 구체적인 국가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중국을 겨냥한 발언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한·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제시하면서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결코 용인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당시 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이후 본격적인 해양 진출과 대외 팽창을 준비하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1차 정상회의에 이어 대만이 참여 국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과 더불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도 윤 대통령이 지적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최근 시 주석이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평화 정착 방안을 내놓았기 때문에 이를 '권위주의 세력들의 진영화'로 표현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윤 대통령은 또 "반지성주의로 대표되는 가짜 민주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수차례 '반지성주의'에 대한 비판성 발언을 이어왔다. 지난해 5월 10일 대통령직에 취임하며 내놓은 취임사에서 윤 대통령은 "정치는 이른바 민주주의의 위기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반지성주의"라고 꼬집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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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오포럼 참석한 전 러시아 총리 29일 중국 남부 하이난성 보아오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이사회에 참석한 빅토르 줍코프 가스프롬 이사회 의장(전 러시아 총리)이 다른 참석자 발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AP연합뉴스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 입장을 조정하고 타협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돼야 하지만 국가 간, 국가 내부의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태도가 반지성주의라는 게 윤 대통령의 설명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가짜뉴스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온라인을 타고 전방위로 확산되는 가짜뉴스는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며 "민주주의는 자유를 지키기 위한 공동체의 의사결정 시스템이다. 잘못된 허위 정보와 선동은 국민의 의사결정을 왜곡하고 선거와 같은 민주주의의 본질적 시스템을 와해시킨다"고 말했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소에 대해 일일이 비판한 윤 대통령은 "개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를 통해 구현될 수 있다"며 '법치'를 내세웠다. 이어 "70여 년 전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자유를 지켜낸 한국은 이제 국제사회의 '자유 촉진자'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있다"며 "한국은 차기 민주주의 정상회의 주최국으로서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그리고 법치, 대의민주주의로 대표되는 의회주의가 더욱 공고해지도록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윤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