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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흔적

4살차 궁합도 안본단건 옛말…요샌 '김연아 부부'가 대세 됐다

 

중앙일보

입력 2023.03.20 15:58

업데이트 2023.03.20 17:32

#직장인 손모(31)씨는 지난해 2살 연상 여성과 결혼했다. 20대 후반에 소개팅으로 만난 신부와 3년의 연애 끝에 결혼까지 이뤄졌다. 손씨는 “시대가 많이 바뀌다 보니 연상이라는 것에 부모님이나 지인들 모두 큰 부담 없었다”며 “주변에서 ‘연상이면 잘 챙겨주냐’고 하는데 2살 정도 차이는 동갑이랑 크게 다를 바도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20일 통계청 자료를 통해 지난해 결혼한 초혼 부부의 연령차를 분석한 결과 신부가 신랑보다 나이가 많은 연상녀-연하남이 2만8781쌍으로, 전체 초혼(14만8288쌍)의 19.4%였다. 다섯 중 하나꼴이다. 10년 전인 2012년(15.6%)과 비교하면 신부 연상 초혼은 3.8%포인트 늘었다. 지난해 국민적 관심을 끌었던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 김연아(33)의 결혼 상대도 5살 연하 팝페라 가수 고우림(28)이다.

4살 많은 신랑보다 1살 많은 신부가 많다

특히 신부가 신랑보다 1살 연상인 결혼 건수가 지난해 1만2983건에 달했다. 전체 초혼부부의 8.8%에 달하는 수준이다. 신랑이 신부보다 4살 많은 부부(1만2619쌍)보다 처음으로 많아졌다. “4살 차이는 궁합도 안 본다”는 말이 많이 쓰였을 정도로 이전까지 남자가 여자보다 4살 많은 부부·커플을 이상적으로 보는 경우가 적잖았다. 지난해 신랑이 신부보다 4살 많은 부부 혼인 건수는 전체의 8.5%였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1990년만 해도 남성 4살 연상 결혼이 4만8531건으로 전체 초혼 부부의 13.6%를 차지했을 정도다. 이때 1살 연상 여성 결혼은 1만6987건으로 전체의 4.8%에 불과했다. 여성 연상이 점차 보편화하면서 최근 들어 이 비율이 역전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전히 남성 연상이 많다지만, 나이 차가 1~2세에 불과한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여성 경제력 갖추면서 연하 부담 줄어

지난해 10월 23일 김연아가 ″좋은 사람을 만나 미래를 약속하게 돼 어제 많은 분의 축복 속에서 예쁘게 결혼식을 올렸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올린 사진. 연합뉴스

여성 고학력‧전문직이 늘어나는 등 일정 수준의 경제력이나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여성이 늘어난 영향이란 풀이가 나온다. 여성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경제적 자립도나 결혼에 대한 준비가 덜 된 연하남에 대한 거리낌이 없어졌다는 의미다. 과거엔 남성이 주로 경제력을 갖추고 결혼하는 일이 많았다.
여성의 초혼연령이 높아진 것도 연하남에 대한 선택지를 늘렸다. 1990년 24.8세였던 여성 평균 초혼연령은 2000년(26.5세), 2010년(28.9세) 등 꾸준히 올라가면서 지난해 31.3세까지 올라갔다. 30대 이후까지 미혼으로 남은 여성이 많다 보니 연하를 만날 가능성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결혼정보회사 모두의지인을 운영하는 신민호 대표는 “어느 정도 나이가 있고 조건이 좋은 남성 대부분은 나이가 어린 여성을 선호하는 경향은 여전하다”면서도 “반대로 경제력이 좋은 여성도 남성의 조건보다 외모나 어린 나이를 선호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